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정부·여당이 역대 최대 규모인 '800조원+알파(α)'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편성 막바지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반도체 호황에 법인세를 중심으로 역대급 세수가 걷힐 것으로 예상되면서 3대 메가프로젝트 등 미래성장동력 분야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게 당·정의 구상입니다. 문제는 정부 예산이 역대급으로 늘면서 시중에 돈이 풀리게 되고, 이 같은 풍부한 유동성은 부동산 자산 가격을 밀어올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각종 부동산 대책에도 서울 등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집값 불안 요인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늘어난 재정 여력으로 '슈퍼 예산'…"눈앞의 재정 수치에 매몰되지 말라"
당·정은 25일 국회에서 '2027 예산안 협의'를 열고 내년도 예산안을 '대체 불가 대한민국으로의 대도약'을 위한 전략적 확장 재정으로 편성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당정은 내년도 총지출 증가율을 올해 본예산(729조9000억원) 대비 10% 이상으로 확대해 800조원+α 규모의 '슈퍼 예산'을 편성한다는 방침입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반도체 호황 등에 힘입어 내년도 국세수입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재정 여력이 커진 만큼 미래산업 주도권을 확보하고 지방 주도 성장을 이끄는 데 우선순위를 분명히 세워 전략적으로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권칠승 정책위의장도 내년도 예산안을 "대한민국의 대도약과 대전환을 뒷받침하는 예산"으로 규정하면서 "글로벌 인공지능(AI) 경쟁에서 대한민국이 3위로 도약하기 위한 AI 투자와 향후 30년의 미래를 위한 메가프로젝트에 전략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역시 "2027년도 예산안은 현 정부가 처음으로 예산 편성 전 과정을 온전히 주관한 예산"이라며 "적극적인 재정 운용을 통해 대체 불가 대한민국으로의 대도약을 뒷받침하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반도체 호황으로 증대된 세수를 일시적 지출로 소진하지 않도록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지금은 눈앞의 재정 수치 관리에 매몰되는 우를 범할 때가 아니다"라며 "늘어난 재정 여력을 미래에 더 많은 열매를 수확하기 위한 씨앗으로 확실하게 삼아서 생산적 재정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정부는 불요불급한 예산은 과감하게 조정해서 재정의 건실한 운영을 도모해야 한다"면서도 "소중한 미래 재원을 보다 효율적이고 또 생산적인 분야에 투입해서 지금의 1만원을 내일은 10만원, 또 그 후에는 100만원으로 키우는 그런 지혜가 필요하다"고 거듭 적극 대응을 강조했습니다.
늘어난 유동성, 결국 부동산으로?…불안한 부동산 시장
문제는 정부가 반도체 호황 등으로 늘어난 세수를 발판 삼아 역대급으로 돈을 풀면서 불안한 부동산 시장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KB부동산 등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줄곧 상승 곡선을 그리며 이달 10일 기준 16억739만원을 기록, 사상 처음으로 16억원 선을 넘어섰습니다. 중간 수준의 집값을 보여주는 중위가격도 가파르게 올라 이달 서울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은 12억9167만원으로 1년 새 24.2%(2억5167만원)이나 상승했습니다.
특히나 지난 8·3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서울 등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은 매우 민감한 상태입니다. 세제개편안이 비거주·고가 주택의 보유·양도세 부담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됐지만, 과세 정상화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집값 불안 요인은 더욱 커졌습니다. 더욱이 '비거주 1주택자의 예외 인정' 사유 등을 놓고 반발이 거세면서 여당마저 세제개편안에 대해 "보완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정부 역시 후폭풍이 거세지자 공제 방식과 세율 등 큰 틀은 유지하되 국회에 개편안을 제출해 국회에서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현재 여당 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데다, 세부담 상한선을 조정해 종합부동산세 증가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면서 개편안이 어디까지 수정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집값 불안 요인이 큰 상황에서 유동성마저 늘어나면 집값을 자극하는 요인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일각에선 늘어난 유동성은 결국 또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크니,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선 유동성을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미 시장엔 과거 초저금리 시대 풀렸던 유동성이 여전히 풍부하다"며 "현재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이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태에서 또다시 유동성이 늘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계속 우상향 기조로 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와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등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2027년 예산안 당정 협의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광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박 장관, 한 원내대표, 권칠승 정책위의장.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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