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종호기자] MB정부 임기 후반이 가까워지면서 한국 경제가 총체적 난국을 맞고 있다. 물가, 소득, 양극화, 가계부채, 저축은행 사태 등 경제 곳곳에 암초가 불거져 나오고 있지만 해결책은 묘연하다. 수출만이 홀로 경제성장의 버팀목이 되고 있지만 하반기 이후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란 우려다. 이런 난맥상 속에 MB노믹스의 후반기를 이끌고 있는 경제 수장들이 시장과 업계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점검해본다. [편집자]
박재완 재정부 장관
기획재정부를 야구에서의 '포수'에 비유하며 출발한 박재완 재정 장관이 지난 2일 취임 한 달을 맞았다.
박 장관은 재정부 국제조세과에서 2년여 근무한 뒤 교수로 오래 재직한 탓에 취임 초 재정부 안팎에서는 '조직 장악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사실상 재정부 내에 아는 사람이 몇 안될 정도로 '자기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취임 한달을 맞은 현재 "박 장관이 포수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일단 재정부 내 안착에 성공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작 정책 방향설정과 경제운용에서는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물가 급등에 밀려 물가안정을 경제운용 최우선에 두겠다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물가안정과 양립하기 어려운 '성장'과 '감세' 등 MB노믹스의 핵심 과제를 포기하지 않는 듯한 자세다.
정책 동반자인 여당에서 추가 감세 철회와 반값 등록금 요구가 터져나오는가 하면, 재계에서는 반대로 이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고 있어, MB정부 3기 경제팀을 이끄는 박 장관이 앞으로 더 거친 시련을 피할 수 없다는 예상이다.
◇ 정치권과 재계에 던진 견제구..내성만 강화시킬 수도
우선 그는 취임하자마자 정치권에 견제구를 던졌다. 지난달 2일 취임식에서 "복지 포퓰리즘 막을 스파르타 전사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명과 실이 부합하는 경제, 지표경제보다 체감경제에 더 중점을 두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달 동안 "복지 함정에 빠져선 안된다"(6월15일 경제정책조정회의)며 지속적으로 복지 포퓰리즘을 지적하는 발언을 쉬지 않았다.
"복지 포퓰리즘 단호히 대응, 재정건전화 추진한다"(6월 22일 경제정책조정회의)
"과거 사례로 볼 때 내년 양대 선거를 전후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한 각종 재정지출 요구의 분출이 재정건전성 관리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남유럽, 일본 등과 같이 정치적 포퓰리즘과 맞물려 각종 선심성 재정사업의 확대와 재정규율의 약화로 경제가 거덜난 전철을 밟지 않도록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6월 22일‘2011~2015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열린 나라살림 토론회')
재계를 향한 견제구도 잊지 않았다. 지난달 8일 첫 경제조정정책회의에서 그는 "경제회복의 온기가 서민들에게 골고루 전달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성장의 과실을 함께 공유하는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MB노믹스의 골자인 법인세와 소득세 감면을 통한 "친기업"정책을 유지하고 있는데도 재계가 성장과실을 나누지 않는다는 간접적인 경고를 한셈이다.
"OECD, IMF 등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이미 수많은 연구를 통해 감세정책에 따른 세입기반 확대 효과를 지지하고 있다.(6월 20일 '글로벌 녹색성장 서밋 2011')
"법인세와 소득세 모두 예정대로 감세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굳이 감세정책의 우선순위를 매긴다면 법인세 감세가 1순위, 소득세 감세가 2순위이다 "(6월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야구게임의 완급을 조절하기 위해 던진 견제구는 상대방의 긴장감을 유발한다. 결국 정치권과 재계를 향한 그의 견제구는 양쪽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달 23일 박 장관에게 추가감세 철회를 놓고 공개 맞장토론을 제안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같은달 24일 경제5단체장 상견례 자리에서 "오늘날 중요한 정책결정에서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는 순수하고 분명한 원칙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이례적으로 '강한' 인사말을 건냈다.
◇ 물가와 성장 딜레마에 갈등하는 '포수'
지난달 30일 박재완 장관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4.5%로 하향 조정하고 물가를 잡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고 밝혔다. 취임 초부터 밝힌 물가 잡기를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으로 설정한 것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물가상승이 수요측 요인으로 전환되고 있다. 물가안정을 위해 가능한 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야 한다"(6월 10일 물가관계장관회의)
"우리나라의 가격구조가 선진국들과는 달리 하방경직성이 강해 한번 오르면 떨어지질 않는다. 이는 경쟁을 제한하는 구조로 돼 있기 때문이다"(6월 13일 머니투데이 초청 조찬강연)
그러나 물가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밝힌 지난달 30일 행정안전부는 지하철, 버스 등의 요금을 최고 15%까지 인상할 수 있는 지방 공공요금 인상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대놓고 물가를 올릴 순 없을 것"이라며 "공공요금을 올릴 수 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물가를 정책의 우선순위로 둔다는 것은 레토릭에 불가하다"고 지적했다.
즉 성장 우선 정책인 MB노믹스 설계자인 포수가 야구경기 7, 8, 9회 정도 남은 시점에서 그동안 유지해온 경기 방침인 성장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박 장관은 "전임 윤증현 장관이 3회부터 7회까지 롱 릴리프를 잘 이끌어서 (이명박 정부 경제팀은) 승리요건을 갖췄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고물가가 유지되고, 가계부채는 감당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작전참모인 포수가 앞서 실패한 경기운용 방침인 성장에 미련을 버려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9회말로 갈수록 '성장' 카드에 미련을 버리고 최소한 '물가'만이라도 잡길 바라는 국민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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