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저평가 기업의 주가 누르기를 막기 위한 '한국형 베어허그' 제도화가 정부와 정치권에서 추진되는 가운데, 허위 인수 제안이나 관련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 등 불공정거래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수 제안의 진정성을 판단할 '진지한 인수 제안'의 구체적인 기준과 인수·합병(M&A) 미공개정보 이용을 막을 장치가 향후 입법 과정의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더불어민주당 K-자본시장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오기형 의원은 지난 3일 주주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M&A 제안에 대한 대상회사 이사회의 책임과 정보공개를 강화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개정안은 상장회사가 주주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인수 제안을 받으면 이사회가 제안 접수 내용과 향후 검토 계획을 즉시 주요사항보고서로 공시하도록 하고,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절차를 거친 판단 결과와 논의 경과·찬반 사유 등도 공시하도록 하는 것이 뼈대입니다. 공개매수에 대한 이사회의 의견 표명도 의무화합니다. 법안은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취약한 기업지배구조와 충분히 활성화되지 못한 M&A 시장을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약 69%(2025년 말 기준)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으로 거래되고 있는 만큼, 저평가 기업에 대한 외부 경영규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베어허그는 외부 투자자가 저평가 기업에 높은 가격의 인수 제안을 공개적으로 제시해 이사회와 최대주주가 이를 쉽게 거절하기 어렵게 만드는 M&A 전략입니다. 주가가 지나치게 낮게 유지될 경우 외부 인수 위협에 노출되도록 해 경영진의 기업가치 제고를 유도하겠다는 것입니다.
제도가 실제 시장에서 작동하려면 인수 제안 자체의 진정성을 어떻게 확인할지가 관건입니다. 인수할 의사나 능력이 충분하지 않은 주체가 제안을 내 주가를 끌어올린 뒤 철회하거나, 반대로 인수 제안 정보를 사전에 취득한 관계자가 주식을 거래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우려는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K-자본시장특위 토론회에서도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이날 김수현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인수 제안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한 방안으로 자금조달계획서나 외부 기관 인증 등을 거론하면서도, 허위 제안 가능성을 우려하는 기관투자자들의 목소리가 있는 만큼 이를 걸러낼 수 있는 구체적인 검증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더 근본적인 문제를 짚었습니다. 황 연구위원은 "미국은 판례로 하고 있고, 우리는 법으로 '진지한 인수 제안'의 기준을 정리해야 하는데 공개매수 형식으로 가면 인수자가 사겠다고 했으면 사정이 바뀌어도 사줘야 하는 부담이 있다"며 "베어허그는 반드시 공개매수로 이어지는 구조가 아닌 만큼 인수하겠다는 기대감에 주가가 올랐다가 인수자가 철회할 경우 피해를 본 일반투자자를 어떻게 구제할 것인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허위 인수 제안이 시세조종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황 연구위원은 "코스닥 같은 조그마한 기업에서 짬짜미로 할 것처럼 해서 주가 올리고, 사기적 부정거래로 빠졌을 때 그런 피해들은 어떻게 할 거냐"며 "불공정거래 규제 문제를 함께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베어허그가 활성화될 경우 인수 제안 자체의 정보가 사전에 유출되는 문제도 과제입니다. 김 센터장은 인수 제안을 받은 사실을 오너 측 가족이 미리 알고 시장에서 지분을 매입하는 경우를 사례로 들며 M&A 과정에서의 미공개정보 이용 가능성을 지적했습니다.
이에 오기형 의원은 해당 행위에 대해 "범죄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오 의원은 제기된 우려에 대해 "법안소위에서 디테일을 논의해야 할 것들"이라며 포이즌필 도입 여부와 의무공개매수제 등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진지한 인수 제안의 구체적인 기준 역시 입법 과정에서 구체화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4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K-자본시장특별위원회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오기형 의원실)
김현경 기자 kh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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