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2027년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앞두고 현행 과세 체계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과세최저한을 현행 250만원보다 높이고, 투자 손실을 이후 연도 소득에서 공제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26일 국회예산정책처의 '가상자산 과세상 쟁점 및 개선방안 연구'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진은 가상자산 과세 시행 전 과세최저한 상향과 양도손실 이월공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연구는 안성희 가톨릭대 경영대학 교수가 책임을 맡았으며 조형태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와 김익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공동으로 참여했습니다.
현행 소득세법상 내년 1월1일부터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얻은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됩니다. 가상자산 소득에서 필요경비와 250만원의 과세최저한을 제외한 금액에 20%의 세율이 적용됩니다.
문제는 투자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을 다음 연도로 넘겨 공제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한 해에 큰 손실을 입고 다음 해 일부 수익을 거두더라도 연도별로 세금을 계산하기 때문에 전체 투자 결과가 손실인 상황에서도 과세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27년 가상자산 투자로 5000만원의 손실을 본 투자자가 2028년 1000만원의 이익을 냈다고 가정하면 2년간 누적 손익은 4000만원 적자입니다. 하지만 현행 제도에서는 전년도 손실을 공제할 수 없어 2028년 이익 가운데 과세최저한 250만원을 초과한 금액이 과세 대상이 됩니다.
손실 이월공제가 도입되면 전년도 손실과 이후 수익을 상계할 수 있습니다. 과세최저한을 1000만원 이상으로 높이는 경우에도 같은 사례에서 과세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해외 주요국은 가상자산이나 투자자산의 손실을 이후 연도 세금 계산에 반영할 수 있는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미국은 투자 손익을 합산하고 손실이 더 큰 경우 일정 금액을 다른 소득에서 공제할 수 있으며, 남은 손실은 이후 연도로 이월할 수 있습니다. 영국도 투자 손실의 이월공제를 허용하고 있고 일본 역시 일부 가상자산 거래에 대해 손실을 일정 기간 이월할 수 있도록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과세최저한 250만원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금융정보분석원과 금융감독원의 '2025년 하반기 가상자산 사업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1000만원 이상 가상자산을 보유한 계정은 112만개입니다. 과세 기준이 낮을 경우 소액 투자자까지 신고 대상에 포함되면서 납세자의 신고 부담과 과세당국의 행정비용이 함께 증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연구진은 과세 초기 과세최저한을 600만~2000만원 수준으로 올린 뒤 신고·과세 시스템 구축 정도와 해외 거래에 대한 과세자료 확보 수준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손실 처리 방식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단기적으로는 가상자산 양도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을 이후 연도 양도소득에서 공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장기적으로는 가상자산 양도차익을 별도의 자본이득으로 분류해 손익통산과 손실 이월공제가 가능한 구조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입니다.
업계에서도 과세 시행에 앞서 제도적 기반을 먼저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도로가 놓이기도 전에 통행료부터 걷겠다는 식의 정책은 시장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며 "과세 시행에 앞서 손실 이월공제와 과세최저한, 신고 인프라 등 투자자가 납득할 수 있는 원칙과 제도적 기반부터 세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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