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후 4시 경 열린 긴급임원 회의에서 김승유 회장은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인수가 결국 실패하면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지난 2006년에도 외환은행 인수에 나섰다가 국민은행에 밀려 한 차례 고배를 마신 적이 있었다.
앞서 김 회장은 지난 3월 16일에 금융위가 인수 승인 심사를 하지 않기로 하자 "쓰나미 같은 충격"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이후 두 달간 "당국의 결정을 기다릴 뿐"이라며 여유를 보였지만 계약 만료일인 24일까지 승인이 불투명해지자 다소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김 회장은 13일 오후 시내 모 호텔에서 열릴 긴급 이사회에서 거취를 결정할 예정이다. 사퇴 가능성도 얘기되나 하나금융은 이를 강력히 부인하는 분위기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그만큼 비장한 각오라는 뜻 아니겠냐?"며 "계약연장 가능성도 남아있다"고 말했다.
◇ "FI 잡아둬야 하는데..."
김 회장이 제일 먼저 해결해야 할 부문은 35개 재무적 투자자(FI)들을 달래는 일이다. 외환은행 인수 자금 부족분을 해소하기 위해 유치했던 이들 FI들이 인수 승인 지연으로 인해 겪는 재무적 피해를 보상하는 게 첫째 과제로 꼽힌다. 최악의 경우 FI 들은 소송에 나설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배당이나 이자지급으로 당분간 FI들을 더 잡아둘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론스타가 계속 한국에 남아 더 많은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론스타로서는 이번 승인 보류가 결코 손해보는 장사가 아닌 셈이다.
작년 말 기준, 외환은행에 유보된 배당 가능익은 3조2000억원에 달한다. 4월초 1조600억원의
현대건설(000720) 매각 차익에 하반기로 예상되는
하이닉스(000660) 매각익 6000억원까지 약 2조원의 이익을 더 챙길 수 있다. 론스타는 이미 투자원금을 회수한 상태다. 승인이 지연될 수록 론스타가 챙길 이익은 더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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