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곽노현 교육감 사건'을 맡고 있는 재판부가 쟁점을 벗어난 검찰의 안일한 재판 태도에 일침을 가했다.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는 선거 당시 곽 교육감 공동선대위본부장(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을 맡았던 박모씨(57)가 곽 교육감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재판을 진행하던 김형두 부장판사가 처음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은 검찰의 반대심문 때문이었다.
박씨는 이날 변호인 심문과정에서 당시 교육감 선거과정 전반을 설명하는 가운데 "선거당시 검찰과 선관위가 진보진영 쪽 선거운동에 대해 현미경 감시를 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검찰은 반대심문을 시작하면서, "어떤 근거로 검찰과 선관위가 진보진영 쪽 선거운동에 대해 더 엄격하게 감시활동을 했는지 말하라"며 집중 추궁했다.
사건의 핵심쟁점과는 동떨어진 박씨의 증언에 검찰이 발끈한 것이다.
이어 박씨가 "인지도가 낮은 곽 교육감이 선거공보가 배포된 이후 지지율이 상승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주장하자, 검찰은 "선거공보는 장점만 적은 것인데, 유권자들이 제대로 판단을 했을 것으로 보느냐, 선거공보 때문에 지지율이 오른 것이 확인됐느냐"고 추궁했다.
증인이 쟁점과 관련없는 주장을 펼쳐 원인을 제공했지만, 법률전문가들인 검찰이 쟁점과 무관한 증인 진술을 물고늘어지는 듯한 심문을 계속하자 김 부장판사는 "곽 피고인과 박 피고인이 돈을 주고 받은 것 때문에 기소를 한 것 아니냐, 선거공보와 지지율이 지금 이 사건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면서 심문을 잠시 중단시켰다.
김 부장판사는 이어 "우리는 이 사건 재판이 있는 날은 매일 밤 열시까지 재판을 한다"며 "지금 같이 쟁점에서 벗어난 논쟁에 시간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쟁점과 법적인 문제, 사건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질문을 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재판이 계속 진행됐지만, 검찰은 즉흥적인 증거제출로 또 한번 김 부장판사로부터지적을 받아야 했다.
검찰은 지난해 선거 전 실시된 여론조사에 대한 뉴스 5건을 증거로 제출했다. 하지만 사전에 재판부에 이를 알리거나 변호인측에 제공을 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됐다.
김 부장판사는 "변호인에게 (증거자료를) 주지도 않고 증거로 쓰겠다는 건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변호인측에게 먼저 보게 하고 증거에 대한 인부를 물었다.
김 부장판사는 이어 변호인측이 증거로 제출하는 것을 인정하겠다고 하자 재판을 계속 진행하면서 "증인 진술시에는 증인만이 아는 것을 물어봐야지, 이런식으로 가면 재판이 시간만 소요되고 힘만 빠진다. 정작 중요한 것을 물어야 할 때엔 시간에 쫓겨 효율적이지 못하다"며 "이런 것은 변호인측에서도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라며 재차 쟁점에 집중할 것을 강조했다.
김 부장판사는 그러면서, "자꾸만 이런 일이 반복돼 추가기일이 지정이 불가피하다"며 오는 29일과 12월 1일 이틀을 추가기일로 지정했다.
김 부장판사는 "오늘 제 말은 재판의 효율적인 진행 차원에서 검찰과 변호인 양측에게 드리는 말씀이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박씨는 선거당시 단일화 합의에 이르게 된 과정과 박 교수가 서울교육발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선출된 계기 등에 대해 진술했으며, 부위원장 선출은 박 교수의 후보사퇴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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