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관종기자] 다음달 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통합 2주년을 맞는다.
공기업선진화 첫 모델로 낙점돼 지난 2009년 통합 출범한 LH는 초기, 조직 내부 혼란은 물론 열악한 재무상황 등이 여론의 뭇매를 맞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막대한 부채에 따른 이자비용 등은 올초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기 시작해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집중 질타의 대상이 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H의 지난 2년 간 행보는 성공적이란 평가다. 빠른 정성화가 기대될 만큼 안정적인 경영 실적을 이루면서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단을 보여줬다.
이는 '이지송 식 개혁'과 이를 묵묵히 따라온 직원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 두 조직 융합조차 힘든 상황에 닥친 재무위기
2009년 '물리적 통합' 초기 LH의 가장 큰 고민은 조직 융합이라는 '화학적 통합'이었다. 이질적 기업 문화의 합일점을 찾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라는 늪을 만나면서 재무구조에 심각한 위기도 함께 찾아 왔다.
당시 LH의 재무현황은 자산 130조원에 부채 109조원, 금융부채 75조원에 이르렀다. 금융부채비율은 자본금 21조원 대비 361%에 육박해 있었다.
이미 재무역량을 넘어선 국민임대 주택 건설, 세종시, 혁신도시 개발 등의 과도한 국책사업 수행으로 출혈이 큰 상황이었다.
거기에 지자체의 과도한 기반시설 설치 요구를 수용하거나 국민임대주택 건설로 눈덩이처럼 늘어난 부채도 재무건전성을 악화시켰다.
◇ 위기극복 엔진 가동..경영 정상화 초석 마련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고자 이지송 사장은 출범과 동시에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재무개선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는 LH의 재무상태를 정밀 진단해 부채의 원인과 내용을 분석한 재무개선 100대 과제를 발굴했다.
지난해 8월에는 노사공동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1인 1자산 판매운동, 판매보상인력 확대 등 세일즈 강화, 원가 10% 절감, 휴일비상근무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지난해 12월에는 'LH 경영정상화 방안'을 확정, 전직원 임금 10%반납, 인력감축, 고유목적외 사업 정리, 사업시스템 개선 등 강도 높은 자구노력은 물론 138개 신규사업의 지속 추진 의지를 다졌다.
출범 이후 두 차례에 걸쳐 1, 2급 직원 75%를 물갈이하고 304개 직위에 하위직을 대거 발탁하면서 부서의 통폐합에 따른 거대 조직을 단순화했다.
지난해 초에는 본사 인원의 25%(500여명)를 사업현장으로 배치했고 올 초에는 현장사업단을 확대, LH 전체 인력의 57%(3750명)를 고객 접점으로 전진배치했다.
아울러 신뢰받는 국민공기업으로 새롭게 태어나고자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간부직원에 대한 재산등록 및 청렴도 평가, 국민권익위원회와 공동으로 부패영향평가 등 강도 높은 부패방지정책을 지속 추진해왔다.
그 결과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시행한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에서 공기업 중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고, 부패방지 시책평가에서 '매우우수'기관으로 선정되는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이 같은 노력은 경영정상화의 싹을 틔우는 결과를 가져왔다.
LH는 2014년부터 사업수지 흑자 전환 및 금융부채비율 감소 등 재무개선의 전기를 마련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올 상반기 결산결과 금융부채의 증가속도를 대폭 완화시키고 지난 한 해 당기순익 3733억원 보다 많은 3863억원의 당기순익을 내는 등 효과가 가시화 되고 있다.
다양한 판매촉진전략과 지방 중심의 부동산 시장 회복으로 매출이 7조30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대비 50% 증가했다.
부채 증가 속도가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 상반기 결산에 따르면 자산 152조, 자본 27조3000억원, 부채 125조원이다. 지난해 말 90조7000억원에 달했던 금융부채 역시 상반기 중 4조3000억원 증가한 95조원에 그쳤다.
당초 올해 금융부채가 20조원 증가한 약 110조원에 달할 것이란 예상을 뒤바꾼 결과다.
◇ 신규사업, 주택공급 사업 마무리에 박차
현재 LH의 사업조정은 고양원흥, 하남미사 등 이미 보상을 착수하였거나 보상공고를 낸 사업이 13개 지구, 행정절차를 완료한 지구가 32개 지구다. 현재 사업조정이 완료되지 않은 사업지구 역시 조속한 시일 내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LH는 전세난 해소를 위해 지난해 1만6천호에 그친 주택 착공을 올해 말까지 6만2000호로 늘리고, 신축 다세대 임대주택 2만호 매입, 다가구 매입임대 5600가구, 전세임대 1만2000가구, 도심형 생활주택 등 임대주택 공급확대를 추진할 방침이다.
신규사업 138개 지구(195㎢, 143조원 규모)에 대한 사업조정이 완료될 경우 70조원 내외의 사업비가 축소될 전망이다. LH는 사업착수시기 조정 등을 통한 사업비 이연효과 40조원 내외를 포함하면 모두 110조원 내외의 사업조정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2014년부터는 사업수지가 흑자로 전환되고, 2016년부터는 금융부채가 감소세로 전환돼 안정적 경영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LH의 분석이다.
◇ 앞으로의 과제..'신성장동력 개발'
LH의 신속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아직도 해야 할 일과 제도개선이 산적해 있다.
구조적 부채증가를 유발하고 있는 임대주택 사업을 위한 정부 재정지원 현실화는 물론 주택기금 융자금에 대한 출자전환 등 근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현재 LH의 국민임대기금 융자금은 약 20조원 규모로 출자전환시 금융부채 비율이 405%에서 168%로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LH의 부채증가와 재무구조 악화는 공사로써 공적역할 수행을 지속하는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LH는 재무적 안정을 유지하면서 국민이 요구하는 주거안정과 국토개발사업을 모두 적기에 수행해 나갈 수 있는 선순환형 사업구조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사업을 통해 발생한 적정 수익으로 다시 공익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LH는 선순환형 사업구조가 정착될 경우 투하자본의 확대재생산을 통해 부채가 근본적으로 축소되면서 재무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택지개발 등 개발사업의 수요 축소에 대비한 신성장동력 사업 강화도 필요하다.
그린홈 등 녹색성장 사업, 도시재생사업, 토지은행 등 토지비축사업, 개성공단 2단계 등 남북협력사업, 해외신도시 개발사업, 토지·주택 정보화 사업 등과 같은 새로운 사업추진 방식과 미래에 대비한 역량 강화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지송 사장은 "지난 2년은 하루하루가 도전과 변화의 연속이었다"며 "국가 발전에 헌신하고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LH가 되도록 모든 열정과 마음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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