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배당 대신 외형 확장에 나선 한화생명 앞에 자본건전성과 주주환원에 대한 숙제가 놓였습니다. 애큐온캐피탈에 이어 KDB생명 인수까지 추진하면서 비보험 금융사업을 확대하는 동시에 대규모 자금 투입에 따른 자본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지난 7일 KDB생명 매각 본입찰에 최종 인수제안서를 제출했습니다. 본입찰 경쟁사는 한국투자금융지주와 흥국생명입니다.
한화생명은 지난 6월에는 애큐온캐피탈 및 애큐온저축은행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애큐온저축은행 지분 100%를 보유한 애큐온캐피탈 지분 약 96%를 인수하는 거래입니다. 두 거래를 모두 성사시키면 생명보험 본업의 외형뿐 아니라 캐피탈업 라이선스와 저축은행 영업 기반까지 확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인수·합병(M&A) 이후 자본 여력은 걱정거리입니다. 애큐온 인수대금은 한화생명의 현금성 자산으로 감당 가능한 수준이지만, 현금을 금융자회사 지분으로 전환하면 가용자본이 줄고, 위험액 증가로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에도 하방 압력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한국신용평가는 애큐온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고려하면 위험액 증가로 한화생명의 지급여력비율 하락이 예상된다고 분석했습니다. NICE신용평가도 이번 인수로 가용자본보다 요구자본이 더 크게 증가해 K-ICS 비율에 하방 압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습니다.
실제 한화생명의 올해 3월 말 K-ICS 비율은 162.1%로 금융당국 규제치 100%와 권고치 130%를 웃돌지만, 기본자본 K-ICS 비율은 58.8%로 권고치 80%를 밑돌았습니다. 적기시정조치 기준인 50%와도 격차가 크지 않습니다. 내년부터 기본자본 중심의 건전성 관리가 강화되는 만큼 추가적인 자본 부담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KDB생명까지 인수하면 부담은 더욱 커집니다. KDB생명의 올해 1분기 말 K-ICS 비율은 경과조치 적용 후 186.1%지만 적용 전에는 74.5%에 그쳤습니다. 기본자본 K-ICS 비율도 경과조치 후 41.9%, 적용 전에는 -25.2%로 취약합니다. 지난해 산업은행이 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지만, 인수 이후 추가 자본 보강과 경영 정상화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화생명은 국제회계기준 IFRS17 도입 이후 해약환급금준비금 부담 등을 이유로 2024년부터 현금배당을 중단했습니다. 곧 발표할 2분기 실적은 보험손익과 투자손익 모두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배당 재개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한화생명 측도 해약환급금준비금이 배당가능이익의 차감 요소인 만큼 이익이 늘더라도 배당 여력은 제한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지난달 소액주주연대와의 대화에서 "당장 해약환급금준비금 마련도 어렵고 배당도 못 준다면서 다른 금융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느냐"는 지적을 받고 "설마 (인수) 안 하겠죠"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이후 애큐온 인수에 이어 KDB생명 본입찰에도 참여하면서 주주환원과 M&A 사이 자본배분의 일관성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박판서 한화생명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충분히 손익을 내면서도 배당 여력은 안 된다고 하는 상황에서 자금여력은 안 된다면서도 캐피탈, 보험사, 저축은행까지 인수한다고 하니 주주들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고 전했습니다.
애큐온캐피탈, KDB생명, 한화그룹 사옥 및 간판. (사진=각 사, 챗GPT 합성)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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