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보톡스의 원료인 보툴리눔 균주를 둘러싼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10년 분쟁'이 더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메디톡스는 손해배상 청구액을 10배로 올렸고, 대웅제약은 적극 대응 방침을 공식화했습니다.
메디톡스는 지난달 31일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손해배상 청구액을 기존 5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확대했습니다. 항소심 과정에서 추가로 확인된 2025년 7월31일까지의 대웅제약 침해 제품 판매 수량과 매출액, 손해 산정 기간 및 관련 법령상 증액배상 규정 등이 반영됐다는 설명입니다.
이에 반해 대웅제약은 소송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입장입니다. 경기 용인 하천변 토양에서 자연 발생한 보툴리눔 균주를 직접 발견했다는 주장을 유지하고 있기도 합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청구 금액 상향은 상대방의 주장일 뿐이고, 대웅제약이 재판에서 사실을 밝혀내야 할 것"이라며 "보툴리늄 균주는 토양뿐 아니라 통조림 캔 등에서도 발견될 만큼 자연에서 발생하는 생물체다. 고유의 물질이라는 주장은 사실상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8월16일 건국대병원에서 열린 '제40차 최소침습성형연구회 심포지움'에 참가한 의료 관계자들이 메디톡스 부스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메디톡스)
이어 "균주를 뽑아내고 배양하는 기술 역시 많이 상용화됐다"며 "대학원생이 대학교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균주를 뽑아낼 수 있는 정도다. 국내에서도 약 20개사가 균주를 배양해서 보톡스 사업을 하고 있지 않느냐"라고 반문했습니다.
1심·2심·무혐의·재수사…법적 분쟁 지속
양측의 주장이 대립하면서 분쟁은 장기화할 전망입니다. 이미 두 회사의 다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지 10년, 법적 분쟁으로 번진 후로는 9년이 지났습니다. 앞서 메디톡스는 2006년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을 상용화한 바 있습니다. 이후 2013년 대웅제약이 나보타의 품목허가를 획득했습니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균주 분쟁 현황. (그래픽=뉴스토마토)
이후에는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이 균주를 도용했다고 문제를 제기해 왔습니다. 2016년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는 대웅제약에 보툴리눔 톡신 균주의 출처를 명확히 밝히라며 공개토론을 제의했습니다. 2017년에는 메디톡스가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유출방지법)'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로 대웅제약을 형사고소하고, 영업비밀 침해 금지 등 청구의 소까지 제기했습니다. 2019년에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대웅제약을 제소했습니다.
2020년 12월 ITC는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나보타에 대해 수입금지명령을 내린 겁니다. 단, 메디톡스는 이듬해 같은 원고 측인 에브비, 대웅제약의 파트너사인 에볼루스와 함께 3자 협약을 맺었습니다. 두 회사의 ITC 제소는 협약 체결로 일단락됐습니다.
이에 반해 국내 법적 분쟁은 지속 중입니다. 2022년 대웅제약은 형사고소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다음해인 2023년 2월 서울중앙지법 민사 재판부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습니다.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에 400억원을 배상하고 보툴리눔 독소 제제의 제조 및 판매를 중단하며, 완제품 및 반제품을 폐기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다만 대웅제약의 강제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1심 판결이 아직 집행되지는 않았습니다.
이후 민사 2심 진행이 지지부진했던 2023년 6월에는 대웅제약의 무혐의 처분에 대해 서울고검이 재기수사명령을 내린 바 있습니다. 2024년에는 민사 2심 첫 변론기일이 시작됐고, 이후 현재까지 2년 가까이 변론준비기일과 변론기일 등 소송 절차들이 이어졌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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