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너머 시스템 설계까지…‘SEDEX’서 본 AI 반도체 미래
‘SEDEX 2026’ 코엑스서 개막
삼성, 종합 반도체 역량 앞세워
SK, 엔비디아 파트너십 전면에
중 기술 추격에도 “한국이 앞서”
2026-10-14 17:50:46 ㅣ 2026-10-14 17:55:34
[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중국이 반도체 기술을 추격하고 있다지만 직접 보니 아직 국내 업체들의 기술이 많이 앞서 있다고 느낍니다.”
 
“개별 제품 성능을 끌어올리거나 차세대 제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고객사 제품과 맞게 통합하고 연결하는 기술도 중요하죠. 중국 업체들이 이런 부분에서 한국 기업들이랑 차이가 나는 거예요.”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EDEX 2026’ SK하이닉스 부스. (사진=이명신 기자)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SEDEX 2026)’을 찾은 국내 반도체 기업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계 관계자들은 K반도체의 기술력에 대해 이같이 말했습니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추격이 거세지는 가운데,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고대역폭메모리(HBM)을 넘어 AI 반도체의 성능과 효율을 높이기 위한 적층·대용량화·연결 기술을 앞세웠습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주최한 제28회 SEDEX는 ‘실리콘 지능의 시대로’를 주제로 300여개 기업이 참가해 메모리부터 시스템반도체, 소부장까지 반도체 기술을 소개했습니다. 이날 전시회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차세대 기술을 관람하기 위해 업계 관계자와 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부터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첨단 패키징까지 아우르는 종합 솔루션을 내세웠습니다. 클라우드 AI와 엣지 AI, 피지컬 AI 등 6개 구역으로 나눠 분야별 기술을 소개했습니다. AI가 데이터센터를 넘어 스마트폰과 로봇 등으로 확산하는 데 대응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14일 ‘SEDEX 2026’ 삼성전자 부스에 전시된 3차원(3D) 메모리 기술 ‘zHBM’ 모형. (사진=이명신 기자)
 
삼성전자는 HBM 7세대 제품인 HBM4E와 연산 장치·메모리 간 거리를 줄이는 3차원(3D) 메모리 기술 ‘zHBM’ 모형을 전시했습니다. 메모리 내부에서 연산하는 ‘LPDDR-PIM’과 차세대 낸드 솔루션 ‘zNAND-O’ 모형도 선보였습니다. 이들은 모두 데이터 이동에 따른 병목과 전력 소모를 줄이는 기술입니다.
 
첨단 패키징과 시스템반도체도 소개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실리콘 브릿지 기반 ‘2.3D Cube-E’와 ‘3D Cube-H’, 전기신호를 빛으로 바꾼 광신호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광 인터커넥트 모형을 전시했습니다. 모바일 프로세서 ‘엑시노스 2600’과 2억 화소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HPC’도 내세웠습니다.
 
14일 ‘SEDEX 2026’ SK하이닉스 부스에 전시된 세대별 HBM 실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사인도 함께 담겼다. (사진=이명신 기자)
 
SK하이닉스는 최대 규모의 부스를 마련하고 차세대 AI 메모리와 글로벌 협력을 강조했습니다.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AI 여정’을 주제로 육상 트랙 형태의 전시 공간을 꾸몄습니다. 엔비디아의 ‘베라 루빈’ 슈퍼칩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친필 사인이 담긴 HBM 웨이퍼가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엔비디아와의 파트너십을 보여주는 전시물이었습니다.
 
SK하이닉스는 HBM과 고대역폭플래시(HBF)의 구조 모형도 전시했습니다. HBF는 낸드플래시에 적층 기술을 적용해 같은 세대 HBM 대비 절반 수준의 대역폭과 10배 이상의 용량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AI 추론에 필요한 대용량 데이터를 공급하기 위한 기술입니다.
 
14일 ‘SEDEX 2026’ SK하이닉스 부스에 전시된 고대역폭플래시(HBF). (사진=이명신 기자)
 
안현 SK하이닉스 개발총괄 사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대역폭은 대략 절반 정도로 줄어들지만 용량은 10배 또는 그 이상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HBF를 “세상에 없는 새로운 메모리 계층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샌디스크·구글 등과 협력해 내년 1월 최종 규격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안 사장은 “메모리 계층 간 데이터 이동이 계속 증가하면서 결국 데이터 이동이 병목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SRAM과 HBM, HBM과 D램, D램과 SSD 사이에도 새로운 메모리 계층이 개발돼야 한다”며 개별 제품의 성능 향상을 넘어 전체 메모리 계층을 통합적으로 최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14일 ‘SEDEX 2026’ 삼성전자 부스에 전시된 HBM4E 실물. (사진=이명신 기자)
 
이렇다 보니 중국의 기술 추격이 거세지는 와중에도 K반도체의 기술 격차가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는 최근 메모리셀 면적을 약 33% 줄이는 ‘4F²(4F스퀘어)’ D램 기술 개발에서 진전을 이뤘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AI 메모리 발전의 주요 과제로는 발열 해소와 대면적화 등 패키징 기술이 주를 이루고 있다”며 “시스템 차원의 통합 기술이 중요해지면서 메모리 기업들이 관련 솔루션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이날 현장에서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솔루션도 관심을 받았습니다. 주문형 반도체(ASIC) 디자인 솔루션 기업 에이직랜드는 전시장에서 고객 맞춤형 AI 반도체 설계·검증 플랫폼 ‘AxHub’를 선보였으며, 주성엔지니어링은 작은 결정을 키워나가는 방식으로 회로를 구현하는 방식인 원자층성장(ALG) 증착 장비를 선보였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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