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진규·김유나기자] 올해 우여곡절 끝에 국회 비준을 마친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이 이르면 새해 2월 본격 발효에 들어갈 전망이다. 우리 경제의 지형을 근본부터 변화시킬 한미FTA는 산업의 판도도 뒤흔들 정도로 큰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내 대표 기업들도 새로운 변화에 대한 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한미FTA시대를 맞은 각 그룹사별 주력사업과 대표기업들의 전략을 몇차례로 나눠 살펴본다. [편집자]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하자 자동차업계는 일제히 환영했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인 미국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로 북미대륙에 자동차 한류 열풍이 뜨거워질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KAMA)는 올해 한·EU FTA 발효, 한·미 FTA 비준을 올해 자동차산업 톱뉴스로 꼽았다.
한미FTA가 발효되면 1500만대 거대시장에서 유럽과 일본 등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허완 KAMA 상무는 "한미FTA가 발효되면 부품은 즉시 관세가 철폐되기 때문에 수출이 많이 되는 것은 기정사실이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경쟁 상대국인 일본 독일보다 시장선점을 한다는 데서 중요하고 앞으로의 마케팅과 연결되기 때문에 상당히 효과가 크다"고 밝혔다.
최문석 한자동차공업협동조합 수출전시팀 부장도 "우리나라 현지에 있는 현대기아자동차의 수출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미국 빅3를 포함한 1차 주요 협력업체로의 수출도 더욱 더 늘어나 우리나라의 대미수출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이 바람을 타고 EU 등 세계 각지 주요 완성차업체로의 수출더 늘어나 자동차부품 수출 확대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 현대기아차, 내실 강화로 글로벌 '빅3' 노린다
국내 완성차업계의 맏형 현대기아차는 올해 미국시장에서 지난 11월까지 총 103만7028대를 팔았다. 전년 89만4496대에 비하면 12월 한달을 남겨두고도 15.9% 늘었다. 현대차(005380) 59만4926대, 기아차(000270) 44만2102대로 전년동기대비로는 각각 20.6%, 35.7% 판매가 급증했다.
미국시장에서 100만대를 판매한 업체는 자국 업체인 GM과 포드, 크라이슬러를 제외하고는 도요타, 혼다, 닛산 일본 3사와 현대기아차가 유일하다.
11월까지 누적 시장점유율은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5.2%와 3.8%로 추정돼 현대기아차는 9%로 전년 7.7%보다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GM, 포드, 도요타, 크라이슬러, 혼다에 이어 6위를 기록중이나 막판까지 5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내년에는 GM 등 미국 빅3와 일본 대지진 후유증에서 회복세를 보이는 일본 업체들과의 치열한 한판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미FTA 발효는 이들 업체와의 경쟁에서 현대기아차의 비상에 더 큰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판매 차종중 현지생산되는 현대차의 쏘나타와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 기아차의 쏘렌토R과 K5를 제외한 전차종이 국내에서 수출되고 있다. 국내 생산 비중은 현대차 미국판매량의 32%, 기아차의 62% 가량을 차지한다.
자동차산업연구소 관계자는 "부품 관세는 한미FTA 발효 즉시 철폐되기 때문에 미국 현지 생산시 국내에서 부품을 조달할 때 생산 비용이 절감되는 효과가 기대된다"며 "무엇보다 부품 관세 철폐와 최대 자동차 부품 시장 개방으로 인해 부품업체의 경쟁력이 강화되는 것이 결국 완성차 업체의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미국시장의 자동차 관세는 2.5%에 불과하고 발효 4년 이후에야 관세가 철폐되기 때문에 단기적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현지 수요에 대응하는 완성차 수출 확대로 현지시장의 라인업을 확충하고 관세 철폐로 인한 비용절감 부분을 현지시장의 마케팅과 브랜드 강화 활동에 사용하는 방법으로 현지화 전략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이런 호기를 맞아 내년에도 신형 그랜저와 제네시스 쿠페 개조차 등 신차 출시를 이어갈 계획이다.
