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관종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이전 문제가 또 다른 지역 갈등과 정치 논쟁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동남권신공항 백지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분산 배치, LH 이전문제까지 대규모 국책사업과 관련된 마찰과 대립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정국이 조용할 날이 없다.
특히 이번 LH 이전 문제는 영남권 내 갈등을 일으킨 동남권신공항 문제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까지 번질 수 있는 영호남간 대립으로 확산되고 있다.
당초 정부는 지난 2005년 노무연 대통령 집권 당시 경남 진주에 주택공사를, 전북 전주에 토지공사를 분산 이전할 방침이었다.
이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뒤 2009년 10월 두 공사가 LH로 통합되면서 '진주 일괄이전'이 거론돼 왔다.
하지만 두 지역의 엇갈린 주장으로 '일괄'과 '분산' 사이에서 눈치만 보던 정부가 결정을 미루면서 지역간 마찰이 수년간 지속되고 있다.
경남도는 LH 통합 전 주공의 규모가 토공에 비해 1.5배 컸던 것을 감안, 진주로 통합 이전하는 게 옳다는 주장이다.
반면 전주는 지역균형발전을 이유로 사장과 기획부서 등 인력의 24%는 전주에, 나머지 사업부서는 진주에 두는 분산 배치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분산이전' 당론..도지사들 대립 `첨예`
이런 가운데 민주당이 전북의 요구를 받아들여 LH의 경남-전북 분산 배치를 당론으로 결정했다.
손학규 대표는 지난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LH는 기능적으로 분산 배치해야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며 "LH 분산 배치는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당연하며, 당의 입장에서 지지한다"고 말했다.
김완주 전북도지사는 6일 분산배치를 요구하며 삭발을 단행했다. 민주당의 가세로 전북의 '분산이전' 입장이 더욱 강경해진 것이다.
김 지사는 이날 삭발에 앞서 LH 본사유치추진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와 '범도민 비상시국 선포식'을 열고 "정부의 분산배치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며 "특정지역이 승자독식 하는 일이 없도록 분산배치를 위한 싸움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비상체제를 선포한 비대위 역시 21일 서울 궐기대회와 5월 서울 청계천 광장 문화축제를 열기로 하는 등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한편, 경남도는 서울 지하철, KTX 모니터 광고 등을 통해 경남 일괄이전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지역 국회의원 등과 간담회를 추진하는 등 총력전을 벌일 계획이다.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경남은 전북도와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전북지사가 과도하게 대응하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며 "LH의 일괄이전에 대한 입장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 영호남 갈등 `폭탄`..분산이전이 대세(?)
동남권신공항 백지화 이후 정부의 '영남 달래기 카드'가 LH 일괄 이전설로 흘러나오면서 전북의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
MB 공약사업의 잇따른 백지화로 정부에 대한 국민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영호남 갈등까지 불거질 경우 정부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와 여당은 이번 사태로 더 이상 영호남 갈등의 골이 깊어지길 원치 않는다.
결국 일괄이전이 아닌 분산이전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여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당 내부에서도 지역균형 발전과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 '분산이전'으로 결정돼야 한다는 의견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내부 인사는 "신공항 백지화 대신이라는 논리는 호남은 물론 영남지역에서도 통하지 않는다"며 "일괄이전 했을 경우의 파장이 만만치 않으리란 것은 현 시점에서도 예상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역 균형발전과 갈등해소 둘 다 중요한 만큼 이전 문제는 신중하면서도 빠르게 처리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토마토 박관종 기자 pkj3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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