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기자] 부동산경기 악화로 건설시장이 최악의 상황을 맞아 지난해 중견건설사들의 실적은 대부분 나빠졌지만 일부 대주주들에게 실익이 돌아가는 배당액은 그대로여서 오너 등 대주주들의 모럴해저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금융감독원과 업계에 따르면
동부건설(005960)은 지난해 현금배당금으로 총 59억5200만원을 썼다.
전년(2009년)과 같은 금액이지만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76억1800만원으로 전년에 비해 85.6%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높은 배당액이다. 이에 따라 현금배당성향도 2009년 11.2%에서 78.1%로 올랐다.
두산건설(011160)도 비슷하다. 두산건설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59억4600만원을 기록해 전년에 비해 88.3%감소했지만 총 113억4500만원을 배당해 배당액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 배당우선 경영..순이익보다 배당액이 더 많아지기도..
이 때문에 현금 배당성향은 지난해 190.8%에 이르러 순이익보다 배당액이 많아지는 웃지못할 상황을 연출했다.
영업손실이 나도 배당을 진행하는 기업도 있다.
코오롱건설(003070)은 지난달 말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결산배당으로 우선주 주당 50원의 현금 배당을 결정했다.
지난해 코오롱건설은 영업손실이 95억4100만원으로 적자 전환된 상태고, 당기순손실도 495억5100만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배당금을 주는 것 자체는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인 만큼 크게 문제될 것은 없지만 최근의 불황에도 주주들이 무리하게 기존에 받던 수준의 배당금을 요구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회사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대주주나 오너일가가 많은 주식을 갖고 있는 건설사들은 배당액에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현대엠코의 경우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지분 25.06%,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1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정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글로비스는 24.96%의 지분을 갖고 있어 2대주주다.
현대엠코 지난달 말 주주총회서 총 500억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하기로 결정했다.
◇ 오너일가와 대주주에게만 이익 돌아가..심각한 모럴해저드
덕분에 정의선 부회장은 배당금으로 125억 여원을 챙기게 됐다. 글로비스 지분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더 많은 수익을 얻게 된 것이다.
현대엠코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673억원을 기록했기 때문에 현금배당성향이 74.3%에 달한다. 배당성향은 2008년 33.2%, 2009년 55.8%로 계속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회사의 영업이익은 ▲2007년 915억원 ▲2008년 766억원 ▲2009년 392억원으로 지난해를 제외하곤 계속 감소추세다. 경영자라면 현금배당을 늘릴 상황이 아니라는 것쯤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상황인데도 현금배당은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한라건설(014790)의 경우도 정몽원 대표이사의 지분율이 21.93%에 달하고, 학교법인과 자녀들이 갖고 있는 주식까지 합하면 총 28.72%의 회사 주식을 특수관계인이 갖고 있다.
한라건설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036억원으로 2009년에 비해 14% 가까이 줄었으나 배당금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초 대규모 유상증자로 배당총액은 2009년 50억7800만원에서 지난해 120억원으로 늘었다.
KCC건설(021320)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476억원, 배당성향은 12.19%를 기록해 매우 안정적인 배당을 하는 회사지만 (주)KCC를 비롯해 정몽열, 정상영씨 등 일가의 주식비중이 66.52%에 달한다.
결국 회사의 실적과 상관없이 배당이 이뤄지는데 현금으로 이뤄지는 배당은 오너 일가와 모기업에 대부분의 수익이 돌아가는 구조인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기업의 배당에는 기본적인 배당성향을 유지하려는 회사와 절대적인 배당금액을 유지하려는 회사 등 크게 두 종류가 있다고 본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배당을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회사 주주의 성향에 따른 자유"라면서도 "대주주가 지나치게 기존 배당수익을 유지하려 한다면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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