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금융위원회가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낮출 경우 전세대출 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은행들이 보증비율이 내려가는 데 따른 리스크 비용을 대출금리에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전세대출 보증비율 축소 검토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전세대출 규제 강화를 검토하면서 대출금리 상승 압박이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전세대출은 보증기관의 보증을 기반으로 취급합니다. 과거 보증비율이 100% 수준이었을 때는 차주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더라도 은행이 사실상 전액을 보전받을 수 있어 신용위험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보증비율이 내려가면 은행이 떠안아야 하는 위험도 그만큼 커집니다.
금융위는 현재 전세대출 보증비율 추가 축소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전세대출 제한, 고액 전세대출에 대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적용 확대 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전세대출을 많이 해준 것이 집값 상승의 주된 원인"이라며 대출 규제 필요성을 강조한 만큼 관련 대책 마련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입니다.
전세대출 보증비율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 SGI서울보증 등 보증기관이 임차인의 전세대출 상환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은행에 보전해 주는 비율을 말합니다. 보증비율이 낮아질수록 은행이 부담하는 위험이 커지는 구조입니다.
현재 수도권과 규제지역 전세대출 보증비율은 80% 수준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6·27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통해 보증 비율을 기존 90%에서 80%로 낮춘 바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당국이 이를 추가로 70% 수준까지 축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보증비율이 80%인 현재 나머지 20%에 대한 위험을 은행이 직접 부담하고 있는데요. 만약 보증비율이 70%까지 떨어질 경우 은행이 떠안는 위험은 더욱 확대됩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보증기관이 보전해 주지 않는 30% 구간에 대한 손실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심사를 강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은행들은 이러한 위험 증가분을 대출 가산금리에 반영합니다. 가산금리란 은행이 대출금리 산정 시 차주의 신용 위험 프리미엄, 은행 업무 원가, 법적 비용 등을 고려해 자체적으로 산정하는 금리입니다. 이 중 위험 프리미엄은 차주가 돈을 갚지 못할 위험에 대비해 추산하는 것인데요. 결국 보증비율 축소는 은행의 위험 프리미엄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최종 대출금리 인상 압력으로 작용합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증비율이 낮아질 경우 은행이 부담해야 하는 리스크가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라며 "실제 금리 조정 수준은 시장 상황과 보증기관 정책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위험 비용 증가 요인이 생기는 만큼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전세대출 금리는 지난해 보증비율 하향 조정 이후 꾸준히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5대 은행의 전세대출 평균금리는 연 3.54~4.41% 수준으로 집계됐습니다. 전세대출 보증비율이 하향 조정된 작년 7월 연 3.39~3.87% 수준과 비교하면 크게 상승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최근에는 금융채 금리 상승과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금리 산정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며 "여기에 보증비율 추가 인하까지 이뤄지면 전세대출 금리가 내려가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수요자 자금난 가중 우려
금융당국은 보증비율 조정 외에도 전세대출에 대한 DSR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전세대출 DSR 확대는 개인이 1년 동안 갚아야 하는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일정 비율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규제 대상에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하거나 규제 강도를 높이는 조치입니다.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전세대출 보증 제한도 논의하고 있습니다. 자녀 교육이나 직장 이동, 부모 봉양 등 불가피한 사유를 제외한 비거주 1주택자의 전세대출 보증을 제한하는 방안입니다.
현재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은 DSR 규제를 적용받고 있지만 전세대출은 상대적으로 규제 강도가 낮은 편입니다. 당국은 지난해 10·15 대책을 통해 수도권과 규제지역 1주택자의 전세대출 이자 상환분을 DSR에 반영하도록 한 바 있습니다.
DSR 적용 대상이 확대되면 대출 가능 금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청년층과 신혼부부 등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차주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거주 목적과 투기 목적을 현장에서 명확히 구분하기 쉽지 않은 만큼 제도 설계 과정에서 세부 기준을 충분히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한 은행 관계자는 "향후 금리와 한도 운영에는 조달비용, 차주 신용도, 보증 구조, 건전성 관리 필요성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될 예정"이라며 "실수요자 예외 조항은 현장에서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이 제도 설계 과정에서 현장 의견을 수렴한다면 은행권도 실수요자 보호와 가계부채 관리라는 정책 취지에 맞춰 적극 협조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금융당국이 전세대출 보증비율 추가 축소를 검토하면서 은행권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부동산에 전세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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