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인공지능(AI) 시장의 무게중심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들이 해외 진출 확대를 위해선 정부의 실증사업을 통한 제품 적용 사례를 늘리는 게 중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해외 개념검증(PoC)과 양산 비용을 지원하고 칩, 소프트웨어(SW), AI 모델을 아우르는 풀스택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습니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국산 NPU 수출 확대 및 판로 다변화를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명신 기자)
리벨리온·퓨리오사AI·딥엑스 등 국내 AI 반도체 기업들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국산 NPU(신경망처리장치) 수출 확대 및 판로 다변화를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설명했습니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실증이며, 결국 글로벌 레퍼런스로 가는 부분이 리벨리온을 포함해서 국산 NPU 생태계가 가야 되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가 AI 컴퓨팅센터 등 공공 인프라의 조달·평가 기준을 외산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아닌 AI 가속기 단위의 실제 성능을 비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박 대표는 리벨리온이 자사 NPU인 ‘아톰맥스’를 SKT ‘에이닷’ 통화 요약 서비스에 적용한 사례를 들며 “국내에서 실제 서비스가 이뤄지고 안정성과 성능을 검증한 경험이 해외 고객을 설득할 수 있는 레퍼런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퓨리오사는 실증 이후 양산 단계를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는 “현재 10MW 규모의 생산 역량을 갖고 있다면, 2028년 이후에는 100MW~GW 단위 생산능력을 키워 ‘규모의 싸움’을 해야 한다”며 “칩과 소프트웨어, 모델을 묶은 풀스택 인프라로 글로벌 소버린 AI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스타트업이 마주하는 비용의 한계도 거론됐습니다. 조재홍 딥엑스 상무는 “상반기 기준 1300만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렸지만, 해외 대기업들은 최소 3년에서 10년까지 품질을 보증할 수 있는지 의문을 던진다”며 현지 엔지니어 채용이나 해외 전시 참가 등 부분에서 고정비 부담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조재홍 딥엑스 상무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국산 NPU 수출 확대 및 판로 다변화를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명신 기자)
조 상무는 지원책으로 ‘K-AI 반도체 수출 바우처’를 제안했습니다. 해외 수요기업과 진행하는 초기 개념검증(PoC)에 수억원이 드는 만큼, 초기 도입 구매를 경감해 수십억원대 본계약으로 이어지는 마중물 역할을 하자는 겁니다.
양산 단계 역시 과제로 거론됐습니다. 김주영 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하이퍼엑셀 대표)는 “성능이 좋아서 PoC를 통과해도 한달에 1만장을 달라고 했을 때 한계가 찾아온다”며 조달 능력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칩이 아닌 워크로드 해법을 수출해야 한다”며 “칩과 SW·AI 모델까지 묶어 패키지 형태로 수출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단순이 범용 성능 검증보다는 자국어 특화 대형언어모델(LLM), 정부 민원, 금융 등 국가·산업별 특정 워크로드에 최적화된 패키지를 만들어 수출해야 경쟁력이 생긴다는 분석입니다.
K반도체는 메모리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에서는 후발 주자인 만큼, AI를 성장 기회로 삼아 경쟁 기반을 넓혀야 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그동안 시스템 반도체 육성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후발주자라는 한계 때문에 큰 변화가 없었던 것이 현실”이라며 “AI라는 새로운 성장 기회가 우리에게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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