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정부가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구를 두고 찬반 논란과 정무적 부담 사이에서 고심을 거듭하는 가운데,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 격화로 국제유가가 다시 급격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만으로도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파병 이슈까지 겹치며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입니다. 미·이란 간 갈등으로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물류와 에너지 공급망이 가혹한 시험대에 오른 형국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미국·이란 무력 충돌에 국제유가 급등…브렌트유 100달러 '눈앞'
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기준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 선물은 전 거래일 대비 0.82% 상승한 배럴당 97.07달러선에서 거래되며 100달러에 근접했고, 같은 시간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전 거래일보다 0.87% 오른 배럴당 92.28달러선에서 거래를 이어갔습니다. 앞서 지난 4일 브렌트유 선물은 전 거래일 대비 0.80% 오른 배럴당 96.28달러에, WTI는 전장보다 0.20% 상승한 배럴당 91.48달러에 각각 마감했습니다.
국제유가는 지난 한 주 동안 브렌트유 약 7.8%, WTI 약 10.0% 각각 상승하며 큰 폭으로 뛰었습니다. 미국과 이란이 공격을 재개한 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며 원유 수송이 줄어든 영향이 컸습니다. 실제 미국과 이란은 지난 주말 상업용 선박까지 공격하며 충돌 수위를 한층 높였습니다. 미 중부사령부는 지난 5일 미군이 이란 유조선 3척을 공격했다고 밝혔고,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해군도 같은 날 호르무즈 해협에서 허가받지 않은 항로를 운항하던 유조선 3척을 공격했다고 전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IRGC는 다른 해역에 있던 미국 선박 3척도 공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추가 공습으로 중동 지역의 무력 충돌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유가가 급등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공급에 장기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시장의 우려로 떠올랐다고 꼬집었습니다.
에너지 공급·수출입 물류 '이중 압박'…파병 '딜레마'
현재 시장에서는 향후 국제유가의 향방에 관심이 쏠려있습니다.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공급 차질 우려가 확산되면서 단기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이 유가에 급격히 반영되는 양상이고, 실질적인 수급 불균형으로 이어질 경우 배럴당 100달러 재돌파와 고유가 국면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김광래 삼성선물 수석연구원은 "중재국들의 해협 개방 협상이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핵심 원유 수송로인 오만 회랑까지 안보 위험에 노출돼 시장의 불안감이 극대화됐다"고 짚으며 "미·이란 간 군사적 대치 수위와 호르무즈 해협의 물리적 봉쇄 여부가 향후 유가의 추가 상승폭을 결정짓는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문제는 미·이란 간 군사적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한국 정부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이슈까지 겹치며 이 문제가 외교·안보 문제를 넘어 경제 현안으로도 떠오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두 나라의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 자체가 이미 한국 경제에 중요한 불안 요소인데, 한국의 파병 이슈까지 더해지면서 이란의 반발을 비롯해 중동 지역에서 한국이 감내해야 할 리스크 요인이 지금보다 훨씬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이 현실화할 경우 에너지 수급과 수출입 물류에서 이중 압박은 물론,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입니다. 현재 호르무즈는 중동산 원유와 가스가 세계로 나가는 핵심 통로이고, 그 주변 해협인 홍해와 수에즈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 교역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압박에 한국의 파병 문제가 현실로 실행될 경우 이곳 항로들을 통한 에너지 공급과 물류 수송에서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해상교통로의 위기는 차단보다 비용 상승의 형태로 먼저 나타나기에 연관돼 있는 관련 국내 산업계의 피해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호르무즈 해협의 실제 통항 상황과 미·이란 간 추가 군사행동 수위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과 원자재 시장의 요동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국제 해상 물류 마비와 글로벌 원유 공급 차질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 역시 다시 고개를 들면서 세계 경제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 미국 노동절 연휴인 지난 5~7일간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4달러를 넘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중동산 원유 공급 우려가 깊어진 모양새입니다.
6일(현지시간) 이란 반다르 아바스 인근 호르무즈 해협에 일반 화물선이 다른 상업 선박들 사이에 정박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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