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한국은행이 지난 7·8월 연속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가운데, 금리 인상으로 가계부채와 주택가격 상승 등 금융 불균형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다만 금리 인상 충격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취약차주의 부실 위험은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 영향이 대출금리에는 5개월, 연체율에는 최장 15개월의 시차를 두고 나타난 가운데, 가계와 중소기업 등 상환능력이 취약한 부문은 금리 인상 약 9개월 전후로 연체 압력이 가장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 충격이 내년 봄부터 취약층부터 덮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취약 부문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금리 인상, '집값 상승' 기대감 ↓…'이자 부담' 부작용 ↑
한국은행은 22일 '금융안정 상황(2026년 9월)' 보고서를 펴내고 "기준금리 인상은 가계부채 누증과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금융 취약성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금융취약성지수(FVI)는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주택 가격 등 자산 가격을 중심으로 추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상황입니다. FVI는 지난 2024년 1분기 37.6에서 올해 2분기 46.5로 9분기째 꾸준히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한은은 금리 인상이 차입 유인과 위험 선호를 약화시켜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 과거 통화정책 긴축 전환 이후 FVI는 시차를 두고 자산 가격 부문을 중심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고 기준금리 인상 후 8분기가 지나면 신용지수는 1.3, 자산가격지수는 4.5로 각각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장정수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설명회에서 "금융취약성지수가 2분기 장기 평균 수준으로 올랐고, 3분기에도 상승세를 지속하는 것으로 추정한다"면서 "7~8월 연속 기준금리 인상, 정부의 부동산 시장 대책, 주가 조정 과정의 레버리지 축소 등은 금융취약성 지수 상승을 다소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기준금리 인상이 시장금리 상승을 통해 차주의 이자 부담을 키우는 부작용도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가계대출 관리 강화와 생산적 금융을 통한 기업대출 확대 정책 등이 맞물리면서 가계대출 금리는 기업대출 금리보다 크게 상승했습니다. 지난 5월 연 4.31% 수준이었던 대출금리는 6월 4.34%, 7월 4.37%로 올랐습니다. 더욱 큰 문제는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취약 부문은 대출금리 상승 여파가 상대적으로 빠르고 커서 추가 연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우려된다는 점입니다.
금리 인상 5개월 후 대출금리 '껑충'…취약차주 추가 연체 악순환 우려
실제 한은의 실증분석 결과 은행의 잔액 기준 대출금리는 기준금리 인상 후 약 5개월, 은행의 연체율은 15개월 후 가장 크게 반응하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특히 취약차주와 중소기업의 영향은 더 빨랐습니다. 2012년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분석한 결과를 보면, 가계 취약차주와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에 대한 금리 인상 영향은 약 9개월 전후 가장 크게 나타났습니다. 전체 가계·기업보다 약 6개월 빠른 셈입니다.
장 부총재보는 "가계 부분은 과거 금리인상기에 비해 전체적으로 변동금리 대출 비중도 줄고 취약차주도 줄었다"면서도 "취약차주 수는 줄었지만 취약 부분의 연체는 높은 리스크가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임광규 한은 금융안정국장도 "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경우 가계는 3조3000억원, 기업은 3조7000억원 정도 이자부담이 늘어난다"고 부연했습니다.
현재 일반적인 가계의 금리 인상 대응 여력은 과거 인상기보다 양호한 편으로 평가되지만, 취약계층의 체력은 약해진 상황입니다. 6월 말 가계 취약차주 연체율은 10.39%로 가계 전체 연체율(0.98%)의 10배를 넘었습니다. 금융부채 보유 가구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이자수지 비율도 지난해 3월 말 -6.3%로 1년 전(-5.3%)보다 나빠졌고, 소득 1분위(소득 최하위 20%)는 -14.0%에 달했습니다. 6월 말 자영업자 대출은 1098조5000억원, 연체율은 1.99%로 장기평균(1.60%)을 웃돌았고 취약 자영업자 연체율은 12.71%에 이릅니다.
때문에 한은은 보고서를 통해 "취약 부문의 연체 증가가 신용도 하락과 차환 조건 악화로 이어져 추가 연체를 낳는 악순환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이번 점검을 주관한 장용성 금융통화위원은 "물가·경기 흐름 및 금융 안정 상황을 점검하면서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 시기와 속도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장정수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 상황(2026년 9월)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은)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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