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지기자]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으로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며 글로벌 경제에 어떤 충격이 가해질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S&P는 19일(현지시간) 이탈리아의 장기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단계 하향 조정하고 전망은 '부정적'으로 유지했다. S&P의 신용등급 체제에 따르면, 이는 S&P 기준 투자부적격(정크)보다 5단계 높은 수준이다. 단기 등급은 'A-1+'에서 'A-1'로 하향 조정했다.
S&P는 성명을 통해 "이탈리아의 경제 성장 전망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고 정치적인 대립이 계속되며 국내외 거시경제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문제"라며 강등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이탈리아는 재정긴축 프로그램이 경제적 성과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탈리아의 국가채무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20%로 유로존 국가들 중 그리스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 이탈리아 신용등급 예견된 악재?
칼 웨인버그 하이 이코노믹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은 시장에 이미 반영된 악재였다"며 "이탈리아의 국가 채무 비율은 그리스 다음으로 높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 단계 강등된 결과인 'A'라는 등급도 이탈리아 상황에서는 높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스테판 로버츠 노무라 증권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또 다른 신용 강등 소식일 뿐"이라면서도 "이탈리아 신용 등급 강등 소식은 그리스 문제와 겹쳐 시장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탈리아가 유로존 3위 경제권인 만큼 신용등급 강등 여파는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칼 등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럽 은행권의 이탈리아 국채 보유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또 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으로 이탈리아 대형 은행들이 유동성 위기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 속, 인테사 상파울로 스파,유니크레딧 그룹 등 이탈리아 은행주들의 폭락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 "문제는 신용 등급 강등이 아니다"
로버트 알베르슨 샌들러 파트너스 수석 투자 전략가는 "이탈리아 신용등급이 강등됐다는 것 자체가 악재가 아니다"며 "유럽 재정 위기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다는 신호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S&P의 결정이 현 상황의 심각성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미래의 불확실성을 근거로 이뤄진 것이라 문제는 더 크다"며 "유로존 부채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판단했다.
데니스 가트만 가트만 데일리 편집자는 "유로존 체제의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며 "유로존 문제가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 'PIGS(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국가의 신용등급이 일제히 강등된 최악의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제임스 폴센 웰즈 캐피탈 매니지먼트 선임 투자 전략가는 "S&P는 미국의 신용 등급을 강등한 바 있는 신용평가사로, 일부 투자자들은 S&P의 결정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며 다른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강등 결정보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을 제시하기도 했다.
뉴스토마토 김민지 기자 mj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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