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사실 카드사 입장에서는 백화점, 할인점, 주요소가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나서지 않을까가 가장 우려스럽다.."
현대자동차의 카드 수수료 인하 요구에 백기를 든 카드사들이 백화점 할인점 주유소 업계도 덩달아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들 세 업종의 경우 결제 규모가 큰 자동차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결제금액은 적으면서도 결제건수가 많아, 밴사에 지급해야 하는 ‘밴 수수료’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카드사가 밴 사업자에 지불하는 밴 수수료는 결제금액에 관계없이 결제건수별로 지급하므로, 카드사 입장에서는 소액결제 건수가 늘어나는 만큼 고스란히 밴사에 수수료를 지급해야 해 수익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수수료 인하요구에 동의한 KB국민·신한·현대·삼성·롯데·비씨 등 6개 카드사가 이날부터 인하된 가맹점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다.
카드사들이 대기업의 횡포라며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수수료 인하에 동의한 것은, 자동차는 상대적으로 결제금액이 커 카드사 매출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일단 자동차 업종은 단가 자체가 크니까 수수료를 어느 정도 내려도 감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여기에 자동차 매출은 우량회원의 매출이기 때문에 다른 금융서비스 이용 등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카드사가 올리는 가맹점 수수료 이익만 연간 약 30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백화점 할인점 주유소 등 세 개 업종은 상황이 다르다.
물론 이들은 카드사의 가맹점수수료 수익 중 상위 5위 안에 드는 곳이지만, 결제건수가 많고 결제금액도 적다. 카드사들의 밴 수수료 부담이 크다는 얘기다.
밴사에 지불하는 수수료는 카드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건당 100원 안팎이다.
예를 들어 3000만원 수준의 자동차를 결제할 때 밴 수수료를 100원 지불하지만, 같은 금액을 대형 할인점에서 결제하기 위해서는 수백 건을 결제해야 한다. 카드사로서는 수백 배에 해당하는 밴 수수료를 내야 하는 셈이다.
세 업종 중 특히 주유소는 카드이용률이 가장 높은 분야다.
무려 99%가 카드결제며 결제비용도 크지 않아, 주유소에서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면 카드사로서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주유소에서 현금으로 결제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라며 "여기에 결제건수도 많기 때문에 주유소업계의 수수료 인하요구는 사실상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업계에서 '수수료를 내리지 않으면 카드결제를 거부하겠다'고 할 경우 카드사로서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되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주유소업계 관계자는 "우리가 얘기할 땐 꿈쩍도 하지 않다가 대기업에서 말하니깐 액션(인하 요구 수용)을 취하는 모습이 상당히 불쾌하다"면서 "소상공인과 함께 카드수수료 인하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국소상공인연합회는 카드사들이 현대차의 수수료 인하 요구에 일제히 동의하자 '대기업에 약한 카드사'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오는 15일 카드 결제 거부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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