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병덕 민주당 의원의 질의와 이억원 금융위원장의 답변 가운데 주목할 대목이 있었다. 민 의원이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인가 대상을 최대 두 곳으로 제한한 데 법적 근거가 있는지 묻자, 이 위원장은 인가 정책을 추진하면서 사전에 발표한 것일 뿐 '법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의 발언은 법치주의의 근본 원칙을 흔든다. 직업과 영업의 자유가 기본권으로 보장되는 대한민국에서 특정 사업을 영위할 자격을 소수에게만 부여하는 결정을 국회가 아닌 행정위원회가 내렸다는 사실을 위원장이 자인했기 때문이다.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법치(法治)인가, 인치(人治)인가.
기본권 제한은 필요한 경우에 '법률'로써
헌법 제15조는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고 선언한다. 사업자 수를 미리 정해두는 총량 제한은 이러한 기본권에 대한 가장 강한 형태의 제한 중 하나다. 자본이나 전문 인력처럼 개인이 노력해 갖출 수 있는 조건이 아니라, 본인의 능력과 무관한 '자리의 수'로 진입을 막아버리기 때문이다.
물론 공익상 필요가 있다면 사업자 수도 제한할 수 있다. 다만 그 방식은 헌법이 정해두었다. 바로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선언한 헌법 제37조 제2항이다.
국민의 기본권 제한에 법률의 근거가 필요하다는 것이 법률유보(法律留保)의 원칙이다. 헌법재판소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기본권 실현에 관한 본질적인 사항은 입법자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의회유보(議會留保) 원칙도 강조해 왔다.
시장에 몇 개의 사업자를 둘 것인가는 국민의 생업을 좌우하는 문제다. 그 결정은 임명된 행정관료가 아니라 선출된 입법자의 몫이어야 한다.
카지노도, 택시도, 로스쿨도 법률이 정한다
국가가 소수에게만 영업 자격을 허락하는 '강학상 특허'의 영역을 보면, 이 원칙이 우리 실정법에서 어떻게 지켜져 왔는지 분명히 드러난다.
대표적인 사례가 카지노다. 사행산업으로서 강한 통제가 필요한 분야지만, 허가 제한의 근거는 관광진흥법 제21조 제2항에 명시돼 있다. 같은 법 제21조의2 제2호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카지노업을 신규 허가할 때 허가 가능한 업체 수를 공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택시도 마찬가지다.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은 시·도지사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5년마다 택시의 적정 공급 규모에 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어 실제 영업률 등을 고려해 사업 구역별 택시 총량을 산정하고 국토교통부장관에게 보고하도록 한다.
로스쿨 입학 정원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제7조 제1항은 교육부장관이 법률서비스의 원활한 제공과 법조인 수급 상황 등을 고려해 총 입학 정원을 정하도록 규정한다. 또 교육부장관은 총 입학 정원을 미리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이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국회 보고와 관계기관 협의 등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는 장치가 법률에 마련돼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헌재 2009. 2. 26. 2008헌마370 등). 법률에 근거를 둔 총량제조차 법률유보원칙에 따른 심사 대상이 되는 것이다.
면세점과 화물자동차의 총량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보세판매장의 수는 관세법 제176조의4와 관련 시행령에 따라 정해지고, 화물자동차 운송 사업의 공급 기준 역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제3조에 근거를 둔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법체계는 직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총량제에 대해 법률에 근거를 두고, 결정 주체와 고려 요소, 절차를 법령으로 정하고 있다. 단순히 행정절차를 지켰다고 해서 법치주의가 요구하는 모든 요건을 충족한 것은 아니다.
조각투자 유통만 예외인가
금융위원회가 예고한 조각투자 유통의 '최대 2개'는 이 틀 밖에 있다. 자본시장법에도, 시행령에도, 금융투자업규정에도 인가 수를 정하거나 이를 위임하는 조항은 없다. 최대 2개라는 숫자는 2025년 9월 금융위원회 보고 안건과 보도자료에만 있다. 그러나 보고 안건과 보도자료는 국민을 구속할 법규가 아니다.
자본시장법 제14조 제2항은 예비인가 심사에서 신청인이 같은 법 제12조 제2항의 요건, 즉 자기자본, 사업 계획, 인력·전산 설비, 임원, 대주주 요건 등을 갖출 수 있는지를 보도록 정한다. 여기에 '시장 내 사업자 수'라는 요건은 없다.
그런데 청년들이 창업한 스타트업이 인가를 받지 못한 이유는 법정 요건의 미충족이 아니라, 사전에 발표한 '최대 2개'에 포함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법률에 없는 총량 기준을 행정이 정한 숫자로 대신한 셈이다.
헌법의 원칙과 예외가 뒤집힌다
금융위의 논리를 끝까지 따라가 보면 더 근본적인 문제가 드러난다. 헌법의 설계는 명확하다. 자유가 원칙이고 제한은 예외다. 그래서 제한하려는 쪽이 법률을 만들어야 한다. 국가가 국민의 영업을 막으려면 법률에 근거를 두어야 하고, 법률이 침묵하는 곳에서 국민은 자유롭다.
그런데 '법적 근거는 없지만 정책 판단으로 2개로 정한다'는 논리가 통한다면 이 구조는 정반대가 된다. 행정은 법률 없이도 언제든 사업자 수를 정할 수 있고, 이를 막으려면 국회가 거꾸로 자본시장법에 '조각투자 중개업 인가는 최소 몇 개 이상 하여야 한다'라는 내용을 넣어야 한다. 제한에는 법률이 필요없고, 자유를 지키는 데 오히려 법률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군대 투입조차 없이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권한을 행정이 대신 행사하는 셈이니, 말 그대로 본말 전도다. 이 논리가 받아들여진다면 국민은 자신의 직업을 지키기 위해 산업마다 '최소 사업자 수 보장법'을 만들어달라고 국회에 청원해야 한다. 그러한 국가를 법치국가라 부를 수는 없다. 그런 나라에서는 강자가 자신이 가진 정치력으로 손쉽게 법치를 뛰어넘을 수 있게 된다.
임명직 위원장의 '정책 판단'이 대신할 수 없는 것
금융위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직자다. 금융정책을 집행하는 것은 금융위원회의 몫이지만, 국민의 직업의 자유를 얼마나, 어떤 기준으로 제한할지 결정할 민주적 정당성은 국민이 직접 선출한 국회에 있다.
당연히 인가에는 행정의 재량이 따르고, 시장 초기의 안정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금융위의 고민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재량은 법이 정한 요건 심사의 틀 안에서 행사되는 것이지, 법에 없는 진입 장벽을 새로 세우는 권한이 아니다. 사업자 수를 제한해야 할 정책적 필요가 있다면 그 필요를 국회에 설명하고 법에 근거를 마련하면 된다.
위원장 스스로 법적인 것이 아니라고 인정한 기준으로 국민의 영업을 막는 것은 정책 판단의 이름으로 입법을 대신한 것이다. 이는 특정 기업의 유불리를 넘어 법치주의의 문제다. 오늘은 조각투자지만, 같은 방식이 허용된다면 내일은 어느 산업의 문이든 보고 안건 하나로 닫힐 수 있다. 인치가 아닌, 법치가 우선이다.
황재훈 K-정책금융연구소 부소장·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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