[뉴스토마토 한형주기자] 애플이 이르면 내년 상반기 음성인식 기술 '시리(Siri)'를 탑재한 'iTV'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 등 국내 텔레비전(TV) 제조사들도 이에 질세라 음성인식 기능을 갖춘 스마트TV 준비에 여념이 없다.
삼성·LG의 음성인식 스마트TV는 2주 앞으로 다가온 'CES 2012'에서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28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현재 음성인식 기능 개발의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으며, LG는 음성만으로 문자 입력이 가능한 스마트TV용 리모컨을 이미 공개한 상태다.
허득만 삼성전자 상무는 지난달 22일 열린 '스마트TV 글로벌 서밋'에서 "음성인식을 포함해 다양한 입력 방식을 지원하는 스마트TV가 곧 나온다"며 "구체적인 모습은 CES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다만, 이런 삼성전자에게도 고민은 있다. 우선 삼성은 지난달 28일 앞면에 TV 리모컨, 뒷면엔 쿼티(Qwerty) 자판을 배치한 스마트TV용 '쿼티형 스마트 리모컨'을 출시한 상태다.
따라서 이 리모컨에 새로 음성인식 기능을 탑재할지, 아니면 음성인식용 마이크가 딸린 별도의 기기를 만들지를 결정해야 한다. 문제는 사용자 입장에서 둘 다 번거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별도의 기기를 만들자니 스마트TV 한대에 부가기기가 2개(리모컨·마이크)나 필요해 번거롭고, 기존 리모컨에 음성인식 기능을 넣자니 자판 형식으로 설계된 리모컨을 들고 언어를 전달하는 데 불편함이 있다.
이 때문인지 삼성전자 음성인식 스마트TV의 실체는 좀처럼 베일을 벗지 않고 있다.
업계 한쪽에선 기술이 완성됐다면 공개를 미룰 삼성이 아닌데, 음성인식 기능 개발의 진척이 예상보다 더뎌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삼성전자에서 전날 열린 CES 관련 회의에서도 음성인식에 관한 이야기는 오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의 주요 화두가 기기간 '컨버전스(융합)'였다고 하는데, 이것이 음성인식을 포함하고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음성인식업체인 '블링고'와 협력해 바다폰에 음성인식 기능을 적용하는 등 꾸준한 준비과정을 거쳐왔기 때문에 아직 비관하긴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강력한 경쟁자인 LG전자의 경우 지난 19일 음성인식 기능을 갖춘 2012년형 '매직모션 리모컨'을 공개하는 등 CES를 앞두고 부단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LG전자의 스마트TV용 리모컨은 내년 1분기에 출시될 예정이다.
매직모션 리모컨의 음성인식 기능은 음성만으로도 문자 입력이 가능해 인터넷 검색 시 자판을 눌러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었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시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LG전자측은 기대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매직모션 리모컨의 음성인식 기능은 한 단어만이 아니라 복수 단어를 인식해 SNS 서비스 이용시 댓글달기 등을 할 때 짧은 문장들을 쉽게 입력할 수 있고, 스마트TV의 다양한 콘텐츠들을 검색할 때도 유용하다"고 말했다.
다만 LG전자의 음성인식 기능에도 해결과제는 있다. 과연 애플의 시리를 뛰어넘을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음절 단위로 사람의 목소리를 인식한다는 매직모션 리모컨의 음성인식 기술도 아직 아이폰4S에 탑재된 시리에는 못미친다는 평가다.
현재 시리는 음절 단위를 넘어 간단한 명령어를 알아듣고 다양하게 반응할 수 있는 수준의 인지력을 지녔으며 사용자에게 질문도 한다.
최근엔 애플이 음성인식을 통해 단순 정보검색을 넘어 TV 전원을 켜고 끄거나 채널을 돌리는 등의 기능을 개발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따라서 세계 TV시장 내 1위 자리를 다투는 삼성과 LG가 이번 CES를 기점으로 얼마나 '말귀'를 잘알아듣는 스마트TV를 내놓느냐가, 향후 시장판도를 결정할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편 애플은 차세대 TV를 위한 부품망을 내년 1분기 중 구축할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2~3분기 중 출시 예정인 iTV 개발을 위한 본격적인 채비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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