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강남구 압구정 재건축의 시공권 향방이 대부분 정리되면서 대형 건설사들의 시선이 일제히 목동 재건축사업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목동·신정동 일대에 자리한 목동신시가지 1~14단지는 전체 부지면적이 203만7919㎡, 2만6629가구 규모입니다. 14개 단지를 모두 합친 공사비는 약 30조원에 달하며, 재건축이 완료되면 약 4만7000가구 규모의 신도시급 주거지로 탈바꿈할 전망입니다. 압구정 수주전을 마무리한 건설사들이 잇따라 목동에 거점을 마련하면서 조합원 표심을 잡기 위한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건설사들이 목동에 공을 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사업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14개 단지의 현재 용적률은 모두 150% 미만 수준으로, 층수를 높여 일반분양 물량을 늘릴 여지가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1980년대 택지개발로 조성된 대규모 단지인 만큼 사업 추진 여건도 양호하다는 분석입니다. 재건축 이후 가구 수는 단지별로 큰 폭 늘어납니다. 14단지는 3100가구에서 5123가구로 늘어 가장 큰 규모를 갖추게 되며, 7단지는 2550가구에서 4335가구, 10단지는 2160가구에서 4050가구, 9단지는 2030가구에서 3957가구로 늘어납니다.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 단지. (사진=뉴시스)
사업 추진 속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가장 앞서가는 곳은 6단지입니다. 6단지 조합은 오는 27일 총회를 열고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입니다. 현재 DL이앤씨가 단독 입찰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확보한 상태로, 최종 선정되면 14개 단지 가운데 첫 시공사 선정 사례가 됩니다. 1362가구를 헐고 2173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사업입니다. 10단지도 시공사 선정 절차에 돌입해 기존 2160가구를 4050가구 규모로 탈바꿈할 계획입니다.
13단지는 지난 18일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를 낸 데 이어 오는 29일 현장설명회를 개최합니다. 기존 2280가구를 3852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사업으로 예정 공사비는 2조3762억원, 3.3㎡당 공사비는 980만원으로 책정됐습니다. 8단지(1352→1881가구)는 조합 설립을 마친 뒤 통합심의를 신청했고, 5·9·11·14단지는 사업시행자 지정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시공사는 조합 설립 이후 바로 선정할 수 있지만, 목동 단지들은 통합심의 신청 이후 시공사를 선정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분위기입니다.
치열한 경쟁 입찰 예상…대규모 이주 변수
건설사들은 시공사 선정 총회를 한참 앞두고 홍보관부터 잇달아 열고 있습니다. 대우건설은 지난 17일 핵심 공략지로 삼은 8·14단지 인근에 하이엔드 브랜드 홍보관을 열고 8·11·14단지 수주전에 나섰습니다. 현대건설은 3월 10단지, 5월 7단지 인근에 각각 홍보관을 마련했습니다. GS건설은 2·4·7·9·12단지를 겨냥해 7월 중 오목교역 인근에 홍보관을 열 계획이며, 롯데건설도 1·7·8·11·14단지를 목표로 같은 달 7단지 인근에 홍보 공간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단지별 입찰이 잇따르는 만큼 시공사 선정 직전 단기간 운영하는 기존 방식보다 목동 전역을 겨냥한 장기 홍보 전략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14단지는 현대건설과 DL이앤씨, 대우건설이 맞붙는 3파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2호선 양천구청역 인근에 위치해 목동 중심권과 비교하면 입지 경쟁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재건축 후 5123가구 규모로 조성되는 최대 사업장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컨소시엄(공동도급) 금지 방침까지 더해지면서 건설사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모습입니다.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이 사실상 14단지 수주전에 참여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나머지 건설사들의 경쟁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경쟁 입찰이 성사될 경우 조합원들이 보다 유리한 사업 조건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난달 압구정5구역이 경쟁 입찰 과정에서 다양한 혜택을 제안받았던 것과 비슷한 효과를 기대하는 시각도 나옵니다.
수주전의 승패는 설계뿐 아니라 금융 조건에서도 갈릴 전망입니다. 공사비 상승과 금리 부담으로 조합원 분담금이 민감한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6단지에 단독 입찰한 DL이앤씨는 이주비 주택담보인정비율(LTV) 100% 지원과 분담금 최대 4년 유예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이 조건이 사실상 기준선이 되면서 경쟁 입찰에 나서는 건설사들은 이를 뛰어넘는 조건을 내놓아야 시공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건설사들이 사업 속도전에 나서는 또 다른 이유는 고도 제한 문제 때문입니다. 2030년 말부터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기준이 적용될 경우 김포공항 인근인 목동 일대 건축물 높이가 90m 수준으로 제한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이에 따라 각 단지는 고도 제한 적용 이전에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마쳐 초고층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대규모 이주 수요도 변수입니다. 이르면 2029년부터 대규모 이주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양천구도 대응에 나섰습니다. 구는 지난 16일 '목동아파트 이주계획 안정화 방안 연구용역' 착수보고회를 열고 전월세 시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등 대책 마련에 들어갔습니다.
현재 사업 추진 방식은 단지마다 갈립니다. 목동 14개 단지 가운데 8곳은 조합 방식 대신 신탁 방식을 택했습니다. 우리자산신탁과 하나자산신탁, 한국자산신탁, 한국토지신탁, KB부동산신탁, 대신자산신탁 등이 사업시행자 권한을 위탁받아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같은 생활권에서 조합 방식과 신탁 방식의 성과를 직접 비교할 수 있게 된 만큼 목동은 신탁사들의 정비사업 수행 역량을 검증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올 하반기 서울 정비사업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목동을 두고 업계에서는 압구정과 달리 특정 건설사에 대한 선호가 뚜렷하지 않은 데다 여러 단지가 동시에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목동은 하반기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핵심 사업지로 꼽히는 만큼 단기 수익성보다 상징성을 고려한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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