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단체 총궐기 앞두고 "CPTPP 원점 재검토"
송미령 "CPTPP 원점 재검토·농지 관행 양성화"
농업계 우려 진화될까…농민단체 총궐기 예고
2026-10-07 15:00:14 ㅣ 2026-10-07 15:04:13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정부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과 30년 만의 농지제도 개편 등을 둘러싸고 농업 현장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 농정의 방향타가 기로에 선 모습입니다. 특히 대통령의 ‘CPTPP 원점 재검토’ 지시와 농식품부 장관의 국정감사 발언이 맞물리며 농업계 우려가 불식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CPTPP 가입 논의에 대한 원점 재검토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원점(CPTPP 가입)에서 다시 시작하라’고 지시한 지 하루만입니다. 
 
송 장관은 이날 국감 업무보고를 통해 “CPTPP 가입 논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농업계와의 신뢰 회복과 공감대 형성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무리한 개방 추진보다는 현장과의 충분한 소통과 구체적인 피해보상 대책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림축산식품부 등의 국정감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이 대통령은 CPTPP 가입에 대한 전략적 가치와 농수산업계의 우려가 대립하는 점을 지적하며 “결론을 정해두지 말고 원점에서 다시 대화하라”고 주문한 바 있습니다. 통상 절차의 속도전보다는 농어민의 생존권과 공감대 확보를 국정의 핵심 원칙으로 재확인한 셈입니다.
 
이번 입장 변화로 농업계의 불안이 해소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앞서 농업·축산·수산·임업 분야 75개 주요 연대단체가 결성한 ‘CPTPP 가입저지 농림축수산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15일 ‘CPTPP 가입저지를 위한 전국 농어민대회’를 예고한 상태입니다. 비대위 측은 CPTPP 가입 시 요구되는 고도화된 시장개방과 초위생검역(SPS) 기준 완화 등이 국내 농림축수산업의 생산기반을 뿌리째 흔들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번 총궐기대회를 통해 CPTPP 가입 추진의 즉각적·완전한 중단을 촉구하고 결연한 투쟁 의지를 정부에 전달한다는 계획입니다. CPTPP 재검토와 더불어 농정 화두로 떠오른 농지제도 개편에 대한 방침도 재확인했습니다. 
 
정부가 농지 이용 실태 파악을 위해 추진 중인 농지 전수조사 여파로 현장 농가의 단속 불안감이 증폭되자, 송 장관이 적극적인 해명을 내놓은 것입니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 역시 보고서를 통해 준비 없는 전수조사의 속도전이 농촌 현장의 불안감을 자극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송 장관은 “농지 전수조사 과정에서 홍보를 세심하게 하지 못해 불안감을 드린 점에 대해 더 노력하겠다”면서도 “조사 과정에서 확인되는 대다수의 일반적·관행적 위반사항은 처분하지 않고 특별법을 제정해 양성화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부동산 투기 목적의 악의적 위반이나 불법 임대 등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을 유지한다는 방침입니다. 
 
농지 투기 근절과 선의의 농가 보호라는 균형점을 찾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겁니다. 전수조사 방식을 전체 농지 대상에서 비경작 농지와 수도권 투기용 농지 중심으로 전환하자는 국회 제안에 대해서는 “살펴보겠다”고 답했습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이 2026년 9월10일 전남광주 서구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주청사 앞에서 농산물 가격폭락 대책 마련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검토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농식품부 측은 이번 조사의 취지에 대해 “투기 목적의 중대한 위반은 엄정하게 대응하되, 고령화·상속 등 농촌 현실에서 발생한 관행적·경미한 위반은 정상화·양성화해 농지의 본래 기능을 회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지난 9월 21일 당정협의를 통해 맹지나 경사지 등 자경 및 임차가 어려워 방치되던 농지는 농지은행을 거쳐 복구 후 임대하거나 소유자 동의를 전제로 태양광 등 대안적 활용 모색 방침을 밝힌 상태입니다. 
 
태양광 활용과 관련해서는 “소유자 동의를 전제로 한 다양한 대안 중 하나일 뿐”이라며 우량농지는 집적·규모화하고 방치 농지는 대체소득 확보로 연결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한편, 산란계협회가 가격을 임의 고시한 데 대해 설립 허가를 취소한 정부 조치를 두고 ‘농가를 짓밟았다’는 비판이 나오자 송 장관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위반이 반복돼 내려진 조치로 과한 비판”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반면, 지방소멸 대응을 위한 ‘농어촌 기본소득법’은 이견을 거의 해소해 조만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한 농정 전문가는 “현재 통상 개방 및 농지 개편 진통 외에도 생산자단체와의 갈등 조정, 복지 법안 처리 등 다방면의 현안에 직면해 있다”며 “종합해 보면 정부의 CPTPP 원점 재검토와 농지 관행 양성화 방침은 누적된 농가의 불만을 진화하고 농정 대전환을 이루기 위한 전향적인 결단으로 평가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러나 대규모 농어민대회가 예고된 만큼, 단순한 선언적 재검토에 그치지 않고 농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직적·수평적 피해보상 대책과 실질적인 소통 창구가 마련돼야만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김규호 입법처 산업자원농수산과 입법조사관은 농지조사와 관련한 보고서를 통해 “농지 관련 법제와 현장 농지 이용의 복잡해진 현실을 고려할 때 전수조사를 단순하게 위법 농지의 색출이나 처분 수단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며 “조사를 계기로 농지의 미래상과 관리 방향을 담은 ‘기본방침’과 소유·이용 제도의 전환을 위한 국가적 청사진을 마련하고 농지위원회·농업회의소 등 지역 농업인 중심의 농지 행정 참여 거버넌스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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