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ELW(주식워런트증권) 불공정 거래 혐의로 기소된 스캘퍼(초탄다매매자) 박모씨 등에 대한 공판에서 검찰이 공소장 변경 여부에 대한 입장을 3차례나 연기하자 결심만 남겨둔 상황에서 재수사를 하고 있다며 변호인이 강하게 반박했다.
검찰은 코스콤과 한국거래소, 삼성증권 등 5개 증권사에 각각 사실조회를 새로 신청해 분석하는데 드는 시간으로 무려 4주간의 기간을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 "코스콤 답변은 극단적인 값..평균값 알고 싶다"
27일 검찰은 박씨 등에 대한 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 재판부에 코스콤과 박씨가 거래한 증권사, 거래소에 사실조회를 요청하면서 이들 기관의 회신내용을 분석해 공소장 변경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검찰이 코스콤에 사실조회를 신청한 내용은 코스콤이 LP(유동성공급자) 호가를 증권사에 전송하는데 지연되는 시간의 평균값이다.
검찰은 "LP 호가 전송 지연시간에 대한 지난번 코스콤의 답변은 극단적인 상황의 값"이라며 "LP 호가 전송이 지연되는 시간의 평균값과 표준값을 알아야 증권사에 도달하는 LP 호가 정보 전송시간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사실조회 기간을 박씨 등이 실제 거래를 한 날짜에 한정 짓고, 그 기간 동안의 LP 호가 전송 지연시간 평균값 혹은 코스콤에 해당 기간의 자료가 없다고 하면 보유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기간의 한달분 평균값에 대한 사실조회를 신청하라"고 말했다.
지난 18일 코스콤은 변호인이 '호가 정보 전송량, 전송시간' 등을 묻는 사실조회에 대한 답변서에서 '코스콤은 전체 종목의 일부 호가 정보만 거래소에 전송하며, 긴박한 시세 변동 등의 영향으로 전체 종목 호가가 변경될 경우 호가 정보 전송시간이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또 코스콤은 'ELW 종목 9000개(현재 9211개 종목), 프로세스 별 초당 최대 호가 전송 건수 150개를 전제로 시세 급 변동에 의한 전 종목 호가가 변동된 경우 최대 30초간 호가 정보 전송지연이 발생할 여지가 있느냐'는 질문에도 "전체 종목 호가가 변경될 경우 전송시간이 지연된다. 지연 시간은 호가 변동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라고 답변했다.
LP 호가가 변동된 종목 수가 초당 최대 호가 정보 전송 건수를 초과할 경우 호가 정보 전송시간이 지연될 수 있으며, 전체 호가 변동 종목 중 일부만 전송된다는 코스콤의 설명은 '박씨 등은 LP 호가를 예측해 직전에 매수·매도했다'는 검찰의 주장을 뒤엎는 내용이다.
◇검찰 vs 변호인 '주문접수·체결 시간' 핵심쟁점 공방
이어 검찰은 변호인 측이 제출한 '박씨와 증권사간 거래내역' 자료에 오류가 발견됐다며 거래소에 사실조회를 신청할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한맥투자증권의 거래 내역을 살펴보면 주문접수 시간보다 주문체결 시간이 빠른 것으로 기록된 부분이 상당수"라며 "이는 거래소의 주문접수 시계와 주문체결 시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거래소 자체에서 운영하는 정확한 주문접수·체결 시간을 알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변호인은 "기초자산 변동가격과 주문 접수시간, 호가 변동시간을 예측할 수 있느냐가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이라며 "주문체결 시간이 주문접수 시간보다 앞서는 이유는 각 증권사마다 서버가 다르기 때문이다. 거래소로부터 사실조회 답변서를 받더라도 공소사실을 입증할 중요한 확인 자료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검찰과 변호인의 공방이 오가자 재판부는 "일단 증권사에 주문접수·체결 시간이 왜 다른지에 대한 사실조회를 신청하고, 거래소의 증권사별 주문접수·체결시간 데이터에 대해 각각 사실조회를 신청하라"고 말했다.
그러자 변호인은 이번 사건의 핵심 내용이 아닌 부분에 대한 검찰의 사실조회 요청으로 인해 재판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검찰이 이미 입증했어야 할 피고인의 매매기법을 결심을 앞둔 상황에서 재논의한다는 건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오늘은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벌써 몇 번째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검찰은 "우리가 새롭게 확인하려는 내용은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주장하고 있는 부분에 관한 것"이라며 "검찰의 주장은 피고인들 역시 다른 스캘퍼와 마찬가지로 LP 호가를 예측해 직전에 매수, 직후에 매도하는 방식으로 거래했다는 것에 변함이 없다"고 맞섰다.
검찰은 이어 "변호인이 코스콤에 LP 호가 전송 지연시간에 대해 사실조회를 신청했듯이, 코스콤의 답변서 중 의문점에 대해 검찰이 사사실조회를 재신청할 기회 역시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증거조사 하다가 새로운 주장이 나왔을 때 공소장을 변경하는게 일반적인데, 구형 단계까지 흐른 상태에서 검찰이 공소장 변경 여부를 검토하고 있어서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하는 건 사실"이라며 검찰이 서둘러서 재판절차에 참여해주길 당부했다.
◇검찰 "사실조회 회신 분석해야 공소장 변경 여부도 결정 가능"
검찰은 이날 새롭게 신청한 코스콤과 거래소 등에 대한 사실조회 회신을 받아보고 나서 공소장 변경에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검찰은 "사실조회를 신청하고 회신 내용을 분석하다보면 4주 정도 걸릴 것 같다"며 11월 넷째주에 다음기일을 잡아주길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에 변호인은 "공소장을 변경하는 전제로 벌써 두 번의 기일이 연기됐으니, 검찰도 관련 내용을 분석하는 시간을 최대한 당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기일을 11월 15일에 열어 사실조회 답변서를 확인하는 등 중간점검을 한 다음, 재판 진행에 별다른 문제점이 없을 경우 가능하면 25일에 결심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오후 3시부터 "통계적차익거래 기법으로 ELW 매매를 했다"는 박씨 회사의 거래 기법을 재판부에 보여주기 위한 전략설명회가 비공개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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