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노조탄압 공판 100회)⑨(단독)SPC '직장 갑질' 도 넘었다…'성희롱·돈 갈취' 묵인
파리바게뜨 점포서 성희롱 피해 호소에도 노동자 방치
SPC삼립 주임급 관리자 노동자 상대 수년간 금품 갈취
2026-08-03 17:26:38 2026-08-03 17:32:01
[뉴스토마토 박진석·유근윤 기자] SPC그룹에서 성희롱과 돈 갈취 등 직장 내 갑질이 잇따르지만, 회사는 가해자를 소극적으로 징계해 사실상 사건을 묵인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노동자를 보호해야 할 근로기준법과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이 SPC그룹에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성희롱 피해자 방치한 관리자 징계는 '단순 경고'
 
3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SPC그룹 계열사인 피비파트너즈에선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가 이행되지 않은 채 방치된 일이 벌어졌습니다. 
 
사건은 부산의 한 파리바게뜨 점포에서 일어났습니다. 60대 남성 가맹점주가 30대 여성 제빵기사 A씨를 대상으로 2024년부터 약 1년간 성희롱 발언을 반복한 겁니다. 점주는 '노래방은 여자를 불러 노는 곳'이라면서 자신의 유흥 경험을 언급하기도 했고, '젊은 여성을 소개해 달라'고도 했습니다. A씨가 3일 연속 휴가를 냈을 땐 '성형수술을 하러 가는 것이냐'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지난 4월 SPC그룹 계열사 피비파트너즈가 성희롱 사건을 방치한 관리자에게 견책 수준의 징계를 결정했다. (사진=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제공)
 
견디다 못한 A씨는 지난해 중순 피비파트너즈 부산경남사업부 관리자 B씨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러나 B씨는 되려 A씨에게 "예민하게 굴지 마라. 너만 일 잘하면 된다"라고 말하면서 문제의 책임을 A씨에게 돌렸다고 합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분리 조치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점주는 개인사업자이고, A씨는 피비파트너즈 소속입니다. 그래서 A씨가 점주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는 건 구조적으로 어려운 부분입니다. 이에 사건을 접수한 민주노총 파리바게뜨지회는 지난해 9월 피해 사실을 듣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관리자 B씨를 피비파트너즈 노사팀에 신고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4월 결정된 B씨에 관한 징계는 단순 경고에 해당하는 '견책'에 그쳤습니다.
 
임종린 파리바게뜨지회 지회장은 "피비파트너즈의 처참한 성인지 감수성으로 A씨는 아무런 보호 조치도 받지 못한 채 2차 피해를 당했다. 이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수준"이라며 "여전히 A씨는 점주를 포함한 어느 누구에게도 사과받지 못했고, 지금도 해당 점주와 한 공간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2020년 1월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빈소를 방문했다. (사진=연합뉴스)
 
수년간 이어진 '현금 갈취'…방치된 삼립 노동자
 
경기도 시흥시에 있는 SPC삼립 시화공장에선 관리자가 노동자 50명을 상대로 수년간 현금을 갈취한 일까지 드러났습니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에 따르면, SPC삼립 시화공장의 한 포장 라인에선 주임에 해당하는 관리자 C씨는 휴가를 사용하는 노동자에겐 '원하는 날짜에 휴가 일정을 맞춰줬다'는 이유로 5만원을 받았습니다. 경조사가 있었던 노동자에겐 '본인이 그곳을 방문해줬다는 명목'으로 10만원을, 승진 대상자에겐 '승진 명단에 올려줬으니 감사를 표시하라'며 15만~25만원을 거뒀다고 합니다. 심지어 C씨의 가족이 수술을 받거나 생일을 맞이한 경우에도 일정 금액을 받아갔다는 겁니다. 
 
지난해 5월 참다 못한 한 노동자가 C씨 문제를 SPC삼립 노무관리팀과 노조(SPC삼립지회)에 알렸습니다. SPC삼립지회는 C씨를 SPC그룹에까지 신고했지만, 현재까지도 C씨에 대한 조치는 없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SPC삼립지회 관계자는 "노동자들은 인사와 승진에 영향을 미치는 관리자로부터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금품 요구에 응하면서 돈을 상납하고 참아왔다"며 "사내 괴롭힘은 위계질서를 악용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SPC그룹에선 이를 근절할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습니다.
 
SPC삼립 시화공장에선 관리자 C씨가 노동자 50여명을 상대로 수년간 현금을 갈취한 걸로 드러났다. 노동자 중 한 명이 2022년부터 2025년까지 C씨의 계좌로 입금한 내역. (사진=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이에 대해 문영섭 노무법인 로앤 노무사는 "A씨가 당한 성희롱 사건은 중징계에 해당할 만큼 중대한 수준이지만 회사 측이 취한 조치는 미약하다"며 "조사 및 피해자 분리 등 절차를 밟지 않고 방치한 관리자에게 견책이라는 가장 낮은 징계만 내린 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문 노무사는 C씨 사건에 관해서도 "금품을 갈취한 데다 승진이나 휴가 등에 대한 감사 명목으로 돈을 받은 상황이라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명확하게 인정될 수 있다. 배임으로도 볼 수 있는 사건"이라며 "통상 이런 사건은 '관행' 등의 이유로 금품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어떠한 상황이더라도 중징계에 해당하는 위법행위"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뉴스토마토>는 SPC그룹 측에 직장 내 갑질 논란, 회사 측이 성희롱과 돈 갈취 신고를 묵인했다는 주장에 관한 입장과 반론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SPC그룹 측은 "해당 사안들은 직원들의 인사·고충 처리 및 개인정보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 구체적인 조사 내용을 확인해 드리기 어렵고, 구체적 언급은 관련자들에게 2차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도 "사안별로 각 계열사는 관련 법령과 사내 규정에 따라 조사를 진행했으며,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 전문 노무법인의 검토와 의견을 거쳐 필요한 조치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A씨에 관한 건은 해당 가맹점주에 대해 도급계약을 해지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고, 관련 직원에 대한 모든 절차는 회사 규정과 객관적인 외부 노무법인의 의견을 거쳐 진행됐다"며 "C씨에 관한 건은 회사가 관련 법령과 사내 규정에 따라 조사를 진행했고, 외부 노무법인에도 의뢰해 조사를 진행하던 중 신고자가 노무사의 지속적인 연락에도 연락을 계속 받지 않아 더 이상 조사가 진행되지 못했던 걸로 확인된다"고 했습니다. 
 
박진석 기자 ptba123@etomato.com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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