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식의 K-국방)한반도 평화 체제, 우리 구상 정리 시급해졌다
트럼프 북·미 정상회담 추진 속, 한국 능동적으로 관여해야
북한 핵, 안보대화 국제 틀 등 정부 안 이견 해소 절실
한·미 연합훈련 일방 축소 사태, 취약성 보완 필요하다
전시작전권은 가을 안보협의회 때 회복 목표연도 확정을
2026-09-02 06:00:00 2026-09-02 06:00:00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6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날 뜻을 거듭 밝히고 있습니다. 1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북한 담당 국장을 지낸 앤서니 루지에로는 8월27일 미국 의회전문 매체 <더 힐> 기고문에서 트럼프와 김정은의 협상에는 최소한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암묵적 인정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트럼프가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끝내는 평화조약, 정치·경제적 관계 개선, 한·미연합훈련의 영구적 중단을 제안할 수 있다고도 내다봤습니다.
 
북한이 회담에 응할지 모르겠고, 상황은 유동적입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일단 마주 앉게 되면, 메가톤급 한반도 안보 이슈를 논의하게 될 것만은 분명합니다. '한국을 패싱했다(건너뛰기)'고 뒤늦게 한탄할 게 아니라, 주된 안보 쟁점을 검토해 미국에 의견을 전달하고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요국과도 소통해야 합니다. 한반도 평화 체제와 북한 핵 문제, 대북 제재, 한·미 연합방위체제와 전시작전통제권 문제 등이 여기에 해당될 겁니다.
 
한미 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Ulchi Freedom Shield)'가 조기 종료되는 821일 경기 파주시 임진강 일대에서 한미 장병들이 연합 도하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첫째, 평화 체제와 북한 핵에 관한 우리 생각을 분명하게 정립해야 합니다. 지금은 어떤 형태로든 북한이 대화에 나오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한국이 대화의 전면에 서지 않더라도, 한반도 장래와 관련한 논의에 우리 구상을 반영하면 그것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북한 핵 문제도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비핵화 목표는 중요하지만,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 조건으로 내걸어 대화 자체가 열리지 못하도록 하면 안됩니다. 그동안 적대하던 당사자들이 마주 앉아 대화함으로써, 핵무기든 재래식무기든 전쟁 수단을 사용할 이유를 줄여버리는 것, 그것이 중요합니다.
 
한국 전문가들은 대화 형식과 경로를 놓고 여러 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미국 의사를 더 중시하자는 견해와,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참여하는 4자 대화, 또는 일본과 러시아까지 아울러 6자 대화를 추진하자는 아이디어 등을 내고 있습니다. 통일부와 외교부는 서로 이견을 드러냈죠. 이래서는 미국과 주변국을 설득하기 어렵습니다.
청와대 안보실이 중심을 잡고 북핵, 평화 체제, 대북 제재, 남북 대화, 한·미연합훈련 등에 관한 원칙과 최고 최저 협상 범위를 묶음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부처 간 이견도 조정해야 합니다. 그다음에 미국과 충분히 조율하고 중국·일본·러시아와도 소통하면 좋겠습니다.
 
관련국 소통을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한반도 평화 특사를 두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김대중 정부 때는 임동원씨가 정권 임기 내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대외 사령탑을 맡았습니다. 애초 대북 대화에 부정적이었던 미 행정부를 그가 꾸준히 설득했고, 그 결과 6·15 남북 정상회담을 만들어냈습니다.
 
둘째, 한·미 연합방위체제의 취약성을 보완해야 합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대화 여건을 마련한다는 이유로, 한·미연합훈련을 사전 협의 없이 갑자기 축소했습니다. 연합훈련 규모와 방식은 그때그때 조정할 수 있습니다. 대북 대화 여건을 위해 필요하면 더욱 그럴 수 있죠.
 
문제는 의사결정 절차인데요. 한·미 연합방위체제는 양국 대통령과, 국방장관, 합참의장이 각각 협의체를 두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 제도적 장치가 이번에 무시됐습니다.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습니다.
 
이번 기회에 한·미 연합방위체제의 불완전성을 보완해야 합니다. 현재 체제는 한국군과 미군이 한·미 연합사령부라는 ‘일체형’ 지휘 기구 아래서 움직이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전제로 미군 대장이 맡고 있는 한·미 연합사령관을 한국군 대장으로 바꾸겠다는 게 현재 전시작전통제권 회복 계획이죠.
 
이 계획은 그것대로 진행하되, '일체형' 한·미 연합사 구조를 한국군 주도, 미군 지원의 ‘병렬형’ 체제로 바꾸는 방안을 전작권 회복 후속 조처 차원에서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은 자위대와 주일 미군이 각각 자국군 지휘권을 행사합니다. 그 전제에서 일본이 일본 방위를 주도하고 미국이 지원하는 병렬 체계를 두고 있습니다.
 
한·미 연합사에 있는 한국군 작전 기능과 합참의 작전 기능을 결합해 별도 합동군사령부를 만들고 합동군사령관이 ‘미래 연합사령관’을 겸하는 방법도 역시 전작권 회복 후속 조처로 검토할 수 있습니다. 유사시 어느 한쪽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함에 따라 양국 전력이 원활하게 전개되지 못할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셋째, 전시작전통제권을 차질 없이 회복해야 합니다. 2026년 8월 한·미 연합훈련이 갑자기 축소된 것을 두고 전작권 회복이 늦어질까 봐 걱정하기도 합니다. 한국 국방부 설명을 보면, 이번 훈련에서 1부 방어 단계는 정상적으로 시행했기 때문에 전작권 회복 일정에 지장은 없다고 합니다.
 
이제는 올해 가을 열리는 제58차 한·미 안보협의회(SCM)에서 전작권 회복 목표연도(시기)를 명확히 합의해야 합니다. 한국군은 한국 방위를 주도할 능력을 이미 갖췄습니다. 미국도 국가안보전략서(NSS) 등을 통해 동맹국이 방위 책임을 더 짊어지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북·미 정상회담이 언제 성사될지 모릅니다. 한반도 안보와 관련한 우리 비전과 의견을 시급히 정리해 미국과 주변국에 요구하고 설명해야 합니다.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않는다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비전을 중심으로 평화 체제를 만들기 위한 국제 소통을 꾸준히 해나가야 합니다.
 
필자 소개/박창식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광운대에서 언론학 석사와 박사를 했다. 한겨레신문 정치부장 논설위원을 지내고 국방부 국방홍보원장으로 일했다. <뉴스토마토> K국방연구소장과 객원논설위원을 맡고 있다. 국방 생태계에서 소통을 증진하는 방법에 관심을 두고 있다. <국방 커뮤니케이션> <언론의 언어 왜곡>과 같은 책을 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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