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토마토 김백겸 기자]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 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합수본)에 검찰과 경찰 인력이 대거 추가 투입되고 있습니다. 애초 수사를 시작한 목적을 넘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예산 낭비, 채용 비리 등 운영 전반으로 수사가 확대되는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합수본의 수사 전선이 넓어지면서 정작 본령인 '투표지 부족 진상조사'는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3일 경찰에 따르면, 최근 합수본에 추가 파견할 수사 실무진 5명이 선발됐습니다. 경찰청은 여기에 사건별 수사 지휘를 맡을 인력도 충원하고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충원자 관련 내부 공고는 오는 6일까지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검찰 인력도 늘어납니다. 합수본 관계자는 "현재까지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2명이 충원됐다"고 했습니다. 이번에 합류한 임홍석 창원지검 통영지청 부장검사(사법연수원 40기)는 대표적인 특수통 검사로, 2017년 다스 비자금 특별수사팀, 2018~2019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에서 활동한 바 있습니다. 합수본은 평검사 5~6명을 충원할 계획입니다.
당초 합수본 구성은 본부장인 김태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를 포함해 검찰에서 12명(검사 6명, 수사관 6명), 경찰 15명으로 총 27명 규모로 구성됐습니다. 검경의 추가 파견이 이뤄지면 적어도 10여명 늘어난 규모가 될 걸로 보입니다. 특히 검사 규모는 기존 6명에서 두배로 늘어나게 됩니다.
이런 인력 증원은 수사 범위 확대에 따른 조치입니다. 합수본은 출범 당시 투표지 부족 사태의 진상 규명을 목표로 했지만, 이후 외유성 출장, 인사 관리 등 선관위 운영 전반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수사 반경을 불가피하게 넓히게 됐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23일 국무회의에서 "(선관위는) 헌법이 정한 독립기관이다 보니까 관리도, 통제도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내부 운영 과정에서 국민이 납득 못 하는 황당한 일이 많이 생기는 것 같은데, 필요하면 충분히 다 수사하면 좋겠다"고 지시했었습니다.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 (사진=뉴시스)
이에 따라 합수본은 지난 2일 노태악 전 선관위원장 등의 외유성 출장 의혹을 고발한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를 불러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투표지 부족 문제 외에 제기된 선관위 의혹에 관련해서도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된 셈입니다.
국민의힘이 낸 고발장엔 노 전 위원장이 지난해 11월13부터 23일까지 배우자와 함께 덴마크 등 해외 출장을 다녀오면서도 관련 내용을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고 약 9053만원 상당을 횡령했다는 의혹이 담겼습니다. 또 2023년 9월 선관위 공무원들이 몰디브 대선을 참관한다는 명목으로 출장을 갔고, 약 1400만원의 예산을 사용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선관위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커진 만큼 관련 의혹 규명은 필요하다고 보면서도, 수사 범위 확대가 본래 목표인 투표지 부족 사태 수사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투표지 부족에 따른 선관위 형사처벌은 결국 '고의성 입증'이라는 벽을 넘어야 합니다. 그러나 사실상 이를 증명하기 어려워지자, 어떻게든 선관위로 책임을 지우기 위해 별건 의혹을 엮어 결론을 정해두고 몰아붙이는 전형적인 '표적 수사'나 '끼워 맞추기 수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박용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는 "선관위의 예산 낭비 등도 조사를 해서 밝혀내야 될 과제인 건 맞다"면서도 "그러나 목적했던 바가 다른 별건 수사로 인해 희석이 되거나 수사에 집중을 못하는 면이 생긴다면 그 자체로도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투표지 부족 사태를) 조사해 보니까 혐의 입증하기가 힘들어서 다른 사건으로 옮겨가는 이런 형태들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검사 출신 류혁 변호사는 "투표지를 적게 인쇄를 하는 과정에서 예를 들어 어떤 업자에게 돈을 받고 특혜를 줬다든가 이런 걸 밝히는 게 (합수본 수사의) 진짜 본질적이고 직접적인 내용이어야 한다"면서 "그런 부분에 외에 수사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앞으로 이런 식으로 모든 문제를 본질과 무관한 수사로 해결하는 게 맞는 건지 의문"이라고 전했습니다.
한편, 합수본은 투표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선관위 관계자들을 연이어 불러서 조사하고 있습니다. 지난 2일엔 서울시선관위 기획계장을 소환한 데 이어 3일엔 송파구선관위 선거담당관 등 관계자 6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습니다.
김백겸 기자 kb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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