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민주화 운동의 큰어른인 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유족을 비롯한 긴급조치 피해자들이 국가배상 재심에 나섰습니다. 양승태 대법원에서 기각됐던 긴급조치 피해 국가배상 청구가 특별법으로 가능해지면서 구제 길이 열린 겁니다.
2021년 2월19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고(故)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영결식에서 고 백 선생의 동생 백인순씨가 유족을 대표해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긴급조치변호단은 7일 백 소장 유족 등 긴급조치 피해자와 가족들을 대리해 국가배상청구소송 민사재심을 청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변호단은 “이번 재심청구는 지난달 8일부터 시행된 ‘긴급조치 피해자 민사재심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것”이라며 “긴급조치 피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가 기각돼 확정된 여러 사건의 판결을 다시 판단해 달라는 취지”라고 말했습니다.
백 소장은 고 장준하 선생 등과 함께 유신헌법 개정 운동을 주도했습니다. 이에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1974년 1월 유신헌법 비판과 개헌 요구를 금지하는 긴급조치 1호를 발령했습니다. 직후 백 소장은 긴급조치 1호 위반으로 체포돼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약 1년1개월간 수감됐습니다.
백 소장은 40여년 뒤인 2013년 형사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이에 같은 해 9월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고, 2015년 7월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됐습니다.
당시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의 일환으로, 이 판결이 법원행정처 문건에서 박근혜정부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한 사례로 소개됐다는 사실이 대법원 사법행정권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 결과 드러났습니다.
이후 대법원은 2022년 8월 전원합의체 판결로 기존 판례를 변경, 긴급조치 피해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판례 변경 전 패소 판결이 확정된 백 소장 등 피해자들은 구제받을 수 없었습니다.
이에 국회에서 긴급조치 피해자 민사재심 등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습니다. 2022년 8월 대법원판결 이전에 진행된 국가배상소송에서 기각 확정 판결을 받은 긴급조치 피해자들에게 민사재심을 통한 구제의 길을 마련한 겁니다.
긴급조치변호단은 “이번 재심청구가 국가폭력 피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확인하고, 사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미뤄진 피해 회복을 실현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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