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백겸 기자]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중대산업재해처벌법의 사망 사건 처벌에 대해 피해자와 합의할 경우 감경을 고려하고, 최대 형량을 15년으로 두는 양형 기준을 내놓았습니다. 1심에서 징역 15년, 항소심에서 피해자와의 합의를 이유로 징역 4년으로 감형된 '아리셀 참사'의 재판 결과를 그대로 옮겨놓은 모습입니다.
이에 아리셀 피해자 측과 노동계 등에서는 경영책임자에게 강력한 형사적 책임을 경고해 산업재해를 예방한다는 법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박순관 아리셀 대표와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사진 오른쪽)이 지난 2024년 8월28일 경기도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대기 장소인 수원남부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 양형위는 최근 중대재해범죄의 처벌 수위를 담은 양형 기준 수정안을 심의했습니다.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중대산업재해치사 범죄는 징역 1년6개월~4년을 기본 양형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감경 요인을 감안한다면 징역 10개월~2년, 가중 요인이 있다면 징역 3~10년이 적용되도록 했습니다.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크게 위반한 경우, 다수 피해자가 발생한 경우 등 특별가중인자가 2개 이상 있다면, 형량의 상한을 1.5배까지 높여 징역 15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감경 요인에는 피해자 유족에 대한 실질적 피해 회복이나 처벌불원 등을 포함했습니다.
이 같은 양형 기준은 아리셀 참사에 대한 중대재해법 재판을 상당 부분 참고한 것으로 보입니다. 법원은 아리셀 참사로 기소된 박순관 아리셀 대표에게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했으며, 2심에서는 검찰이 징역 20년을 구형했지만 유족과의 합의 등을 이유로 징역 4년으로 대폭 감형한 바 있습니다.
피해자 측과 노동계는 아리셀 재판을 두고 23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참사 규모에 비해 부족한 처벌이 나온 '봐주기 재판'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에 아리셀 재판을 참고한 양형 기준에 대해서도 법률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우선 감경 요인에 피해자와의 합의가 포함된 것에 우려가 나옵니다. 피해자와 합의로 감형되는 것을 법원이 공식화한다면, 경영책임자에게 안전·보건 확보 의무보다 사고 발생 이후 금전적 보상에 더 무게를 둬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실제로 아리셀 참사의 유족 측은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합의를 이유로 박 대표의 형량을 대폭 감형한 것에 대해 "합의는 민사상의 합의일 뿐 형사책임과는 무관하다"고 반발하면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망한 이주노동자들의 유족이 언어, 체류 환경 등 취약한 환경에서 합의를 종용당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아리셀 참사 법률지원단의 손익찬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피해자 구제의 취지는 이해가 되지만, 합의하는 과정에서 (사 측이 유족을) 괴롭히는 그런 경우도 있다"면서 "합의를 감경 사유로 두더라도 어떻게, 얼마나 보상하는지 등 세부적이고, 제한적으로 반영을 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최대 형량을 15년으로 상한을 둔 것도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중대재해법은 사망사고 처벌에 대해 '1년 이상 징역'의 하한을 정하고 있을 뿐, 상한은 규정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양형 기준이 사실상의 처벌 상한으로 작용해 아리셀 참사보다 더 큰 참사가 발생해도 이에 상응한 처벌을 내리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아리셀 참사 법률지원단장인 신하나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아리셀 1심에서 23명이 사망했는데도 징역 15년이 나왔는데, 그것보다 훨씬 많은 희생자 발생한 참사가 일어나면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라고 반문하면서 "대법원이 미리 처벌의 상한을 정해버린 건데, 그것에 대한 근거도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김백겸 기자 kb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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