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말라버린 전세…서울 ‘중저가 들썩’-경기 ‘연쇄 상승’
전문가 "당분간 전세→매매 전이 현상 이어진다"
2026-08-21 14:56:17 2026-08-21 14:56:17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서울 아파트 시장이 뚜렷한 양극화 국면에 들어섰습니다. 강남권 고가 아파트는 세제 개편과 대출 규제 영향으로 매물이 늘고 호가가 낮아지는 반면, 전세 품귀가 심화한 중저가 지역은 실수요가 몰리며 집값이 오히려 오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전세 공급 부족이 매매 수요를 자극하는 '전세→매매 전이'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습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 부족 현상은 심화하고 있습니다. 동대문구 답십리동 래미안위브(2652가구)는 등록된 전세 매물이 2건에 불과하고, 구로구 신도림동 신도림 대림 1·2차(2298가구)도 2건뿐입니다. 성북구 길음동 롯데캐슬클라시아(2029가구)는 5건, 중랑구 면목동 사가정센트럴아이파크(1505가구)는 1건, 강서구 마곡동 마곡엠밸리6단지(1466가구)는 2건, 동작구 상도동 상도더샵 1차(1122가구)는 3건만 시장에 나와 있습니다. 비거주 1주택자의 실거주 전환과 월세 선호가 겹치면서 시장에 나오던 전세 물량이 빠르게 줄어든 영향입니다.
 
가격도 가파르게 뛰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4개월 연속 1%대 상승세를 이어갔고, KB부동산 조사에서는 7월 평균 전세가격이 7억458만원으로 처음 7억원을 넘어섰습니다. 1년 전(6억4944만원)과 비교하면 8.49% 오른 수치입니다. 여기에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만3000가구대로 급감할 전망이어서, 단기간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지난해 3만2370가구에서 올해 1만7210가구로 절반 가까이 줄었고, 내년에는 이보다도 더 적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세 수요, 서울 넘어 경기로…광명·동탄 전셋값 8%대 급등 
 
경기도 전셋값 상승세도 가파릅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광명(8.11%)과 화성 동탄(8.03%)은 올해 들어 전셋값이 8% 넘게 올랐고, 수원 영통(6.82%)·안양 동안(6.73%)·용인 기흥(6.21%) 등 서울 접근성이 높은 지역으로 임차 수요가 빠르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광명시는 전세 매물이 6개월 전 963건에서 21일 기준 292건으로, 반년 새 7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같은 전세난은 매매시장에도 뚜렷한 온도 차를 만들고 있습니다. 강남3구는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매물이 늘고 호가가 수억원씩 낮아지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8월 셋째 주 기준 강남구(-0.05%)와 서초구(-0.09%)는 2주 연속 하락하며 낙폭을 키웠습니다. 반면 10억원 이하 중저가 단지들은 신고가 거래와 전고점 회복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성북구(0.45%)·중랑구(0.44%)·서대문구(0.44%)·강북구(0.41%) 등 서울 외곽 지역은 강남권과 달리 서울 평균을 크게 웃도는 상승률을 기록하며, 서울 전체 상승폭(0.22%)을 되레 키우고 있습니다.
 
실제로 8월 들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의 64.9%가 10억원 이하에서 이뤄졌습니다.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는 12일 만에 6000만원 가까이 오르며 신고가를 새로 썼고, 구로구 개봉동 한진아파트는 4년 7개월 만에 전 고점을 회복하는 등 중저가 단지의 가격 회복세가 뚜렷합니다. 이는 대출 규제가 오히려 실수요를 중저가 지역으로 집중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해석입니다. 고가 주택은 자금 조달과 세 부담이 커지면서 매수세가 관망하지만, 상대적으로 접근 가능한 가격대의 아파트는 전세 수요까지 흡수하며 거래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8·13 공급대책을 통해 수도권 23만 가구 이상 공급과 인허가 절차 단축을 제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합니다. 공급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입주 시점인데, 공공택지 지정과 착공, 입주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당장의 전세난을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실제 대책 발표 후 첫 주간 통계에서도 서울 아파트값 오름폭은 전주 0.21%에서 0.22%로 오히려 확대됐습니다.
 
결국 시장에서는 '전월세 품귀→전셋값 상승→중저가 매매 수요 유입'이라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립니다. 공급 효과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전세 수급 불균형이 실수요를 자극하며 서울 외곽과 수도권 주요 지역의 집값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입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서울 집값이 멈춘 것이 아니라 강남 중심 상승에서 가격 부담이 낮은 중저가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전세 공급 부족과 입주 물량 감소가 맞물리면서 서울 외곽을 중심으로 자가 이전 수요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난의 근본 원인은 세제보다 입주 물량 부족"이라며 "단기 공급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강북권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와 매매 가격 상승 압력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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