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 기자회견 일문일답
2011-09-28 05:07:17 2011-09-29 10:28:38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양승태 신임 대법원장이 27일 취임식 후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가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법부 수장으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양 대법원장은 먼저 "사법부의 문제는 실타래 처럼 얽혀 있어 알렉산더 대왕처럼 단칼에 해결할 수 없다"며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법원이 바쁘면 사회가 불안하고, 사회가 불안하면 국민이 불행하다"며 "보이지 않게 차분히 움직이고 개선하는 것이 사법부의 속성에도 맞고 국민들 보기에도 좋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양 대법원장과 기자들의 일문일답
 
-대법관 구성에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번에 대법관 2명을 제청하게 되는데 다양성이 떨어지더라도 능력과 실력을 중시할 것인지, 다양성에 중점을 둘지, 대법관 제청에 대한 소신을 말해 달라.
 
"대법원은 법령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가진 사람이 있어야 법령을 올바로 해석할 수 있다. 그래야 대법원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외형적으로 다양한 모양새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특정학교, 특정지역이라고 다양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일색이 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또 지금 대법원은 연간 3만6000건이 접수된다. 그러다 보니 법령해석보다는 하급심의 잘잘못을 따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법원의 본래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소양과 실력을 갖춘 사람이 필요하다."
 
-대법원의 과도한 재판업무에 대한 해결 방법은.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상고허가제가 맞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적으로 상고허가제가 없는 나라가는 거의 없다. 대법원은 하급심의 잘잘못을 따지는 곳이 아니다. 대법원 본래의 기능을 위해서는 상고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대법관 증원은 왜곡된 대법원의 모습을 심화시키는 것이다. 원론적인 부분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것이 도리다. 구체적으로 국민이 원하는 모습이 뭔지 고민해봐야겠다."
 
-사법개혁과 관련해 국민들이 사법부와 입법부가 대립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면도 없지 않다.
 
"입법부의 의견을 당연히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사법부도 권력분립의 한 축이다. 입법부의 뜻을 존중하지만 입법부도 사법부를 존중해야 한다. 법률이 부당해도 명백하게 명시하고 있다면 재판으로 그것을 다르게 해석해선 안된다. 입법권의 침해다. 그러나 입법부도 사법부에 대해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보수적 성향이 강하다는 우려도 있다.
 
"내가 보수적이라고 비판하는 기사를 많이 봤다. 그러나 이해가 안 간다. 대학 때는 '반골'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지금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 내 성향은 보수라고 할 수 없다. 다만, 자유민주주의 시민으로서 법을 지키고 수호하는 면에서는 단호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내가 한 재판은 그런 기조에서 나온 것이다. 일률적으로 진보 · 보수로 줄을 세워 전혀 까닭 없는 흠을 잡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재판제도 개선과 관련 국민참여재판의 확대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배심제는 적극 추진해야 할 업무다. 다만 비용이 많이 들고 절차상 쉽지가 않다. 때문에 민사사건까지 확대하는 것은 버거울 수도 있다."
 
-인사청문회에서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배분하겠다고 했는데.
 
"인사권 분산은 과거부터 가져온 생각이다. 법원장들의 건의를 적극 받아들이든 법령을 개정하든 적절한 방법을 연구, 검토할 생각이다."
 
-대법원 구성과 관련, 이용훈 대법원장 체제를 유지할 것인지.
 
"이 대법원장께서 처음 대법관을 구성할 땐 파격적이었다. 그러나 이후부터는 다시 전통적 패턴으로 회귀했다. 필요할 땐 이 대법원장처럼 파격적인 것도 가능하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대법원이 다양하게 구성되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유능한 법관들이 조기퇴직하지 않게 하는 방법으로 업무경감과 급여 인상 등을 언급했는데.
 
"우리 법관이 2550명 정도인데 법관을 늘려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감당이 안된다. 급여도 올려야 하지만 다른 공무원과 균형을 맞춰야 한다. 그러나 처우가 맞지 않아서 법관이 나간다면 안될 말이다. 법조일원화가 정착되면 거기에 상응하는 처우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러 방안을 수립하겠지만 쉽지 않은 문제다."
 
-내년에 나오는 로스쿨 출신들의 수급방안은.
 
“로클럭 등을 도입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시장경제에 맡겨야 한다. 배출해놓고 '책임져라'는 식으로 하면 본래 취지와 맞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로스쿨이 다양한 분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로서의 수단이다. 다양한 분야에 진출함으로써 개인적인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청와대에서 요구한 대법원장 후보 인사검증 동의서를 내지 않은 것이 사실인가.
 
"지금와서 이야기 하지만 사실이다. 그때는 대법원장 될 생각이 없었다. 그후 일단락 될줄 알고 트레킹을 갔다. 일단 트레킹 코스에 들어가면 전화가 안된다. 코스 입구와 마을에서만 가능할 뿐이다. 집에 안부전화를 했다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 후 여러 친지들이 법원에 그동안 있었으면 나라에 선택권을 주는 게 옳지 않느냐는 의견을 보내왔다. 그래서 임명권자에게 선택권을 넓히도록 해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임명권자가 직접 연락한 적은 없다."
 
-'도가니'라는 영화가 화제다. 혹시 보셨는지.
 
"영화는 보지 못했다. 간단히 보고를 받았다. 구체적 내용(형량) 등은 원래 사건과는 조금 다른 걸로 알고 있다. 또 당시와 지금 적용되는 법규정도 많이 다르다. 지금이 훨씬 강화됐고, 양형도 무거워졌다. 국민들께서 관심이 많은데 어떤 방식으로든 해명할 필요도 있을 것 같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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