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국기자] 금융감독원이 정·관계 구명로비 의혹이 제기된 SLS조선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결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영난을 겪던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직접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워크아웃 이후 채권단이 SLS조선에 선박금융을 지원하기도 했다는 것.
금감원의 이 같은 결론이 신재민 전 차관 등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유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 산업은행(주채권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흥국생명 등 SLS조선의 채권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이 회사 워크아웃을 둘러싼 여러 의혹을 조사한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SLS조선은 지난 2009년 12월10일 대출금 연체가 쌓이면서 부도상황에 직면하자 산은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채권금융기관들은 상반기만 해도 SLS조선의 자체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판단, 기업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하반기 상황이 반전하면서 대출연장을 거부했다.
당시 SLS조선의 워크아웃 신청은 이 회장의 동의 아래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권혁세 금감원장도 지난 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회장이 2009년 12월17일 산은에 찾아와 주식·경영권 포기각서에 자필 서명하고 관련 이사회 의사록 등을 제출하자 채권금융기관 협의를 거쳐 워크아웃을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SLS조선의 워크아웃은 같은 달 24일 열린 제1차 채권금융기관협의회에서 정해졌다.
당시 SLS조선의 신용평가등급이 ‘B등급’에서 ‘C등급’으로 낮춰짐에 따라 채권금융기관의 98%가 워크아웃에 동의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상 워크아웃은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만 얻으면 개시된다.
권 원장은 “SLS조선의 워크아웃 추진은 기촉법에 따라 통상적인 일정대로 한 것으로,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진행한 것은 아니라고 보인다”면서 “선박 수주계약 해지도 채권단이 일방적으로 한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SLS조선의 워크아웃은 원칙에 따라 결정됐다는 금감원의 이런 결론은 검찰의 수사에도 일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회장은 SLS조선의 워크아웃으로 그룹이 공중 분해됐고, 그룹을 살리기 위해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과 권재진 법무부장관(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등에게 로비를 벌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금감원의 결론은 로비 여부를 떠나 워크아웃은 정상적이었다는데 방점이 찍힌다.
로비를 받아 실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 확인되지 않고, 이 회장이 주장하는 10억원 상당의 금품이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신 전 차관은 몸이 가벼워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금감원은 SLS조선의 몰락은 글로벌 조선경기의 침체, SLS그룹 내 불법행위, 파업과 대규모 분식회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정치권 영향이 아니란 얘기로, 이 회장의 입지가 줄어들 가능성이 그 만큼 커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자신이 신청한 적도 없는데 SLS조선의 워크아웃이 개시됐다는 이 회장의 주장이 입증되기가 더욱 어려워진 셈이다.
단, 이 회장의 비망록은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검찰은 지난 7일 이 회장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A4용지 9장 분량의 비망록을 압수했다.
검찰이 압수한 비망록은 이 회장이 노트에 작성한 전체 비망록의 일부로, 신 전 차관과 관련된 내용이 담겨 있다.
비망록에는 김씨가 10년 가까이 검사장급 3명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내용도 기록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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