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국내 8개 금융지주 이사회가 지난해 처리한 의결 안건의 99%가 원안대로 통과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이사회에 형식적인 의결 관행에서 벗어나 경영진에 대한 실질적인 견제와 책임 있는 의사결정에 나설 것을 주문했습니다. 특히 연말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인선을 앞두고 이사회가 후보 검증과 승계 절차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원장은 28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등과 정례 간담회를 개최했습니다.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과 내부통제 강화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입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8개 은행지주 이사회가 처리한 의결 안건은 총 993건입니다. 이 중 983건(99.0%)이 원안대로 가결됐고 수정 가결된 안건은 9건, 보류는 1건에 그쳤습니다.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 대부분이 별다른 변경 없이 통과된 것입니다.
금감원은 사외이사의 반대 표결이 드문 데다 일부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도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원장은 "그간의 사례를 볼 때 사외이사가 안건에 대해 반대 표결한 경우가 매우 드물며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도 이사회 차원의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경영진이 제공하는 자료에만 의존하지 마시고 적극적인 자료 요청, 외부 전문가 활용 등을 통해 안건을 심도 있게 검토하는 등 이사의 충실의무를 다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사업 다각화와 경영진 보수, 성과평가(KPI) 등 주요 경영 현안에 대해서도 회사와 주주의 장기적인 이익을 고려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또 사외이사에게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해 금융산업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을 높일 것을 요청했습니다.
금융당국이 마련 중인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방안은 이사회의 독립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CEO 승계 절차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 원장은 제도 개선과 함께 사외이사의 독립적 판단과 책임 있는 역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원장은 "현재 금융지주 자회사 CEO의 승계 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배구조 개선 방안의 취지를 충분히 반영해 자회사 CEO 승계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다 강화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금융권 해킹 사고와 해외 점포 금융사고도 거론됐습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금융권에서 사이버 침해사고가 발생한 회사는 16곳입니다. 국내은행 해외 점포의 금융사고는 지난해 12건, 1249억원에서 올해 9월까지 11건, 84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 원장은 "IT 보안을 부수적 업무로 간주해 규제 요구 사항만을 형식적으로 준수하거나, IT 보안 투자를 '비용'으로 인식해 충분한 인력과 자원을 투입하지 않는 행태가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금융사의 사회적 책임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습니다. 은행권 사회 공헌 규모가 올해 처음 2조원을 넘어서는 등 일부 진전이 있었고 5대 금융지주도 향후 5년간 약 70조원 규모의 포용금융 확대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만 금감원은 사회 공헌이 일회성 지원이나 보여주기식 활동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 금고 유치를 위한 행사 협찬금이나 콜센터 보이스피싱 대응 직원 인건비, 고객 유치 이벤트 비용 등을 사회 공헌으로 포장하는 '소셜워싱' 사례도 문제로 제시했습니다.
해외 점포의 금융사고와 내부통제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국내은행 해외 점포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2024년 7건, 1억5000만원에서 지난해 12건, 1249억원으로 급증했습니다. 올해도 7월까지 6건, 809억원의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원장은 본점의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내부통제 성과를 인사·평가 체계에 반영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이 원장은 "신뢰는 가장 오래 남고, 가장 강한 경쟁력"이라며 금융 신뢰 회복을 위한 이사회의 책임 있는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28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KB·신한·하나·우리·NH농협·BNK·iM·JB 등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등과 정례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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