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비싸” vs “불황 땐 깎더니”…메모리 공급망 신경전
메모리 수요 급증…공급망 주도권 갈등
애플, 미 제재 대상 CXMT 메모리 검토
“AI 수요 여전” 메모리 공급사 우위 계속
2026-07-02 14:44:25 2026-07-02 15:15:15
[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인공지능(AI)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완제품 업체와 메모리 업체 간 힘의 균형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글로벌 모바일 업계 1위 애플과 마이크론이 공개적으로 설전을 벌이는 등 공급망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입니다. 메모리 공급 부족 상황에서 반도체 업체들의 가격 협상력이 커지면서, 업계 전반의 신경전도 거세지는 양상입니다.
 
지난해 11월 시민들이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매장에서 아이폰17 제품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 대표 모바일 제조사 애플과 메모리 제조사 마이크론 수장들이 충돌했습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CNBC 인터뷰에서 “(메모리가 불황이던) 2023년 고객사들이 가격을 이전의 3분의 1로 낮췄다”며 “기업들은 손실을 봤고, 투자 역량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습니다. 2023년은 메모리 다운사이클 시기로, 상당수 제품 가격이 공급 과잉 여파로 큰 폭 하락한 바 있습니다.
 
메흐로트라 CEO의 발언은 모바일 시장에서 메모리 업체들에 강한 가격 협상력을 행사해 온 주요 고객사 애플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앞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외신 인터뷰에서 “100년에 한 번 있을 홍수”라며 메모리 가격 상승에 우려를 표한 바 있습니다. 이와 함께 애플은 맥북 에어 가격을 200달러(약 31만원), 맥북 프로는 300달러(약 47만원)씩 인상하며, 원가 부담이 제품 가격에 반영되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애플은 메모리 공급 부족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중국 업체와의 협업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중국 최대 D램 업체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반도체 사용 승인을 받기 위해 미국 정부와 협의 중입니다. CXMT는 미국 제재 대상 기업으로 분류된 데다, 기술력 측면에서 메모리 3사와는 아직 격차가 있다고 평가됩니다.
 
애플보다 가격 협상력이 낮은 기업들은 타격이 더 큰 상황으로, 일부 업체는 생산 전략까지 조정하고 있습니다. 닛케이아시아 등에 따르면 샤오미와 오포,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올해 출하 목표를 연초 계획 대비 최대 30%가량 낮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샤오미는 지난해 약 1억7000만대의 스마트폰을 생산했지만, 올해 목표치를 1억3500만대로 낮춘 데 이어 최근에는 9500만대 수준까지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이크론.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역시 제조원가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입니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이 80조3000억원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 가운데 77조원 이상이 디바이스솔루션(DS·반도체) 부문에서 발생하고 세트(완제품) 부문의 이익 기여는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미국 제재 대상인 CXMT를 파트너사로 검토한다는 점에 특히 주목하고 있습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애플이 부족할 정도면, 국가를 막론하고 다 부족하다고 봐야 한다”며 “CXMT로서도 자사 제품 품질이 우수하다는 입증을 할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전 소장은 메모리 업체 우위 구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버용 메모리 수요와 수익성이 워낙 높아 모바일용 제품 생산을 확대할 이유가 많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그는 “범용 D램 마진이 너무 좋으니 HBM 생산량을 안 늘리면 HBM 쇼티지가 발생한다”며 “제조사들은 HBM을 대체할 DDR5 등 다른 부품을 찾게 되고, 그럼 다른 메모리도 쇼티지가 발생한다. 메모리 제조사들은 가만히 있어도 이익이 늘어나는 구조”라고 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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