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하닉서 포스코·디스플레이로…전기료 선납제 확산 가능성
삼성 20조·하이닉스 5조 선납안 검토 중
박정 의원 법안 발의…미 빅테크도 부담
2026-09-06 11:37:30 2026-09-06 14:47:27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한국전력이 기업에서 전기요금을 미리 받아 필요한 전력망을 먼저 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에는 각각 20조원과 5조원 규모의 선납을 제안했습니다. 양사가 한전의 ‘전기료 선납제’를 받아들이면 포스코(005490)와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다른 전력 다소비 기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김성환(앞줄 왼쪽) 기후부장관과 민형배(가운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당선인이 30일 오전 전남 장성군 동화면 신장성변전소 공사 현장에서 한국전력관계자로부터 서남권 반도체 산단 조성 관련 전력망 건설 계획을 듣고 있다.(사진=뉴시스)
 
6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이 제시한 선납 규모는 삼성전자 20조원, SK하이닉스 5조원입니다. 지난해 양사가 납부한 전기요금을 기준으로 약 5년 치에 해당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에 따라 호남권에 총 800조원을 투자해 각각 2기씩, 모두 4기의 메모리 팹을 건설할 계획입니다. 
 
호남권 반도체 산단에는 6기가와트(GW) 이상, 용인 산단에는 삼성전자 9GW와 SK하이닉스 6GW 등 총 15GW의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팹 가동 시기에 맞춰 두 지역의 송전선로와 변전소를 미리 구축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한전의 제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정부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제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5년 치 전기요금을 미리 내는 만큼 기업들도 필요한 전력망의 적기 구축과 안정적인 전력 공급 등 그에 상응하는 조건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참여가 향후 다른 기업으로 제도를 확대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 사안에 정통한 핵심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참여하면 포스코와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등 다른 대기업도 전기요금 선납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며 “한전의 신용도가 은행보다 높고 필요한 전력망을 우선적으로 구축해 준다면 전력이 필요한 기업들은 선납제를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전은 선납금을 용인과 호남권 반도체 산업단지에 필요한 송전망과 변전소 건설에 우선 투입한다는 구상입니다. 기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선납금을 한꺼번에 받지 않고 약 12개월에 걸쳐 나눠 받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선납금에는 국고채보다 높고 한전채보다 낮은 수준의 금리를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됩니다. 이자는 현금으로 지급하지 않고 향후 전기요금에서 차감하는 방식입니다. 기업은 한전의 신용도를 바탕으로 국고채보다 높은 수익을 확보하고, 한전은 추가 사채 발행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박정 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전기요금 선납제 도입을 골자로 한 전기사업법과 한국전력공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전기 사용자가 일정 기간의 요금을 미리 내면 한전이 할인 등 혜택을 제공하고, 확보한 선수금을 전력망 확충에 우선 사용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박 의원은 지난 2일 토론회를 열고 대규모 전력 소비 기업으로부터 3~5년 치 전기요금을 선납 받아 국가 기간 전력망 건설에 투입하는 방안도 논의했습니다. 
 
한전이 선납제를 꺼낸 배경에는 210조원이 넘는 부채에 한전채 발행 부담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핵심 관계자는 “한전채를 발행하면 증권사 수수료가 들고 채권시장 자금이 한전채로 쏠리는 문제가 생긴다”며 “기업과 직접 거래하는 선납 방식은 한전의 조달비용을 줄이고 민간기업의 회사채 발행 여력도 넓힐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해외에서도 대규모 전력 수요자가 관련 인프라 비용을 부담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지난 3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과 ‘요금납부자 보호 서약’을 맺었습니다. 빅테크가 데이터센터용 전력 인프라 비용과 약정한 전력 비용을 부담하는 내용입니다. 다만 전기사업법상 공급 의무를 지는 한전과 달리, 미국은 기업과 전력사업자가 계약으로 공급 조건을 정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