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이 미국 메모리 반도체 공장 건설 가능성을 처음으로 공식 언급하면서 SK하이닉스의 대미 투자 전략이 확대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첨단 패키징 투자에 집중했던 미국 사업이 메모리 전공정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생산기지 전략 변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에서 세번째)를 비롯한 SK하이닉스 주요 경영진이 1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나스닥 타워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10일(현지시각) 나스닥증권거래소에서 열린 ‘오프닝 벨’ 세리머니에 참석한 뒤 한 외신과 인터뷰에서 미국 내 메모리 팹 투자 가능성과 관련한 질문에 “현재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실사를 진행하며 적합한 장소를 찾고 있다”며 “미국에서 적합한 장소를 발견한다면 투자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메모리 팹을 건설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전력과 깨끗한 물, 부지, 인력은 물론 공급망을 뒷받침할 수 있는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 지역에 총 38억7000만달러(한화 약 5조8000억원)를 투입해 AI 메모리용 첨단 패키징 생산시설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회사가 메모리 웨이퍼를 생산하는 전공정 팹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국내 이천과 청주를 주력 생산 거점으로 삼고 있으며, 해외 메모리 전공정 생산시설은 중국(우시·다롄)이 유일합니다. 미국에 메모리 생산기지까지 구축할 경우 글로벌 생산 거점이 다변화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최 회장의 이번 발언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최근 미국 뉴욕주의 마이크론 반도체 생산 공장 콘크리트 타설식에서 “나는 (마이크론)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미국으로 불러와 생산시설을 짓게 하고 싶다”며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확대를 주문한 이후 나왔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최대 40%를 자국 내로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AI 공급망과 첨단 제조업을 미국으로 유치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AI 메모리 생태계가 미국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미국 현지 생산 검토 배경으로 꼽힙니다. 고성능 AI 메모리의 최대 수요처인 엔비디아와 AMD 등 팹리스 기업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빅테크 기업들이 대부분 미국에 몰려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주요 고객사와의 협업을 강화하고 맞춤형 제품을 적기 공급하기 위한 현지 생산 거점 확보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미국 투자 검토 자체는 새로운 사안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반도체 공장을 더 지어달라는 요구는 계속 있었던 이야기”라며 “최근 국내 투자 발표 시점과 맞물리면서 더 주목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상황이 갑자기 달라졌다기보다 다양한 투자 방안을 계속 검토하는 단계”라고 덧붙였습니다.
대미 투자 검토와 별개로 국내 주요 반도체 생산기지 구축 현황은 기존 계획대로 진행 중입니다.
삼성전자(005930)는 최근 용인 국가산업단지 내 1호 팹 가동 목표 시점을 당초보다 최대 2년 앞당긴 2029년으로 잡고 부지 조성에 들어갔습니다. 정부 역시 전력·용수 공급과 인허가 일정을 단축해 용인 클러스터 조기 구축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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