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자산운용업계가 시간 외 상장지수펀드(ETF) 거래에 선을 그으면서 '출퇴근길 ETF' 도입이 불투명해지고 있습니다. 다음 달 애프터마켓에서 ETF 거래를 시작하려던 한국거래소는 운용사들의 불참으로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됐습니다. 아직 ETF 인가를 받지 않은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도 구체적인 거래시간을 정하지 않은 가운데 운용 업계의 반대 기류가 향후 시장 확대의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 10일 자산운용사 실무진을 대상으로 다음 달 14일 개장하는 애프터마켓의 ETF 거래 참여 여부를 다시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참여 의사를 밝힌 운용사는 한 곳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3월과 7월에 이어 거듭 운용 업계의 의사를 확인했지만 결국 참여사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애프터마켓 출범과 동시에 ETF 거래를 시작하려던 계획도 사실상 연기 수순에 들어갔습니다.
운용사들이 시간외거래를 꺼리는 핵심에는 ETF 특유의 가격 형성 구조가 있습니다. 정규장에서는 유동성공급자(LP)가 매수·매도 호가를 지속적으로 공급해 ETF 시장가격이 순자산가치에서 과도하게 벗어나지 않도록 합니다. 문제는 거래가 뜸해지는 정규장 이후에도 같은 수준의 가격 관리가 가능하느냐는 점입니다.
애프터마켓에서는 실시간 추정순자산가치(iNAV)가 제공되지 않는 데다 설정·환매에도 제약이 발생합니다. LP가 기초자산의 적정가치를 자체적으로 판단해 호가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유동성까지 줄어들면 ETF 가격과 실제 가치의 간극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입니다.
한국거래소도 이를 보완하기 위해 LP가 자체적으로 적정 가치를 계산해 정규장과 같은 수준의 호가 의무를 수행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운용업계에서는 시간 외 시장의 거래 여건이 정규장과 다른 상황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가격을 관리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반응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둘러싼 변동성과 투자자 보호 논란도 운용업계가 시간외거래에 신중해진 배경으로 꼽힙니다. 금융당국이 기본예탁금 기준을 높이는 등 관련 규제를 강화한 상황에서 거래시간까지 확대할 경우 가격 관리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운용사가 감수해야 할 비용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걸림돌입니다. ETF 거래시간이 늘어난다고 운용보수가 함께 증가하는 것은 아닌 반면 시간 외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인력과 시스템 운영 등 추가 부담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애프터마켓 ETF 거래에 참여한다고 운용사에 추가적인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는 아닌데 관리해야 할 시간과 비용은 늘어난다"며 "최근 ETF 시장을 둘러싼 여러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굳이 새로운 거래시간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느냐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습니다.
운용사들의 불참은 한국거래소가 추진해 온 거래시간 확대 전략에도 변수가 됐습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거래할 수 있는 넥스트레이드가 시장에 안착하면서 한국거래소 역시 애프터마켓을 도입하고 거래 대상을 ETF까지 넓히는 방안을 추진해 왔습니다. 애프터마켓 자체는 문을 열더라도 ETF가 빠지면 정규장 밖에서 투자자가 거래할 수 있는 상품군을 확대하려던 계획은 당분간 미뤄지게 됩니다.
관심은 ETF 시장 진입을 준비하는 넥스트레이드로도 옮겨 가고 있습니다. 넥스트레이드는 프리마켓과 정규장, 애프터마켓에서 ETF를 거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준비해 왔지만 아직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기 전입니다. 이에 따라 어느 시간대까지 ETF 거래를 운영할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넥스트레이드 관계자는 "아직 ETF 인가도 받지 않은 단계에서 시장을 어떻게 운영하겠다고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업계의 공감대가 있어야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간 외 ETF 거래는 운용사와 LP 등 시장 참여자의 협조가 필요한 만큼 넥스트레이드 역시 업계 분위기를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거래시간 확대에 앞서 안정적인 가격 형성과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 폐지 촉구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사진=뉴시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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