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제언 기자] 6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63빌딩 컨벤션센터.
금융투자협회가 주최한 '100세 시대 도래' 국제심포지엄 행사가 열린 이곳에는 아침 부터 모여든 수십명의 기자들이 오후 3시가 다되도록 자리를 떠나지 않고 누군가를 눈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이날 행사의 최고 '대어급' 연사인 마틴 펠드스테인(Martin Feldstein) 하버드대 교수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이날 한시간 가량의 기조연설을 끝낸후 참석한 언론사 기자들과 공식 기자회견이 예정되어 있었다.
펠드스테인 교수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출신으로 현재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세계 경제계의 대스타다. 버냉키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가진 그에게 미국 경제를 비롯해 세계 경제에 대한 선견지명을 들을수 있다는것은 기자들에게도 절대 놓칠수 없는 기회였다.
그런데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펠드스테인 교수가 기자들이 가득찬 기자회견장을 들여다 보고는 갑자기 '바쁜 일이 생겼다'라는 한마디만 남겨둔채 도망쳐 버린 것.
아침부터 이 인터뷰를 위해 하루종일 대기했던 기자들에게는 황당한 일이었다. 배움에 깊이가 얕은것도 아니고 살아온 경륜이 짧지도 않은 국제적인 저명인사가 일언반구도 없이 일정을 취소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일.
잔치집에 초청을 받아도 부득이하게 못가게 됐을때는 사정 설명을 하고 양해를 구하는것이 우리들이 알고 있는 예의.
우리나라 금융투자업계를 대표하는 금투협과 하루종일 기자회견을 위해 기다려온 언론사들을 얼마나 무시해야 이런 행동을 할수 있을지 감히 상상조차 어렵다.
펠드스테인 교수는 금투협의 심포지엄에 참석하고 기자회견을 하는 조건으로 상당한 금액의 돈을 받았다. 거기에 체류비와 항공료 까지 합치면 무시할수 없는 액수의 돈을 쓴 셈이다.
유명인사를 초청해 자리를 빛내고 행사의 격조를 높이려고 했던 금투협은 결국 체면만 구겼고, 하루종일 기다렸던 기자들은 시간을 허비 했으며 펠드스테인 교수는 한시간 연설로 짭잘한 용돈을 벌었다.
기자회견장을 떠나 홀연히 사라진 그는 지금 어디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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