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현대차그룹이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겨냥한 수소 사업 ‘투트랙’ 전략의 무게중심을 대형 상용차와 특수 모빌리티 영역으로 빠르게 이동시키고 있습니다. 일반 승용차 시장에서는 배터리 전기차(BEV)에 역량을 집중하는 반면, 장거리 운송과 고중량 화물 적재가 필수적인 버스·트럭 시장에서는 수소연료전지(FCEV)의 압도적인 효율성을 앞세워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입니다.
현대차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사진=현대차)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수소 모빌리티의 역할을 배터리 전기차의 대체재가 아닌 상호 보완재로 재정의하고 있습니다. 승용 부문에서는 인프라 제약이 상대적으로 적은 BEV를 앞세우고, 상용 부문에서는 충전 시간과 주행거리에서 우위를 갖는 FCEV로 역할을 나눠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수소 상용차의 가장 큰 강점은 짧은 충전 시간과 긴 주행거리입니다. 수소 상용차는 5~20분 내외의 짧은 충전만으로도 700km 이상 장거리 주행이 가능하며, 고중량 적재 상태에서도 출력을 유지할 수 있어 물류 및 대중교통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췄습니다. 반면 배터리 전기 상용차는 충전에 상대적으로 긴 시간이 소요되고, 적재 중량이 늘어날수록 배터리 무게 부담이 커져 항속거리가 줄어드는 한계가 있습니다.
수소 승용차 대중화의 걸림돌은 충전 인프라입니다. 수소 승용차의 전국적인 충전망이 필수적이지만, 막대한 구축비용 대비 초기 수요가 낮아 충전소 운영의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승용차는 운행 경로가 정해져 있지 않은 만큼 전국 어디서나 충전이 가능해야 하는데, 현재의 수요 수준으로는 충전소 구축비용 대비 수익성을 맞추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입니다.
반면 버스와 물류 트럭은 운행 경로와 차고지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상황이 다릅니다. 주요 물류 거점과 대형 차고지에 대용량 충전 인프라를 집중적으로 구축하는 것만으로도 예측 가능한 대량의 수소 소비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수의 거점에 인프라 투자를 집중해 충전소 가동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상용차 시장이 수소 인프라의 경제성을 확보하기에 더 유리한 구조라는 평가입니다.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는 ‘수소 승용차 포기론’에 대해 현대차 측은 선을 긋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세계 시장을 선도해 온 수소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넥쏘(NEXO)’의 상품성 개선과 차세대 모델 개발을 지속하며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수소연료전지차(FCEV) 판매량은 총 2602대로 전년 동기 대비 20.6% 증가했는데, 이 중 현대차 넥쏘가 1752대를 판매하며 시장 점유율 67.3%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6월 출시된 2세대 신형 넥쏘가 판매를 견인하며 전년 동기 대비 132.4% 성장한 결과입니다. 넥쏘는 현재까지 글로벌 수소 승용차 시장에서 대표 모델로 자리매김해 왔으며, 현대차는 관련 원천기술 확보 차원에서도 승용 라인업 개발을 완전히 중단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양산 규모를 키우고 실질적인 이익을 창출하는 메인 타깃은 엑시언트 수소트럭, 일렉시티·유니버스 수소버스 등 상용 라인업으로 전환됐습니다. 승용 시장이 기술력 과시와 상징성 확보에 방점이 찍혀 있다면, 상용 시장은 실질적인 매출과 수익 창출을 담당하는 축으로 역할이 나뉜 셈입니다.
신승규 현대차그룹 부사장은 최근 열린 ‘2026 한국공학한림원 수소경제 대토론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그룹의 피지컬 AI 중심 전환으로 수소 사업 동력이 약해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정의선 회장님의 수소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다”고 했습니다. 신 부사장은 “수소 에너지는 우리 세대가 아닌 미래의 어린 세대가 겪을 수 있는 환경적 어려움을 막기 위한 필수적인 준비”라며 “관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현대차의 노력은 흔들림 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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