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네이버(
NAVER(035420))와
카카오(035720) 노동조합이 하반기 계열사를 아우르는 단체교섭을 추진하면서 국내 대표 플랫폼들의 노사 관계가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양사 노조는 계열사별 업무 추진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본사가 실질적인 결정권을 가졌기 때문에 개별 법인을 넘어선 교섭 구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일각에선 인공지능(AI) 전환과 사업 재편 속도가 빨라지면서 정보통신(IT) 업계 전반에 이 같은 흐름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는 오는 26일 카카오와 주요 계열사 노동자들이 함께 공동 요구안을 제시하고 공동체 차원의 교섭을 요구하는 공동교섭 선포식을 개최합니다. 이는 카카오가 인적분할 계획을 발표한 이후 열리는 첫 노조 집회입니다. 카카오 이사회는 지난 21일 회사를 카카오톡과 AI를 중심으로 한 카카오AI와 주요 계열사를 포함한 투자회사 카카오X로 인적분할하는 방안을 결의했습니다.
카카오지회는 인적분할 이후 구조조정이나 사업 이관 등 고용과 노동조건에 중대한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대다수 구성원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았고 노조와 사전 협의 절차도 없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인적분할 추진이 오히려 공동교섭의 필요성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줬다고 지적했습니다. 인적분할 이후 의사결정 구조가 더 복잡해지는 만큼 노사 교섭 구조까지 법인별로 흩어져선 실질적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겁니다.
전국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 조합원들과 연대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6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 광장에서 성과급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카카오지회 관계자는 "회사가 지배구조의 효율성을 말한다면 교섭 구조도 현실에 맞게 바뀌어야 할 것"이라며 "더 이상 책임을 각 법인에게 떠넘기지 말고 공동 요구안에 대한 공동교섭에 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공동교섭을 통해 △책임경영과 고용안정 △공정한 성과 배분 △조직개편 시 사전 협의 △공동체 내 전환배치 등 개별 법인이 해결하기 어려운 공동체 사안들을 실제 결정권자와 협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방침입니다.
네이버지회 역시 지난 20일 네이버 본사에 16개 법인을 대상으로 통합교섭을 요구하는 공문을 공식적으로 전달했습니다. 노조 측은 "최근 1년간 16개 계열사에서 150번의 교섭이 열렸지만, 본사가 합의하기 전까지 계열사들은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그러는 동안 개별 교섭 구조 속에서 계열사 간 처우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네이버지회는 △전사 통합 경영 프로세스 개선 △근무 환경 개선 △안전·보건 제도 개선 △복지제도 확대 △통합적 노사관계 구축 등 통합교섭을 위한 5대 요구 사항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네이버와 카카오 노조가 요구하는 단체교섭 방식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네이버 노조는 본사를 교섭 당사자로 해서 16개 법인의 공통 안건을 단일한 창구에서 다루는 통합교섭을, 카카오 노조는 법인별로 개별 교섭은 유지하되 공동 요구안을 함께 제시해 별도 협의하는 공동교섭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양사 노조는 교섭 방식에서 차이를 보이긴 하지만, 본사를 실질적인 결정권을 가진 사용자로 보고 본사의 직접 교섭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업계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노사 관계의 책임 범위를 정하는 새로운 기준이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시행된 노란봉투법으로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범위가 확대된 것도 향후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법인별로 사업 구조와 경영 상황이 달라서 공동교섭 안건과 방식에 한계가 있다"며 "다만 일부 게임사 등에서 유사한 방식의 단체교섭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향후 교섭 책임과 수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걸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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