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지난 월요일부터 서울 을지로쪽 명동 입구의
외환은행(004940) 인근에서는 더 이상 '빨간 옷'을 찾을 수가 없다. 이 은행 노조원들은
하나금융지주(086790)의 외환은행 인수를 반대하며 하계 투쟁복으로 빨간 반팔티를 입다가 이번 주 들어 다시 정장으로 바꿔 입었다. 7개월 만이다.
앞서 지난달 29일 래리 클레인 은행장과 김기철 노조위원장은 회동을 갖고 은행 발전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클레인 행장은 론스타 배당과 관련 "국민과 직원 정서를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했고 노조는 대승적 차원에서 투쟁복을 벗기로 한 것이다.
노사 간 이 같은 합의에는 사실 날로 악화되는 외환은행의 실적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 1분기 다른 은행은 분기당 최고 1조원의 수익을 내고 있을 때 외환은행만 1986억원으로 46%나 급감했다.
제조업처럼 눈에 보이는 상품이 없는 금융에서 '고객 신뢰'는 생명이다. 노조의 장기 집회로 충성고객이 이탈하고 영업력이 훼손되면서, 늦게나마 노사가 손을 잡은 것이다.
클레인 행장도 영업력 회복에 적극 나서는 모습니다. 클레인 행장은 지난달 27일 주요기업 경영자를 초청해 간담회를 가진 데 이어 오는 8일에는 전국부점장 워크숍, 18일에는 'KEB 재도약 선포식'을 열기로 했다.
그러나 클레인 행장의 진정성에는 깊은 의문이 든다.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의 고배당을 사실상 용인한 사람이 클레인 행장이다. 진정 외환은행을 아끼는 최고 수장이라면 은행의 영업지속성과 건전성을 위해 론스타의 고배당을 자제시켜야 했다. 재작년 3월 취임 당시 "은행 건전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라고 했던 말이 무색할 정도다.
클레인 행장은 지난 3월말 열린 주주총회에서 "고배당을 자제하라"는 은행 직원들의 하소연에 대해 "이제 표결에 들어가겠다"며 배당을 결정해버렸다.
이어 2분기가 막 끝난 7월 1일, 론스타는 임시이사회를 긴급 소집해 주당 1510원씩, 9738억원의 중간 배당을 결정했고 론스타는 이중 4968억원을 챙겼다.
금융당국이 클레인 행장을 불러 "고액배당 자제"를 권고했지만 공염불에 그쳤고 클레인 행장은 나빠진 국내 여론을 뒤로 한 채 이사회 직후 곧장 3주간 해외 휴가와 영업전략 회의를 가버렸다.
겉에서 본 클레인 행장은 외환은행의 '대표'가 아닌 사실상 론스타의 '대리인'에 불과하다. 대표가 아닌 대리인은 대주주를 상대로 설득에 나설 수는 없기 때문에 고배당이 결정된 것이다.
현재 상황으로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는 고등법원의 확정판결이 나는 9월 중 유력해보인다. 사실상 임기가 2개월도 안 남은 '론스타의 대리인' 클레인 행장이 이제 와 외환은행을 걱정하는 척 하며 "영업력 강화에 나서겠다"는 행동이 안스러워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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