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론 조이면서 중금리대출 늘리라고?…난감한 카드사
2026-07-03 15:23:34 2026-07-03 15:23:34
[뉴스토마토 배희 기자] 금융당국이 카드사에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주문하는 동시에 중금리대출 공급 확대를 독려하면서 현장에서는 혼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하반기에는 카드사들도 중금리대출상품 생활안정자금대출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총량 규제 틀 안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당국, 카드론 총량 예의주시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NH농협·신한·현대카드와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기관을 소집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 관리 방안을 점검했습니다. 금융위는 최근 증가하는 가계대출 규모를 언급하며 총량 관리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재 카드사를 포함한 금융사들은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받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올해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1.5% 이내에서 관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카드사 역시 이 같은 관리 목표에 맞춰 대출 취급 규모를 조절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카드론 잔액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카드론 잔액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카드사 9곳(삼성·신한·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BC·NH농협카드)의 카드론 잔액은 1월 42조5850억원에서 지난달 43조2534억원까지 상승했습니다.
 
카드론은 별도의 담보 없이 비교적 신속하게 이용할 수 있는 대출인 만큼 생활자금 수요가 몰리는 대표적인 상품으로 꼽힙니다. 은행권 대출이 어려워진 차주들의 자금 수요가 카드론으로 유입되면서 잔액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카드론 잔액이 계속해서 불어나자 금융당국도 카드업권의 대출 증가세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카드사들은 금융당국에 카드론 잔액과 신규 취급 규모 등을 일일·주간·월간 보고 형태로 제출하며 대출 현황을 수시로 관리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금융당국이 카드사의 대출 동향과 증가 속도를 면밀히 점검하고 관리 목표 이탈 여부를 집중 관리하는 모습입니다.
 
이번 금융위 카드사 소집 및 가계대출 점검을 계기로 카드사들은 카드론 취급 규모를 월별 관리 목표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영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신용평가모형 및 심사기준을 고도화해 고객의 상환능력을 정교하게 반영하고 외부 플랫폼 등 채널에서도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신규 대출 증가 속도를 관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금융당국이 카드론 증가 추이를 예의주시하며 카드사들에게 가계부채 총량 관리를 주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금리대출 확대 압력
 
카드사들은 동시에 중금리대출을 확대하라는 압력도 받고 있습니다. 민간 중금리대출은 신용점수 하위 50%를 대상으로 각 업권이 상한선보다 낮은 금리로 내주는 신용대출입니다. 민간 중금리대출로 인정받으려면 이 금리상한을 넘어서는 안 됩니다. 지난달 30일 금융위가 공시한 하반기 금리 상한선에 따르면 △저축은행 15.27% △캐피탈 14.37% △카드 12.26% △상호금융 8.97%입니다.
 
금융위는 민간 중금리대출 확대를 위해 지난달 29일 저축은행 6곳(KB·OK·SBI·신한·예가람·한국투자저축은행)에서 생활안정자금대출을 출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반기에는 카드사와 캐피탈사까지 확대할 예정인데요. 해당 상품은 6·27 가계대출 규제로 신용대출 한도가 연 소득 이내로 제한된 것과 달리 해당 규제를 적용받지 않습니다. 가계대출 규제로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취약차주를 위해 일정 부분 규제를 풀었습니다.
 
금융위는 카드사에 중금리대출 추가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현재 카드사는 중금리대출 취급분의 80%만 총량에 반영하도록 하는 인센티브를 적용받고 있습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4월 '중금리대출 활성화 방안'에서 민간 중금리대출에 최대 80%까지 총량 규제 제외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미온적인 반응이 감지됩니다. 생활안정자금대출 역시 대출 총량 규제에 포함되는 만큼 카드론 총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중금리대출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총량 규제 반영 비율을 일부 낮춰주는 인센티브가 있더라도 결국 전체 대출 한도 안에서 운용해야 하는 만큼 실질적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 모두 생활안정자금대출 출시 여부를 검토하는 단계"라면서 "상품을 출시한다고 해도 결국 총량 규제를 받기 때문에 연소득 규제 완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은행과 같은 1금융권과 동일한 잣대로 규제하는 것 자체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카드론은 갑작스러운 생활자금이 필요한 서민이 많이 이용하는 대표적인 불황형 대출로 꼽힙니다. 이용 목적과 차주 특성이 은행권과 다른데도 동일한 총량 규제를 적용하면서 한편으로는 중금리대출 공급을 확대하라는 정책 방향이 서로 충돌한다는 지적입니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가계대출 규제로 서민이 사용할 수 있는 금융인 카드론마저 이용이 어려워진 상황"이라면서 "서민금융을 강조하면서 실제 현장에서는 대출 공급을 줄이라고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대출 총량을 규제하고 연 소득 이내로 신용대출을 제한하는 기조를 유지하면서, 별도로 연 소득 한도를 적용받지 않는 상품을 만드는 것은 일종의 넌센스"라며 "생활안정자금대출이 일부 취약차주의 숨통을 틔워줄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가계대출 총량 관리 체계 전반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4월27일 민간 금융권의 포용금융 확산을 위한 중금리대출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뉴시스)
 
배희 기자 SheisH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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