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다인 기자]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의 진상을 규명해 달라는 '시민 1만명 청원'에 대해 국방부가 사실상 거부 입장을 낸 걸로 확인됐습니다. 피해자에 대한 국가배상과 사과, 진상조사기구 설치, 관련 기록 공개 등 청원의 핵심 요구 대부분을 받아들이지 않은 겁니다.
지난 6월23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등 인권침해 진실규명 촉구 시민 1만명 청원 제출 1주년' 기자회견에서 청와대 관계자가 시민사회 공동성명서와 생존자 응우옌티탄씨의 메시지를 전달받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13일 <뉴스토마토>가 입수한 국방부 민원 답변서에 따르면, 국방부는 한베평화재단 측에 '관련 법령과 진행 중인 소송, 관계기관 의견 및 국방부 소관 업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청원 요구 사항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답변을 보냈습니다.
이번 청원엔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과 관련 국가배상 소송 상고 취하, 피해자 배상·사과 △특별법 제정을 통한 진상조사기구 설치 △국가정보원이 보유한 퐁니·퐁넛마을 학살 사건 조사기록 공개 △하미마을 위령비 비문 공개와 원상 복원 등의 요구가 담겼습니다.
국방부는 먼저 퐁니·퐁넛마을 학살 피해자인 응우옌티탄씨가 제기한 국가배상 소송의 상고를 취하해 달라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국방부는 "베트남전 민간인 피해에 대해 엄중히 인식하고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도 "1·2심에서 국가 책임을 인정한 최초 사례인 만큼 법리적 쟁점에 대해 대법원의 명확한 판단이 필요하고, 국방부가 임의로 상고를 취하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앞서 응우옌티탄씨는 지난 1968년 2월12일 베트남 꽝남성 퐁니·퐁넛마을에서 한국군에 의해 가족을 잃고 자신도 총상을 입었다면서 대한민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2심 법원은 한국군의 불법행위와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했지만, 한국 정부는 불복했고 현재 사건은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독립적 진상조사기구 설치 요구에 관해선 "국회에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라며 "국회의 입법 논의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면서 후속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국가정보원이 보유한 1969년 작성 ‘퐁니마을 사건 조사기록’의 공개 요구에 대해선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비공개 대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미마을 위령비 비문 공개와 원상 복원 등의 요구엔 당사자간 의견 수렴을 통해 검토되는 게 바람직하다며 입장을 유보했습니다.
국방부의 답변에 대해 권현우 한베평화재단 사무처장은 "문재인정부에 이어 이재명정부도 사실상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문제에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지난해 6월23일 '베트남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네트워크' 시민 1만541명의 서명을 모아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등 인권침해 사건의 진실규명을 촉구하는 청원을 청와대에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청원이 접수된 후 1년이 지나도록 정부의 공식 답변은 나오지 않았고, 시민단체가 이를 문제 삼자 청와대는 지난달 15일에야 청원을 국방부로 넘긴 바 있습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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