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현대차그룹이 자동차 판매를 위해 구축해 온 딜러 네트워크와 현대캐피탈의 금융 인프라를 로봇 사업에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사업을 염두에 두고, 기존 딜러 파트너들을 로봇 유통망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입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CEO·사장)가 지난 26일 ‘2026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중장기 사업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열린 ‘2026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로보틱스를 미래 성장축으로 제시하며 이 같은 유통·금융 연계 방안을 공식화했습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딜러 파트너를 통한 로봇 판매를 위한 잠재적 유통망이 이미 존재한다고 언급하며, 현대캐피탈도 로봇 판매 금융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대차그룹이 판매를 염두에 둔 로봇으로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사족보행 로봇 ‘스팟’, 물류 로봇 ‘스트레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등이 꼽힙니다. 스팟은 미국 일부 경찰이 고위험 현장에 투입하고 있고 방산 전시회에도 등장한 바 있으며, 스트레치는 2022년 DHL과 공급계약을 맺는 등 물류 현장에서 상업적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아틀라스는 지난 1월 CES 2026에서 공개된 이후 생산 현장 투입을 준비 중입니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 미국에서 연 3만대 규모의 상업용 로봇 생산시설을 가동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초기 물량 2만5000대는 이미 확보한 상태입니다. 생산 초기에는 현대차·기아의 미국 생산시설에 우선 투입해 성능과 안전성을 검증한 뒤, 외부 고객으로 판매를 확대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됩니다.
자동차를 할부나 리스로 구매하는 구조를 로봇 구매에도 적용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되고 있습니다. 기업이나 개인 고객이 현대캐피탈의 금융 서비스를 이용해 로봇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완성차 판매에서 축적한 할부·리스 노하우를 로봇 사업에 그대로 옮겨 오는 셈입니다.
스트레치-협동로봇-자율주행 물류 로봇(AMR)의 물류 작업 시연 모습. (사진=현대차)
현재 보스턴다이내믹스 로봇은 제조·물류 등 산업 현장 위주로 쓰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딜러망과 금융 인프라까지 판매 체계에 연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로봇 사업이 산업용 장비 공급을 넘어 완성차와 유사한 대중 판매 구조로 확장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입니다.
이번 유통 구상은 인베스터 데이에서 공개된 로봇 전략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현대차는 이 자리에서 2030년까지 글로벌 판매 555만대, 영업이익률 9% 이상을 목표로 제시하며 로보틱스를 핵심 성장축으로 꼽았습니다. 미국 로봇 메타플랜트 응용센터(RMAC)를 상용화 전초기지로 삼아 제조용 AI 로봇을 시험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소개됐습니다.
현대차그룹은 로봇 구매 대상을 기업 고객에서 개인 고객으로까지 넓힌다는 방침입니다. 초기에는 제조업체와 물류 기업 등 기업 고객이 주된 수요처가 되겠지만, 딜러망과 금융 인프라가 갖춰지면 일반 소비자도 자동차를 사듯 로봇을 구매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무뇨스 사장은 인베스터 데이에서 “현대차는 이제 피지컬 AI 회사로 변모하고 있다”며 “경쟁사보다 빠르게 움직여 로보틱스의 대량생산과 배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로보틱스 개발, 생산, 유통, 판매 그리고 금융까지, 이것이 바로 현대자동차그룹의 강력한 힘”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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