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공기업 통합본사 유치전 치열…울산시, 정중동 유치전
통합본사 유치와 2차 이전 사이 '줄타기'…울산의 이유 있는 '신중'
2차 에너지기관 유치와 맞물려 셈법 복합해져...'타이밍' 노린 대응
2026-08-03 11:40:28 2026-08-03 15:58:14
[울산=뉴스토마토 하주화 기자] 자산 73조원 규모의 발전공기업 통합 본사를 둘러싼 지역 간 선점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한국동서발전 본사가 있는 울산시의 행보에도 이목이 쏠립니다. 동서발전은 발전 5사 중 개인·법인지방소득세 납부액이 가장 많고, 울산은 전력·에너지 수요처가 대거 몰린 거점입니다. 그러나 정작 울산시는 공개적 유치전과는 거리를 두며 '정중동(靜中動)'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발전공기업 통합에 관한 최종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무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와 보조를 맞추지 못하면 연말에 예정된 2차 공공기관 이전 협상에서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정무적 판단을 하는 걸로 보입니다. 
 
3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시는 발전공기업 통합 본사 유치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공식 대응의 수위와 시점을 놓고 고심하는 중입니다. 셈법을 복잡하게 만드는 핵심 변수는 한국석유관리원과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입니다. 울산시가 2차 공공기관 이전 희망 후보 40여곳 가운데 각각 1·2순위로 점찍은 핵심 에너지 기관들입니다.
 
석유관리원이 울산으로 이전하면 한국석유공사의 자원 개발·비축 기능에 지역 정유·석유화학 산업의 품질검사·유통관리를 밀접하게 연결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역시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정책 연구를 지역 기업의 기술 실증과 사업화로 연결해 주는 고리가 됩니다. 울산으로선 통합본사와 별개로 확보해야 할 핵심 기관인 셈입니다.
 
문제는 타이밍입니다. 발전공기업 기능 재편 용역에 관한 최종 결과와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은 모두 연말 발표될 예정입니다. 통합 본사 입지가 결정된 이후 2차 이전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겁니다. 울산시로선 동서발전의 본사 기능을 사수함과 동시에 신규 에너지 기관을 추가 유치해야 하는 다중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특히 발전공기업 기능 재편을 주도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정책적 기류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용역 결과가 도출되기도 전에 통합 본사 유치를 두고 과열 경쟁을 벌이다가 정부와 대립각을 세울 경우, 2차 이전 협상에서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통합 본사 유치전을 후순위로 미루기도 어렵습니다. 통합 법인은 향후 석탄발전 재편과 액화천연가스(LNG) 전환, 재생에너지 확대 등 국가 발전산업의 중장기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습니다. 신규 발전사업과 대규모 자금 조달, 연구개발(R&D) 투자 역시 통합본사를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큽니다. 만약 통합 법인의 거점이 타지역으로 결정되면, 그동안 동서발전이 수행해 온 핵심 의사결정 기능이 울산에서 이탈할 수 있습니다.
 
울산광역시 중구에 위치한 한국동서발전 사옥. (사진=뉴스토마토)
 
동서발전의 개인·법인 지방소득세 납부액은 연간 48억1000만원으로, 발전 5사 중 단연 으뜸입니다. 나머지 서부발전, 중부발전, 남부발전, 남동발전 등 4사는 32억3000만~39억원 수준입니다. 다만 통합 본사가 타지역에 들어서더라도 세수가 모두 증발하는 것은 아닙니다. 울산시청 관계자는 "통합 법인이 설립되더라도 발전설비와 인력은 울산에 남고 기존 조직이 지역본부 형태로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법인지방소득세만 놓고 보면 현재 36억여원 가운데 32억원은 울산에 계속 귀속될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통합 본사 유치 실패의 진정한 우려는 '에너지 수도'로서의 위상 약화입니다. 울산에는 동서발전과 한국석유공사, 한국에너지공단,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입주해 있습니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전력 다소비 산업과 대규모 데이터센터도 에너지 기관과 산업 현장을 잇는 기반입니다. 여기에 발전공기업 통합 본사를 확보하면 기존 공공기관과 산업 기반에 발전산업의 경영·투자 기능이 더해집니다. 정책 연구에서 기술개발과 자원 비축, 전력 생산, 산업현장 실증으로 이어지는 에너지 클러스터의 완성도도 한 단계 높아집니다. 울산시가 통합 본사와 2차 이전 기관 유치를 하나의 에너지산업 집적 전략으로 묶어 접근하는 이유입니다.

결국 울산으로선 공세적인 유치전보다 주무부처와의 정책 조율에 무게를 두고 두 목표를 함께 달성할 수 있는 해법을 물밑에서 찾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시청 관계자는 "정부의 최종 구조개편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적 구호만 앞세우는 것은 실익이 크지 않다"며 "기존 에너지 공공기관과 지역 산업, 2차 이전 대상 기관을 연계해 울산이 국가 에너지정책을 실행할 적지라는 논리를 구체화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발전 5사의 합산 자산은 약 73조원, 연 매출은 30조원에 달합니다. 정규직은 1만3000여명이며, 발전설비 용량은 국내 전체의 약 3분의 1인 53GW에 달합니다. 지난 6월 용역 중간 결과는 1사 통합을 최적안으로 제시했지만 권역별 재편과 지주회사 체제도 검토 대상입니다. 통합 본사 유치전엔 충남과 경남, 부산, 전남 나주가 뛰어들었습니다.
 
특히 중부·서부발전 본사와 석탄화력발전소 28기를 보유한 충남이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각 지방자치단체는 저마다의 산업·공공기관 집적도를 앞세워 명분 쌓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울산=하주화 기자 j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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