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애플'같은 기업 만들고 싶다면?.."동반성장 경영체제로!"
정영태 동반성장위 사무총장
2011-09-15 09:16:08 2011-09-15 09:18:11
영국의 브랜드 컨설팅 기업 '브랜드 파이낸스'는 매년 전 세계 브랜드 가치를 조사해 상위 500개 글로벌 브랜드를 발표한다.
 
올해 1위는 구글, 2위는 마이크로소프트, 3위는 월마트다.
 
아이폰으로 세계를 호령하는 애플사는 8위로, 지난해 20위에서 12계단이나 뛰어올랐다.
 
이들 기업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의 시장장악력의 바탕에는 수많은 협력업체들과의 발전적인 파트너십 관계 즉 '동반성장'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잘 알려진 대로 구글과 애플은 협력기업과 함께 성장하는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혁신적인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냈다.
 
가격을 무기 삼지 않고, 협력업체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그들의 독창적인 경쟁력으로 승화시켰다. 이는 다시 미국의 탄탄한 소프트웨어(SW)생태계 구축으로 연결돼 사회 전체의 동반성장을 이끌고 있다.
 
유통의 대명사 월마트는 손쉽게 할 수 있는 납품단가 후려치기가 아니라 직거래를 늘리는 방법으로 원가절감 노력을 계속한다.
 
P&G, 존슨앤드존슨과 같은 회사와 공동으로 물류협력체제를 갖춰 경쟁업체들을 압도해왔다.
 
´월마트 지속가능성 어워드(Walmart Sustainability Award)´를 제정, 월마트의 지속가능발전에 기여하는 협력업체에 동기부여는 물론 양측의 동반성장을 도모하기도 한다.
 
제조업에 해당하는 HP도 좋은 사례다.
 
브랜드 가치 13위에 랭크된 HP는 기업 외부와의 동반성장을 극대화 하는 'e-inclusion' 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HP는 동반성장의 영역을 협력기업을 넘어 정부, 개발기구, 비영리기구, 개인들과의 파트너십 구축으로 확대하고 하나의 '생태계'로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새로운 경쟁력, 신제품 및 서비스를 동시에 획득하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대기업들은 모든 산업분야에서 기업 간 네트워킹, 즉 동반성장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그들은 동반성장을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 혹은 수단으로써 '자발적'으로 실천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반성장을 기업에 부과되는 패널티로, 혹은 공정거래법 준수 수준으로 인식하는 우리 기업들과는 발상부터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미 세계 경제는 기업 간 경쟁이 아닌 기업 네트워크 간의 경쟁구도로 변화한 지 오래다.
 
급변하는 대내외적 환경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해당분야에 강점을 가진 타 기업들과 상생 협력만이 최선의 대안이다.
 
그래서 원활한 동반성장 실천을 위한 몇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먼저 동반성장에 대한 인식을 시혜의 차원에서 발전의 차원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우리 기업들은 동반성장을 또 하나의 경영 부담 요인이라고 한다. 혹자는 간섭이라고도 말하고, 시장경제에 대한 몰이해라고도 한다.
 
그러나 동반성장은 대기업을 벌주려는 것도, 중소기업의 편을 들려는 것도 아니다.
 
동반(同伴)이라는 글자 그대로 우리 대·중소기업이 함께 발전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마지못해 협력기업에 시혜를 베풀라고 동반성장을 강권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 자신을 위해서 동반성장을 권하는 것이다.
 
둘째로 동반성장을 기업 내부에 시스템화 시켜야 한다.
 
기업별, 산업별로 적합한 동반성장 모델은 다르다.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네트워크 실행과 역량을 제고할 것이 아니라 자사에 적합한 동반성장 실행 시스템을 구축해 맞춤형 동반성장 활동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목표설정, 프로세스 진단 및 개선, 전담 팀 구성, 세부 실행계획 수립, 내부평가시스템 및 심사분석 등을 아우르는 동반성장 경영체계를 구축해야 하며, 이는 동반성장의 실행 노하우 축적은 물론, 기업의 지속성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작동할 것이다.
 
셋째로 동반성장의 본질에 접근한 창조적 모델에 집중해야 한다. 즉 동반성장의 질적인 수준을 한 단계 높여보자는 것이다.
 
더 이상 적정단가 보장, 대금지급일 준수 같은 당연한 공정거래법 준수를 동반성장으로 포장하지 말자. 공정거래는 동반성장의 기초가 될 망정 본질은 아니다.
 
보다 적극적으로 대중소기업간 공동 기술개발과 이를 기초로 글로벌 시장에 동반진출을 모색하는 한편 오픈이노베이션 방식의 개방형 동반성장도 접목해보자.
 
동반성장을 통한 새로운 아이디어로 수혈로 관료화 되고 쉽게 경직되는 기업의 큰 몸집에 활력을 불어넣자.
 
무한 경쟁시대를 이겨내는 핵심은 원가절감이 아닌 외부협력을 통한 끊임없는 혁신, 바로 동반성장이다.
  
우리 기업들이 어서 이 명료한 사실을 깨닫고 행동에 옮기기를 기대해본다. 
 
정영태 동반성장위원회 사무총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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