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찰, 색동원 가지도 않고 조사?…인권위, 직권조사 착수
해바라기센터 파견 경찰…시설 구조'도 모른 채 피해자 조사
인권위 "'장애인 피해자' 수사 절차 전반 점검하는 조사 진행"
2026-07-08 15:59:53 2026-07-08 16:53:47
[뉴스토마토 남윤서 기자] 인천 강화군 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에서 벌어진 성폭력 사건을 수사한 해바라기센터 파견 경찰이 현장을 직접 확인하지 않은 채 피해자 조사를 진행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무시한 부실 수사 정황이 드러나자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의 수사 절차 전반을 점검하는 직권조사에 착수했습니다.

'현장 검증 없는' 수사…공간·행동 중심 진술 한계
 
8일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색동원 사건 당시 해바라기센터에 파견된 경찰 수사관들은 피해자 조사에 앞서 사건 현장인 색동원을 단 한 번도 직접 방문하지 않았습니다. 피해 장소를 특정할 수 있는 사진이나 관련 자료도 충분히 활용되지 않았습니다.
 
해바라기센터는 성폭력·가정폭력 피해자에게 상담과 의료, 법률, 수사 지원을 제공하는 통합 지원기관입니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피해자 조사를 위해 전문교육을 받은 경찰관이 파견돼 근무하며 이번 사건의 피해자 조사도 이들이 맡았습니다.
 
해바라기센터 파견 경찰이 색동원 공간에 대해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한 탓에 발달장애인인 피해자들은 범행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체계적으로 설명하기보다 공간이나 행동을 중심으로 진술해야 했다고 합니다.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검증 절차는 물론 원활한 사실관계 이해도 부족할 수밖에 없었던 셈입니다. 
 
색동원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관계자는 "해바라기센터 파견 경찰은 범죄가 일어난 공간 구조를 미리 알고 조사를 해야 피해자 진술에 맞춰서 꼬리를 무는 구체적인 질문을 할 수 있다"며 "사건 현장에 대한 이해 자체가 부족해 제대로 된 확인과 조사가 진행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색동원 사건 재판장인 엄기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 부장판사가 5월15일 오후 인천 강화군 색동원에서 시설장의 입소자 성폭행 혐의에 대한 현장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전 교감·신뢰 형성 부족…'진술 중심' 조사 맹점
 
공대위에 따르면, 피해자가 해바라기센터 파견 경찰과 사전 교감·신뢰 관계를 쌓을 시간도 충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조사관과 피해자 변호사, 진술조력인은 모두 피해자가 조사 당일 처음 만난 사람들이었고, 피해자는 이들과 잠시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조사를 받은 걸로 파악됐습니다.  
 
공대위는 이런 조사 방식으로는 발달장애인 피해자의 진술을 충분히 확인하고 추가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특히 발달장애인 피해자는 짧은 시간 안에 낯선 사람에게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조사 방식이 피해자 특성에 맞춰 설계되지 않으면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할 근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공대위 관계자는 "비장애인이라고 할지라도 오늘 처음 만난 사람에게 성폭력 피해를 털어놓는 건 어렵다"면서 "언어적 표현에 한계가 있는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런 식의 진술 중심 조사는 사실상 피해 입증을 가로막는 구조"라고 지적했습니다. 

인권위, 경찰청·서울청 등 대상으로 직권조사 착수  
 
이런 지적들이 제기되자 인권위는 8일 경찰청, 서울경찰청, 장애인 거주시설 인권침해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서를 대상으로 직권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조사는 장애인 피해자 조사가 장애 특성을 충분히 반영해 이뤄졌는지 등 수사 절차 전반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특히 의사소통이나 의사 표현에 어려움이 있는 피해자의 조사 참여가 실질적으로 보장됐는지, 진술조력인과 신뢰관계인이 피해 진술을 충분히 지원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필 계획입니다. 또 행동 관찰과 생활 기록, 주변인 진술 등 다양한 자료를 활용해 장애인 거주시설의 폐쇄성, 종사자와 입소인 간 권력관계, 반복 피해 가능성 등 시설의 구조적 특성이 수사 과정에서 적절히 반영됐는지도 점검키로 했습니다. 
 
공대위는 이번 직권조사가 특정 사건의 수사 적정성을 판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장애인 피해자 조사 제도 전반을 점검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공대위 관계자는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이나 학대 사건은 일반적인 진술 중심 조사만으로는 피해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장애 특성을 고려한 수사 매뉴얼과 조사 환경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해야 앞으로도 유사한 사건에서 피해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고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경찰은 "당시 해바라기센터 조사관들이 색동원을 직접 방문하지는 않은 건 맞지만, 수사 경찰과 해바라기센터 파견 경찰은 현장 상황을 공유하며 수사를 진행했다. 수사관들은 압수수색을 포함해 5차례 이상 색동원을 방문했다"면서 "피해 장소를 확인할 수 있는 사진도 조사 과정에서 활용했고, 장애인 피해자의 비언어적 표현과 민간기관이 확보한 자료도 함께 검토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부 미흡한 사례가 있었을 수는 있지만, 이를 전체 조사 과정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남윤서 기자 nyyyse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