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올해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에 돌입한 금융권 노사가 임금 인상률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총액 기준 8%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사용자측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1.5%를 제시했는데요. 여기에 주 4.5일제 도입까지 단체협약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노조의 하투(노동계의 여름철 투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노사 임금인상률 요구 격차 6.5%p 달해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와 금융사용자협의회는 지난 4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지난달 산별중앙교섭에 본격 돌입했습니다. 노사는 현재까지 두 차례 교섭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융노조는 올해 임단협 요구안으로 총액 기준 8.0% 임금 인상을 제시했습니다. 최근 수년간 누적된 실질임금 감소분과 올해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반영한 수준이라는 설명입니다. 급여 삭감 없는 주 4.5일제 도입과 출산·육아 지원 확대, 정년 65세 연장 등도 주요 요구안에 포함했습니다.
노조는 금융권의 역대 최대 실적 기록에도 노동자들의 임금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주장도 펴고 있습니다.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은 임단협 첫 상견례 당시 "사용자 측은 항상 경제가 불확실하다고 말하지만 금융사들의 목표와 핵심성과지표(KPI)는 매년 높아지고 있다"며 "그 결과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4대 금융지주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처음으로 5조원을 넘어섰다"고 말했습니다.
고광욱 금융노조 신용보증기금지부 위원장은 "하이닉스의 경우 영업이익의 10%를 초과이익분배금 재원으로 활용해 직원들에게 나눠 주고 있다"며 "우리가 요구하는 8% 인상은 과한 숫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사용자 측은 난감해하고 있습니다. 금융사용자협의회 관계자는 "노조의 8% 요구안도 최초 제시안일 뿐 그대로 수용되기는 어려운 수준"이라면서 "매년 교섭 과정에서 노사 모두 수정안을 제시하고 조정 과정을 거쳐 최종 합의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올해 역시 최초 제시안으로 1.5%를 제시했지만 현재는 교섭이 진행 중인 상태"라며 "노사가 협상을 이어가며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금융노조와 금융사용자협의회 간 협상은 매년 큰 격차로 시작해 절충점을 찾는 방식으로 흘러왔습니다. 지난 2023년 임단협 당시 노조는 8.5% 임금 인상을 요구했지만 사용자 측이 1.5% 인상을 최초 제시하며 최종 인상률은 2.8%로 결정됐습니다. 지난해에도 노조는 7.1% 인상을 요구했지만 사용자 측이 1.5% 인상을 제시했고 노사 협의를 거쳐 최종 3.1% 인상에 합의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전례를 감안할 때 올해 임단협에서도 최종 임금 인상률이 3% 안팎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노조가 첫 기본급 인상안으로 아무리 8%, 10%를 제시해도 사용자 측이 1.5%를 제시하면 결국 중간 수준에서 합의하는 구조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필요성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주 4.5일제 도입 줄다리기
임금 문제와 함께 주 4.5일제 도입도 올해 교섭의 핵심 쟁점으로 꼽힙니다. 금융노조는 지난해부터 노동시간 단축을 주요 의제로 추진해 왔습니다. 지난해 임단협에서는 매주 금요일 1시간 조기 퇴근을 시행하는 방식으로 합의했지만 올해는 급여 삭감 없는 주 4.5일제 도입을 공식 요구안에 담았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임금 인상률과 노동시간 단축 문제가 동시에 논의되는 만큼 제도 도입에 따른 영업점 운영과 인력 운용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견해가 많습니다. 그만큼 이번 교섭도 예년보다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실제 금융노조는 지난해 임단협 과정에서 임금 인상과 주 4.5일제를 요구하며 총파업에 나선 바 있습니다. 당시 주요 은행들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임금 인상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며 약 3년 만에 총파업을 단행했습니다.
시중은행 임직원의 평균 보수도 모두 1억원을 넘어섰습니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평균 보수는 각각 1억1900만원, 1억2100만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역시 2024년 말 기준 각각 1억1600만원, 1억2000만원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역대급 실적을 근거로 임금 인상 필요성을 주장할 수는 있지만 은행권 고액 연봉에 대한 사회적 시선도 고려해야 한다"며 "결국 노사 모두 국민 눈높이를 의식하며 협상을 진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금융권 노사가 올해 임단협에 돌입한 가운데 임금인상률을 둘러싼 노사 간 입장 차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금융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4월13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로비에서 열린 2026년 금융노조 임단투 출정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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