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순욱·최기철 기자] 증권사들이 초단타매매자들, 이른바 스캘퍼들에게 ELW(주식워런트증권) 매매에 있어서 알고리즘 매매프로그램이 탑재된 전용선을 제공하는 등 일반투자자들에 비해 특혜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 빠르면 10월쯤 첫 판결 선고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검찰이 기소한 이유 자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분위기지만, 검찰은 현행법을 엄격하게 적용해 '공정한 게임질서'를 정착시키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밝히고 있다. 이 사건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만큼 각 재판마다 그야말로 드라마같은 치열한 법정공방이 오가고 있다. 본격적인 공방이 시작된 이번 사건의 쟁점과 재판진행 상황, 사건발생 원인 등을 3차례로 나눠 살펴본다. (편집자)
그야말로 '불꽃튀는 전쟁'이 시작됐다. 검찰의 칼끝은 날카로웠고, 변호인의 방패는 단단했다.
증권사들이 스캘퍼(초단타매매자)들에게 ELW(주식워런트증권) 매매에 있어서 알고리즘 매매프로그램이 탑재된 전용선을 제공하고, 가원장 체크를 생략해주고 시세정보를 일반투자자들에 비해 우선 제공한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로 기소된 사건의 재판이 본격적인 쟁점 공방으로 옮아가고 있다.
◇ 검찰의 기소 내용
검찰은 초단타매매를 한 스캘퍼 5개 조직 18명을 기소했다. 이 가운데 2명은 구속기소됐다.
또 스캘퍼로부터 금품을 받은 증권사 직원 2명, 스캘퍼와 짜고 시세조정을 한 증권사 직원 1명, 수수료를 스캘퍼에게 되돌려준 증권사 직원 2명 등 5명이 기소됐다. 이 가운데 2명이 구속기소다.
그리고 스캘퍼에게 전용선 등을 제공한 12개 증권사 대표이사와 전산담당 임원 등 25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기소된 증권사는 삼성증권·우리투자증권·KTB투자증권·이트레이드증권·HMC투자증권·대신증권·신한금융투자증권·LIG증권· 현대증권·한맥증권·대우증권·유진투자증권이다.
증권사들의 혐의는 스캘퍼를 유치해서 ELW 거래가 활발한 것처럼 해서 일반투자자를 유인하고, 이를 통해 시장점유율(MarketShare)을 올리고, 스캘퍼로부터 막대한 수수료 수입을 올렸다는 것이다.
◇ 재판 진행상황
현재 ELW 부당거래로 기소된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 25부, 27부, 28부로 각각 나뉘어서 진행되고 있다.
재판부(재판장) |
증권사(변호인) |
22부(김우진) |
우리투자증권(김앤장), KTB투자증권(김앤장), 신한투자증권(김앤장) |
25부(한창훈) |
이트레이드증권(광장), 현대증권(세종) |
27부(김형두) |
대신증권(김앤장·광장) |
28부(김시철) |
HMC증권(김앤장), 대우증권(김앤장·화우), 삼성증권(율촌),
유진투자증권(태평양), 한맥증권(화우), LIG투자증권(화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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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재판진행이 가장 빠른 곳은 대신증권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김형두 부장판사의 27부다.
25부의 현대증권도 다른 증권사에 비해 비교적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대신증권 바로 뒤를 따라오고 있다.
28부의 대우증권, 삼성증권, 유진투자증권, HMC증권, 한맥증권, LIG투자증권 등 6개사는 16일에 첫 준비기일이 열린다. 따라서 첫 공판이 열리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22부의 우리투자증권, KTB증권, 신한투자증권은 아직 준비기일이 잡히지 않은 상태라서 가장 늦게 재판이 끝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재판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른 대신증권은 일종의 '샘플'로서 가장 먼저 매를 맞고 있는 셈이다.
이는 사건을 각 재판부가 동시에 진행하는 것보다는 한 개의 재판부에서 집중적으로 심리를 해서 일종의 '샘플'을 만들어놓은 후, 나머지 재판도 속전속결로 진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형사합의27부는 속도감 있게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7월14일과 8월16일 두 차례 준비기일을 열어 재판진행에 필요한 증인을 채택하고, 증인신문기일 등을 모두 정한 뒤 지난 7일 첫 공판을 열었다.
스캘퍼에 대한 첫 공판도 대신증권 첫 공판 이틀 후인 지난 9일에 열렸다.
대신증권에 대한 첫 공판에서는 검찰이 제출한 공소장과 진술조서 등에 대한 변호인의 반대변론이 있었고, 이에 맞서 검찰의 반박, 변호인의 재반박이 펼쳐졌다.
사실상 핵심 쟁점은 거의 정리가 됐다. 그리고 이번달 27일부터 30일까지 나흘간 매일마다 증인신문을 열기로 예정되어 있다. 증인신문을 통해 쟁점에 관한 양쪽의 주장을 검증하게 된다.
검찰은 금감원과 코스콤 직원, 그리고 익명의 제보자를 증인으로 신청했고, 변호인측은 학계와 IT전문가, 거래소 직원 등을 증인으로 신청해놓은 상태다.
나흘간 열리는 증인신문이 변수없이 진행된다면 10월 중순 이전에 판결선고가 내려질 예정이다.
검찰의 기소에서부터 판결선고까지 4개월이 걸리는 셈이다.
변수는 있다. 사실관계 확정이 늦어질 경우 재판은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큰 변수는 없어 보인다는 것이 법원 안팎의 관측이다.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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