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자회사 CEO 인사 '회장 입김' 뺀다
2026-06-30 14:40:42 2026-06-30 15:09:4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위원회가 조만간 발표할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개선안에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에 회장의 과도한 입김을 차단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차기 회장 잠재적 후보군인 계열사 CEO 인사를 회장이 불투명하게 관여하는 구조를 손질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그룹 회장이 자추위 위원장' 수두룩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내달 발표할 예정인 금융권 지배구조 개편안에 자회사 대표이사 추천 절차의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자회사CEO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에서 회장의 역할을 대폭 축소하는 역할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지배구조법이든 모범 관행이든 절차적 측면에서 최대한 투명성을 보완할 수밖에 없다"면서 "지주사 자추위가 최종 결정을 하더라도 그 결정에 이르는 과정에서 문제 여지가 있는 것은 손질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금융위는 현재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을 위한 막바지 작업 중입니다. 이사회의 독립성, CEO 선임 절차, 성과보수 운영 등 개선 방안을 담을 예정입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KB금융(105560) 회장 숏리스트 나오기(7월3일) 전에 발표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지배구조 개편은 지주사 회장 선임 절차가 핵심이지만, 은행장 등 계열사 CEO 인선에 대한 회장의 영향력 차단도 관건으로 꼽힙니다. 과거부터 지주사 자추위 구성이 회장 중심 구조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는데요. 5대 금융지주 가운데 KB금융과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316140)에서는 지주 회장이 자추위 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하나금융지주(086790)의 경우 함영주 회장이 위원장은 아니지만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농협금융지주 자추위에는 금융지주 회장이 포함돼 있지 않고, 농협금융 전략기획부문장이 위원으로 참여합니다. 당국 내부에서는 상위법에는 '경영 승계 과정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강화한다'는 원칙 수준만 담고, 세부적인 인선 절차나 이사회 운영 기준은 모범 관행 형태로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자추위 위원장 자격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거나 회장을 자추위에서 배제하는 방안에 대해선 신중한 분위기입니다. 그룹 계열사 경영진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회장 등 그룹사 임원을 제외하는 것에 대해 경영 자율성 침해라는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데다 당국이 이사회 구성을 강제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도 금융권에서는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통해 지배구조 변화가 이뤄진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금융지주 회장의 만 70세 연령 제한이나 회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 시 현직 회장 제외 등은 현행 지배구조법에 명문화된 내용이 아닙니다. 금융지주들이 당국 가이드라인과 구두 지적에 따라 순차적으로 정관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바 있습니다.
 
금융위원회가 다음 달 15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앞두고 금융권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안을 공개할 전망이다. (사진=뉴시스)
 
후보 추천 채널 다양화 무게
 
후보 추천을 복수 채널로 다양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절차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각 계열사로부터 CEO 후보 추천을 의무적으로 받는 방법이 있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소한 지주사 이사회 내에서 속전속결로 최종 후보를 결론 내는 것은 문제가 있으니 여러 단계 검증을 거치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각 금융지주 자추위도 예년보다 이른 시점에 가동될 전망입니다. 금융권에서는 통상 10월 이후 본격화됐던 은행장 인선 작업이 올해는 9월 중순께 시작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후보 검증 기간을 충분히 확보해 승계 절차를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입니다. 
 
은행장 연임을 판단하는 기준 역시 달라질 전망입니다. 과거에는 순이익과 영업 성과가 핵심 평가 요소였다면 앞으로는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 조직 운영, CEO 승계 프로그램 등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평가 비중이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적만 놓고 보면 주요 은행들은 지난해 역대 최대 수준의 이익을 거뒀고 올해도 리딩뱅크 경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금융사고 예방과 내부통제 강화를 강조하는 정책 기조가 이어지는 만큼 올해는 경영 성과만으로 연임 여부를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초미의 관심사인 'CEO 3연임 제한'은 금융지주 회장을 중심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개편안이 지주 회장 중심의 '이너서클' 구조를 겨냥하고는 있지만, 은행 CEO 승계 구조를 직접적으로 손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금융지주가 은행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규제에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지주의 자회사 CEO 선임권 역시 강력한 이너서클을 지지하는 뼈대 중 하나인 만큼 은행장 선임 방식도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의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9일 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금융기관 지배구조와 관련해 "가만 놔두니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 멋대로 소수가 돌아가며 계속 지배권을 행사한다"며 "돌아가면서 계속 회장 했다가 은행장 했다가 왔다 갔다 하며 10년, 20년씩 해 먹는 모양"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금융권에선 지배구조 개편안이 은행장 등 연임 여부에 미치는 영향력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농협은행장 모두 오는 12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지배구조 개선안은 특정 CEO의 연임을 제한하기보다 승계 절차를 제도화하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올해 연말 은행장 인사는 경영 성과는 물론 내부통제와 지배구조 운영 수준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찬진(사진) 금감원장은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KB금융 회장 숏리스트 나오기(7월3일) 전 발표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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