기아차도 지난 9월 현지 생산을 시작한 K5의 공급물량을 확대하고, 10월 판매에 들어간 신형 프라이드로 판매 증가세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 車부품, 내년에도 견조한 수출 성장세 지속
글로벌 시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국내 자동차부품 수출은 내년에도 견조한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KAMA에 따르면 내년 자동차부품 수출은 255억달러로 올해 추정치 231억달러보다 10.4%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올해 21.8%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보다는 절반으로 크게 감소하는 것이지만 내년 자동차 수출액이 720억달러로 올해 675얼달러보다 6.7% 확대될 것이란 전망에 비춰보면 견조한 성장세가 기대되는 셈이다.
중남미는 브라질의 수입차 공업세 30%포인트 인상 영향으로 유일하게 감소 하는 반면 FTA 효과로 미국과 유럽에 대한 수출은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미국은 지난 2010년 기준 41억2000만달러를 수출한 최대 수출 대상국이다. 올해는 지난 10월까지 이미 41억3000만달러가 수출돼 지난해를 넘어섰다. 이 추세라면 올해 50억달러 수출도 가능하다.
한미FTA가 발효되는 내년에는 현재 최대 4%에 달하는 관세가 즉시 철폐돼 부품업계의 수출 경쟁력은 더욱 확대된다. 내년에도 견조한 성장세가 예견되는 이유다.
◇ 수입차 역풍 '주의보'.."원산지 구축시스템·차별화된 AS 필요"
한미FTA가 국내 완성차와 부품업체에만 기회는 아니다. 미국 차업체들과 미국을 경유한 일본 완성차 업체들의 도전도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엔고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일본업체들은 한미FTA를 독일 업체에 빼앗긴 위상을 되찾는 국내시장 공략의 통로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선봉에는 도요타가 있다.
도요타는 이미 지난 11월 미국에서 생산되는 시에나를 국내에 들여왔다. 또 내년 1월18일에는 도요타의 야심작 뉴캠리가 미국에서 생산돼 국내로 들어올 예정이다.
혼다도 지난 20일 출시된 CR-V를 현재는 일본에서 생산해 들여오고 있지만, 한미FTA 발효와 엔고를 감안해 내년에는 미국에서 생산해 들여오는 방안을 논의중이다.
닛산도 현재 미국에서 생산돼 국내에 판매중인 알티마의 새로운 모델을 내년 하반기에 들여올 계획이다. 인피니티브랜드의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인 JX도 내년 상반기에 미국에서 생산돼 국내에 출시될 예정이다.
미국 빅3도 한미FTA 발효로 독일과 일본에 뒤쳐진 성적을 만회해 보겠다는 각오다.
GM은 캐딜락 CTS, XTS, ATS를 출시할 예정이고, 포드는 상반기 포드 릭스플로러 에코부스트, 뉴 이스케이프, 퓨전 하이브리드 모델, 하반기에 포커스 디젤 모델 등 5~6대를 국내에 출시할 계획이다.
크라이슬러도 내년 300C 디젤 모델, 크라이슬러 300C SRT, 그랜드 체로키 SRT 등을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300C는 캐나다에서, 지프 랭글러 등은 미국에서 생산되는데 FTA 발효 시점에 맞춰 평균 판매가격을 2% 가량 인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올해 10만대를 돌파한 수입차 판매가 내년에는 14만대까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FTA 발효 효과에 따른 가격경쟁력과 신차 출시를 그 근거로 꼽았다.
업계관자들은 조언도 잊지 않았다.
최문석 부장은 "원산지 구축시스템을 업체마다 다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초기에는 관세법인을 많이 이용하겠지만 추후에는 업체들마다 이런 원산지를 직접 관리할 수 있는 전문가를 육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허완 상무도 "미국차들이 많이 들어올 것에 대비해 국산차도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데, 품질과 성능면에서는 별 차이가 없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AS면에서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내년 한미FTA가 발효되면 국내 자동차산업은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맞게 된다. 도전마저도 또 다른 기회로 바꾸는 체계적인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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